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본청 근무자, 사무관 승진 역량평가 폐지해 주세요”

“장수기업이 세금도 더 낸다. 상증세 부담 확 줄여줬으면 좋겠다”

“국세행정 발전을 위해서라면 누구나 가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조직 내에 소통 창구를 제대로 갖추어서,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문화를 정착시키겠습니다.”

최초의 국회의원 출신으로 국세청장 취임을 앞두고 있는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가 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23일 오후 4시에 취임하는 임광현 새 청장은 국회의원 출신이라 하더라도 그는 국세청에서 2인자인 차장까지 근무한 국세행정의 베테랑이다. 퇴직 후에는 짧지만 세무법인에서 세무사로 활동도 했고, 국회에서 의정활동도 했다. 세정가에서는 그가 약속한 ‘제대로 된 소통창구’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국세공무원의 입장도, 세무대리인의 입장도, 일반국민(납세자)의 입장도 잘 아는 청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에 세정일보가 새로운 청장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일선 현장 33인에게 의견을 들어봤다. 국세청 공무원은 물론, 세정 동반자라고 불리는 세무사들, 그리고 납세자들에게 새로운 청장에게 바라는 것을 물었다.

다음은 익명으로 받은 ‘새 청장에게 바라는 것’에 대한 답변이다.

◆ 국세청 공무원들…“본청 직원만 챙기지 말아 달라”

=인사적체가 너무 심하고, 근무평정 방식이 부담스럽다.

=순환근무 형태 때문에 인수·인계받기가 무섭다.

=형식만 바꾼 보고서가 의미 있는지 모르겠다. 신고 화면에 폰트만 바꾸는 것만도 못한데, 우리 부서는 상사 취향(?)에 맞춰 보고하는 셈이다.

=신규 직원들 퇴사 이유가 사실 급여다. 급여만 좀 더 올려 줬더라면 오래 다닐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업무 공백 메우기가 너무 힘들다.

=제일 힘든 격무부서에서 일하느라 힘들어도 과장님이 자기만 믿고 따라오라고 해서 견뎠다. 본인은 본청 절대 안 들어갈 거라고 하더니, 결국 가버려서 ‘현타’왔던 기억이 있다. 워라밸 조절이 시급하다.

=원래도 그랬지만 본청 우대 경향이 더 심해졌다. 본청 직원들만 챙기지 말고, 지방청에도 적절하게 승진 인사 분배를 해줬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업무강도가 강하고, 민원 내용 역시 항의성 민원이 대부분이다.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다.

=본청이 격무에 시달리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방청이나 일선도 만만찮게 힘들다. 직원들에게 승진만 한 열매는 없다.

=새 청장님께서 국세청 재직 시절 매일 새벽 도보로 출근하실 때, 주말에 홀로 자택 근처 산을 오르시면서, 당면 현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시고, 심사숙고하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국세행정이 더욱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납세자와 국세청 직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기여하시리라 믿고 있다.

=본청 전입 유도 및 업무 부담 완화를 위해 본청 근무자의 경우 사무관 승진 대상 역량평가를 폐지해 주었으면 좋겠다.

=직원들이 선배들을 보며 희망을 가질 수 있게 관리자들 자질을 강화시켜 주세요.

=존경받는 관리자들이 더 늘어나게 해 주세요.

=신뢰를 기반으로 자율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맡겨주세요.

=질책보다는 칭찬과 격려로 직원의 사기를 북돋아 주길 바란다.

=저는 저희 모두를 꽃으로 기억하겠다는 새 청장님의 지난 퇴임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힘들 때는 그늘이 되어주시고 잘할 때는 햇살처럼 빛을 주시고 칭찬 많이 주셔서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아름답게 꽃으로 피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길 바란다.

=일반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시고, 보다 편안하게 대해주시는, 직원들을 배려하는 청장님이 되어 주셨으면 한다.

=조직의 성과는 물론, 직원에 대한 배려까지 함께 고려해 주신다면 좋겠다.

=합리적이고, 정확한 업무지시, 그리고 살갑고 정겨운 언어사용을 생활화해 주셨으면 한다.

