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개 병원 자사 의약품 처방 대가성 리베이트 제공 의혹

경찰, 한차례 무혐의 처분 후 여론 압박에 재수사 돌입

대웅제약이 신약 처방 등을 위해 병원들을 상대로 불법영업을 일삼았다는 리베이트 의혹에 휩싸이며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한차례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 사건이지만 경찰이 재수사에 돌입하며 급기야 대웅제약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본사를 비롯해 자회사 및 관련 업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대웅제약의 영업 관리에 관한 서류와 전자정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앞서 2024년 4월 대웅제약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신고를 하면서 비롯됐다. 신고인은 2022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약 2년 동안 대웅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영업 내역이 담긴 보고서를 권익위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대웅제약 영업직원 130여명이 병·의원 380여 곳에 자사 신약 등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고 대가성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지난해 8월 권익위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했지만 올해 4월 '혐의 없음'으로 불입건 종결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가 미진했다는 여론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올해 6월엔 2022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대웅제약 영업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2년간의 영업 활동이 기록된 내부 보고시스템 화면까지 공개됐다. 의사들의 학술행사에 수억원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신약 처방을 약속받았다는 내용 뿐만 아니라 수도권 개인 병원의 인테리어와 의료용 장비 교체에까지 관여한 정황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

이 같은 비판적 여론이 거세지자 경찰은 최근 재수사 결정을 내리고, 지난달 25일 사건을 성남중원경찰서에서 상급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관했다.

경기남부청은 이관 후 약 20여일 만에 강제수사로 전환했다. 대웅제약의 이번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약사법 위반'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서 재수사가 비롯된 만큼, 경찰은 의약품 유통구조 전반을 들여다보고 향후 대웅제약 외 다른 상위권 제약사도 수사 범주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중인 것은 맞지만,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은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제약업계 및 재계에서는 검사 출신인 윤재승 회장이 이끄는 대웅제약이 이번 리베이트 사건에서 크게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1962년생인 윤 회장은 대웅제약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의 3남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6기)에 합격해 1989년부터 검사로 재직하다 1995년 대웅제약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기업경영을 시작했다. 1997년 대웅제약 사장, 2009년 부회장을 거쳐 2014년 9월 대웅제약 회장직에 올랐다. 윤 회장은 검사 시절 곽상도·권영세·김기현 의원 등 현역 국회의원의 직속 후배이며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사법시험·사법연수원 동기다.

현재 윤 회장은 대웅제약그룹 CVO(최고비전책임자) 위치에서 사업영역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헬스케어기업으로 도약을 목표로 지배력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대웅제약의 최대주주는 52.29%를 보유한 지주회사 ㈜대웅이다. 이 밖에 대웅재단 8.62%, 창업주의 첫째 며느리인 박현령 0.30% 등이 대웅제약의 지분을 갖고 있다. 창업주의 장남인 윤재용 전 대웅생명과학 사장과 삼남인 윤 회장은 지난 3월 모친인 장봉애 명예회장이 타계하면서 각각 보통주 9709주, 9708주를 상속받아 0.08%를 보유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4227억원, 영업이익 1479억원, 2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배당금으로 전년도와 같은 69억원을 배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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