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7회 국회(임시회) 제02차 기획재정위원회 2025년 07월 15일]
[제427회 국회(임시회) 제02차 기획재정위원회 2025년 07월 15일]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전관예우’는 비난을 넘어 혐오의 대상으로 치부되면서도 끊어내기 어려운 사회문화 현상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법조계와 인·허가 부서에서 좀 더 심한 편이고 국세청도 예외 없이 한자리를 차지하는 ‘전관예우’는 그 자체로 현직의 부패로 이어진다는 개연성으로 인해 그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노력이 처절했다. 그러나 관료 사회에서 ‘전관예우’는 암세포처럼 죽지 않고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한다. 인간의 욕심이 소멸할 수 없기 때문이고,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이면서도 병폐인 돈벌이와 연결되어 영원한 생명력을 얻는다. ‘전관예우’가 자연스러울수록 부패지수가 높아진다는 상관관계로 인해 관가에서는 금기어가 될 정도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척하는 어둠의 자식이다.

마치 암흑에 가둬 둔 듯한 ‘전관예우’의 존재감이 의도치 않게 빛을 보게 된 사건이 인사청문이었다.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우리가 지금 놓치고 있는 중요한 현실 하나를 발견하고 심장이 만 길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아득함에 오감이 쪼그라든다. 법조계에서 출발하여 공무원사회 전반으로 질풍노도와 같이 휩쓸고 지나간 ‘전관예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국민의 가슴에 새싹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과정은 투명하고 결과는 공정할 것입니다”로 시작된 희망의 싹은 가뭄에 콩 싹처럼 말라비틀어지고, 과정은 권력으로, 결과는 ‘우리 편만’이 된 권력 집단에 혹독한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국민이 내민 엄청난 청구서는 권력 교체였다. 그사이 전관예우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반성의 분위기는 안개 걷히듯 사라져 버렸다. 정권을 잡기만 하면 권력을 무기로 패배자들의 재산을 몰수하여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오히려 전관예우가 손오공의 여의봉인 듯 휘두르기만 하면 무엇이든 이기고 “금 나와라 툭 딱” 도깨비방망이였다. 권력자가 전관이고 권력을 등에 업고 현직에게 호령하면 누가 간 크게 거절할 것인가. 마음만 먹으면 자기 친정을 좌지우지하면서 ‘가오’를 세우는 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자랑거리나 되는 듯, 현직들을 잡도리한다.

국세청장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재조명된 국세 공무원들의 ‘전관예우’. “국세청도 3급 이상은 ‘세무사로 개업 안 하겠다’고 하는 사람만 승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승진도 하고, 나중에 돈도 벌고 이런 것들이 납득할 만한 시대가 아니다”는 의원의 지적은 다소 억지스러워 보이지만 현실성에 기반했다는 차원이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다. “지금 위원님 말씀을 국세청 간부들이 듣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되고, 그 말씀을 듣고 각자 깨닫는 바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된다.” 전관예우 지적에 대한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의 답이었다. 愚問賢答(우문현답)이다. 세무사 자격이 주어진 자에게 개업을 못 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불평등과 차별을 초래하고, 판·검사 출신은 변호사 개업을 못 하게 하지 않는 이상 ‘내로남불’의 극치가 될 것이다.

국민의 대다수는 세무사보다 변호사가 수입이 훨씬 많다는 사실은 안다. 전관예우는 법조계가 먼저 개선되지 않는 이상 어디에도 강요할 수 없는 사회악이다. 변호사에게는 전관예우가 아니어도 ‘변호사 법정주의’만으로도 충분한 특혜를 누리고 있다. 반면 세무사는 불복이나 세무조사를 모두 합쳐도 건수 자체가 법률분쟁에 비할 바가 못 되고 납세자의 선택이 우선인 관계로 수입 자체가 불확정적이고 능력에 따른 편차도 큰 것이 현실이다. 특권이라고는 1도없는 세무사를 두고 전문 자격사라는 이유로 마치 고소득이 보장되는 특수한 계층으로 오인하게 만든 자격사들 자체도 문제가 있음이다. 전문 자격사 가운데는 미약함에도 돈을 너무 많이 번다는 왜곡된 시선이 있음일 것이다. ‘전관예우’를 이용하여 세금을 깎아 주고 돈을 번다는 일반화된 생각이 존재함이다. 과연 현직에게 고마움을 답례하지 않을까? 의심에서 출발하여 세무공무원의 부패지수를 상상하게 하는 것이다.

국세 공무원들의 전관예우가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현직에서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거나 같은 부서에서 동료의식으로 뭉쳐진 경우가 어찌 없겠는가. 퇴직했다고 안부도 묻지 말고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전관예우를 피하는 것은 정녕 아닐 것이다. 안부를 겸해서 업무적인 고민거리도 상의할 수 있다. 인지상정이다. 다만 서로가 公(공)과 私(사)를 엄격히 구분하는 지성인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 우선이어야 함이다. 국세 공무원 퇴직 후 세무사로 개업하거나 로펌 또는 회계법인 등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은 몇몇 세무사들이 있지만 순전히 전관예우로만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도 국세 공무원들의 전관예우를 완전히 없애고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세무사들의 희생과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새로운 국세청장의 인사청문 답변에서 그 답을 찾는다.

“AI로 납세서비스가 강화될 경우, 일부 세무대리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영세납세자에게 수혜가 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세무사가 앞으로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아니고, 세무사는 앞으로 더 전문적이고 고부가가치의 영역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국세청장 지명자가 앞으로 국세행정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앞으로 AI라는 문명 利器(이기)에 의해 세무사의 가치가 추락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장기적으로 사라질 전문 자격사의 1순위로 꼽히는 세무사의 위기를 느끼게 된다. 이 정도면 국세 공무원 출신들은 세무사로 돈 벌 생각을 접어야 하는 것이 맞다. 상황이 이 정도면 국세 공무원의 전관예우는 杞憂(기우)라 할 것이다.

그러나 국세 공무원의 ‘전관예우’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고, 납세자와 국세행정 모두에 존재감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도 이제는 변신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사회 전반에 선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선순환의 새로운 패턴인 ‘재능기부’를 추천한다. ‘전관예우’의 암세포를 표적 치료하는 최고의 약은 ‘재능기부’일 것이다. 국세 공무원으로 명예롭게 평생을 바친 분들이 퇴직 후 납세자를 돕는 세무사로 자신의 재능을 기부한다면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으로 국세 공무원에 대한 잘못된 시선을 바로잡아 줄 것이다. ‘전관예우’가 ‘재능기부’로 승화하는 날 세무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질 것이고,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국세 공무원 OB들의 모임인 ‘국세동우회’가 전면에 나서 전직 국세 공무원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을 선도하고 ‘재능기부’를 통한 사회 기여의 집단지성을 보여 준다면 국세 공무원의 ‘전관예우’는 치료될 것이다. 국세행정이 AI와 결합하여 납세자를 편하게 하고, 재능기부 세무사들의 사회공헌이 대세가 되어, 납세자와 국세 공무원 그리고 세무사들이 나라의 살림살이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새로운 문화의 정착을 기다린다. ‘전관예우’, ‘재능기부’로 승화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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