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 인사가 제일 중요하다. 능력에 맞게 적재적소에 화합의 인사를 하겠다." -임광현 국세청장, 2025년 7월15일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 23일 제27대 국세청장에 정식 취임했다. AI 혁신세정, 110조 체납액 전수조사 등 국세행정의 큰 방향성 보다 눈에 띈 것은 단상 뒤로 크게 새겨진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고 싶은 국세청'이라는, 그가 내세운 조직운영의 철학이었다. 그가 지칭한 여러분, 즉 국세청 직원들과 어우러져 어떤 형태로든 발전적 조직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그가 꿰어낼 첫 단추, 다시 말해 '첫 인사'가 대단히 중요하며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상당 기간은 현재의 지휘부 라인업이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지만, 결과적으로 8월 중하순 이후에는 새로운 진용이 갖춰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 정권이 교체됐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는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인사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임 국세청장이 '화합'을 인사의 기본 모토로 공언했다는 점에서 그 희비의 진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차피 인재풀은 주어진 만큼만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방국세청장급 이상을 포함한 고위공무원 라인 재정비의 폭 자체는 클 것으로 보인다.
재임 6개월에 불과한 이동운 부산국세청장을 제외한 최재봉 국세청 차장, 정재수 서울지방국세청장, 박재형 중부지방국세청장 등 1급 전원은 국세청의 인사관례에 따라 물러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재기용설도 국세청 조직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지만,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1년 공직 생활을 더 유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힘들 수밖에 없어 조직의 전통에 몸을 맡기는 흐름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2급 지방국세청장 중에서도 양동훈 대전국세청장·박광종 광주국세청장·한경선 대구국세청장 등 3명도 후임자가 정해지는데로 물러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6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대대적인 연쇄인사(전보+신규승진)가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 안팎에서 주요 포스트에 대한 후보자를 둘러싼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데, 눈에 띄는 대목은 '비고시 인재'들의 1급 발탁 가능성은 물론, 지방국세청장급 이상 중용 케이스가 극히 일부에 그치거나 아예 없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 보인다는 점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에게 주어진 현재 인재풀은 정권 교체라는 큰 변수가 반영된 상황이다보니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당장 차장과 서울국세청장, 중부국세청장, 대전국세청장, 광주국세청장 등 자리에는 행시 출신들이 줄줄이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군에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행시 출신 인재들(민주원 조사국장, 김재웅 현 기획조정관, 이승수 법인납세국장 등) 또한 조기명퇴제 적용에 따른 연령 등 측면에서 갈길이 바쁜 형편이라 지금 타이밍에 자리확보를 하는 것이 나을 수 밖에 없다. 임 국세청장 입장에서도 재임 기간 동안 적절한 시기에 조직 신진대사를 활성화할 수 있는 규모의 인사운용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당장은 부족한 시간적 여유 대비 자원량 자체가 풍족한 행시 출신 위주로 지방국세청장 이상급 라인업을 구축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지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산직렬 사기 진작을 고려한다면 김대원 국세공무원교육원장(기술31회)도 유용한 카드다.
반면 활용 가능한 비고시 자원은 김진우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이 유일하다. 그의 경륜과 능력을 감안하면 출신지역(경북 영주) 관할청인 대구지방국세청장 기용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역대로 전 정권의 서울청 조사4국장 출신을 중용한 케이스는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그 이상은 바라기 힘든 형국이다.
정리하면, 이번 지방국세청장급 인사에서 '비고시 전멸' 현상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재 인재풀상 연말 인사에서도 억지(?)를 쓰지 않는 이상 지방국세청장급으로 기용할 자원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국세청 조직원 2만1000명 중 절대 다수가 비고시 출신들이라는 점, 가뜩이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전관예우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고, 지금껏 사례가 없는 '정치색'이 분명한 새 청장의 인사정책에 대한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도 있다. 자칫 엉뚱한 데로 불똥이 튀어, 국세청이 곤란을 겪을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시 말해 최악의 경우를 완충할 '보완적 인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은 그나마 연말 인사에서 지방국세청장급 기용 가능성이 남아 있는 자원(김승민 현 부산국세청 징세송무국장)을 파격적으로 끌어올려 인재풀 상단에 포함시키는 인사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를 끌어올린다 해도 최종 발령기준 4개월 뒤에 지방국세청장급으로 내보내는 모양새가 되어 큰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라 고민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아울러 최대 6명의 신규 고위공무원 승진자 선발시 행시 출신의 비중을 의도적으로 줄이되, 비고시 출신들을 더 배려하는 한편 인사 루트의 한 두 단계를 생략해 중부국세청 또는 서울지방국세청 이상 주요보직에 선제적으로 배치, 내년 이후를 도모하는 인사전략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소위 '행시 몫', '비고시 몫'로 통칭되는 자리 기득권을 타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과 중부국세청 조사1국장 등 알짜배기 자리를 행시 출신들이 돌아가면서 채우는 식의 인사관행을 깨뜨리고 비고시 출신들을 적극 기용하는 핵융합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진정한 화합의 인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 인재풀이 의도됐든 안됐든지의 여부를 떠나 '새 청장이 오고 나서 행시들이 다 해먹는다'는 조직 내부 불만이 터질 여건이 형성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능력이 검증된 비고시 출신 부이사관급 중 상당수를 이번 인사에서 고위공무원 인재풀에 합류시키는 것이 조직 내부의 반발여론을 무마할 최선의 카드가 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신임 등 정치적 배경은 정치적 배경일 뿐, 조직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성공한 국세청장을 장담할 수 없게된다"며 "이번 인사에서 새 청장이 고위직은 물론 본지방청 과장급 인선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국세청장으로서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