“행정규칙 개정 납세자 권익 침해소지 있다”

국세청이 확대하고 있는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에 대해 한국세무사회가 ‘조세법률주의’를 위배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16일 한국세무사회(회장 구재이)는 국세청이 지난 6월 상속세 및 증여세 감정평가 대상을 확대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규정 개정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무사회는 지난 6월 감정평가 사업 대상을 부동산 전체로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상장주식 평가 시 순자산가치 산정을 위한 시가 평가가 필요한 부분까지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사무처리규정 개정 입법예고에 대해 개정안의 문제점, 조세법률주의와 납세자 권익보호를 위한 개선방안을 담아 조목조목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감정평가대상을 확대하는 해당 사무처리규정이 본격 시행되면서 세무사회는 대폭 확대된 부동산 감정평가사업이 행정규칙으로 소급확대되면서 생기는 예측가능성과 법적안정성 저해, 납세자의 급격한 부담 증가 등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무사회는 “국세청은 올해 초 감정평가 사업 대상을 확대 시행해 왔음에도 불과 5개월만에 또다시 부동산에 대한 과표산정을 모두 감정평가로 전환하는 것으로 사무처리규정을 개정했는 바, 소급감정평가를 통한 과표산정이라는 중요한 과세요건을 사무처리규정 개정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조세법률주의 위배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규칙을 근거로 한 감정평가 대상 확대는 과세당국의 자의적 판단으로 과세대상을 확대시킬 수 있는 조세행정권 남용 소지가 있고, 감정평가에 따라 납세자 세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으므로 이는 위헌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무사회는 “행정규칙은 과세당국의 자의적 조세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국민의 재산권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과세기준은 국회의 입법을 통해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불명확한 부칙으로 소급 적용 가능성…납세자 신뢰보호·예측가능성 훼손

또 세무사회는 개정안 시행시기를 ’2025년 6월 11일부터 시행’하도록 하고 있어 이후 상속 및 증여세를 결정하는 경우 시행일 이전에 발생한 상속·증여 거래에까지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은 소급적용으로 헌법상 신뢰보호 원칙과 예측가능성을 저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기에 서둘러 시행하는 경우라도 개정안 시행 이후 상속 및 증여 행위에 대한 신고부터 적용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세무사회는 국세청이 상속증여 감정평가사업을 통해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상속이나 증여 시 부동산의 가치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라고 해도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세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세금을 신고하기 위해 별도로 부동산 감정평가를 받는 경우도 증가하는 등 납세협력비용까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세무사회는 상속·증여세 신고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제요건 판단, 신고서 작성 등과 같은 성실신고를 위한 세무전문가 조력비용을 과세표준에서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증세법 개정안이 최은석 의원발로 국회에 제출돼 있다.

구재이 세무사회장은 “부동산 감정평가는 세금을 납부하는 기초인 과세표준의 산정을 시가에 맞게 하자는 것이므로 과세형평성과 조세정의 차원에서 반드시 달성되어야 하는 과제지만 급격한 세부담의 증가, 중요한 과세요건에 관한 사항을 행정규칙으로 정하는 문제는 조속히 해결하여 납세자와 세무사의 혼란과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도 중차대하다“면서, “세무사회는 성실납세하는 납세자와 세무사들의 어려움을 덜 수 있게 상속증여세법 개정 등 추가입법과 제도개선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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