◆ 세무사 “과세 관청의 금융거래 조회 남용 가능성 없애야…사전통지의무 신설해 달라”

=국세청에서 근무하다가 나왔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신뢰도가 상승할 수 있는 그런 국세청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어려운 경기 여건을 감안해 성실하게 신고하는 납세자 입장에서 조사 업무와 세정업무를 전개해 달라.

=납세자에 대한 금융거래 조회 통제와 조회의뢰 사유 사전 통지 의무를 신설해 달라. 납세자 본인도 모르게 계좌정보를 조회해 과세 관청에 통보했다는 내용의 문서를 납세자가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과세 관청이 금융 조회 사유와 조회 범위도 모른 채 금융기관에 조회 의뢰를 하고 납세자에게는 수개월이 지난 후에 금융기관을 통하여 그 내용이 통보된다는 점이다. 과세 관청의 금융거래 조회 남용 가능성이 있고 납세자는 불필요하고 과다한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사생활이 침해될 소지도 있다.

=신용카드 자료, 현금영수증 자료, 온라인 매출자료의 정확하고 신속한 자료를 제공해 줬으면 좋겠다. 거래형태가 다양해지고, 결제 수단도 많은 상거래 현실에서 매출액 산정에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온라인 매출은 쇼핑몰 회사마다 매출액 집계 방식이 다르고 복잡하다. 국세청에서 부가세 매출액으로 신고해야 할 온라인 매출을 정확하게 집계해 홈택스로 제공해 줘야 한다. 또 신용카드 매출액 자료도 매월 14, 15일 정도 제공되는데 이를 앞당겨 제공해 실질적인 부가세신고 기간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국세청과 세무사 관련 소통 경로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세청이 기재부의 하부조직이어서 정책 실행부처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책입안 과정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사업소득자의 대다수가 환급 대상임에도 원천징수 세율을 낮추지 않아서 국세청이 신고 및 환급 업무가 가중되고 납세자 불편 등 납세협력비용이 증가한다. 국회의원이 차관급인 국세청장으로 취임하는 만큼 눈치 보지 않고 정책 입안 부처에게 정책 집행 부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사업소득 원천징수세율 1%만 낮춰도 847만 프리랜서 사업자의 50%가 신고부담을 덜 수 있다. 국세청은 해마다 홈택스 서버 증설 및 유지관리비용과 간편신고 안내 등 민원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 기업체 “친분 쌓으면 꼭 뭔가를 부탁하려 들어…”

▷중견기업 대리

=전화 통화 시 세무서 직원들이 너무 날카롭고 불친절하다. 매번 통화할 때마다 기가 죽고 불편하다.

▷병원 홍보부장

=세무서 분들은 어느 정도 친분을 쌓으면 꼭 뭔가를 부탁하려고 든다. 울며 겨자먹기로 해줄 수 밖에 없고, 해 주고 나도 시원한 느낌이 들지가 않는다.

▷협회 부장

=이론만으로 세금이 계산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 목소리를 많이 듣고 반영해 주길 바란다.

▷대기업 부장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꿈꾸며, 다양한 감세안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중견기업 부장

=기업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세정 혜택이 있었으면 좋겠다.

▷중소기업 대표

=장수기업이 세금도 더 낸다. 한국에서도 장수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게 정부가 상증세 부담을 확 줄여줬으면 좋겠다. 가업 승계가 부의 대물림이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억울하다.

▷학원 대표

=예전에는 주식으로 번 돈에 세금을 물리지 않았다. 대주주 기준이 왜 확대되는지 모르겠지만, 연말에 왜 매물이 쏟아지는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소기업 대표

=세금은 정직하게 내고 싶다. 세금 내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정부 부과방식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소기업은 세무조사 안하면 안되나. 대기업이 100억 탈루하면 영세기업들은 고작 10만원정도일 것이다. 대기업이 바로서면 하청업체인 소기업도 바로 설 수밖에 없다.

▷공인중개사 K씨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지가의 운영의 묘를 살려야 부동산 정책이 바로 설 수 있다. 그리고 양도세를 없애주면 좋겠다. 살든 집 팔고 세금내고 나면 집 못산다. 같은 동네서 이사가 가능해야 주택정책이 바로선다. 국세청에서 세법개정을 적극 건의 해주고 의원들 설득해 주면 정책이 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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