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주가조작 목적 허위공시 기업·먹튀 전문 기업사냥꾼’ 등 타깃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이 29일 세종시 국세청 기자실에서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국세청]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이 29일 세종시 국세청 기자실에서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국세청]

국세청이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5조원 가까이 매도하며 떠난 것은 허위공시로 단기 시세차익을 챙긴 주가조작 세력, 인수한 알짜 기업을 횡령으로 망친 기업사냥꾼, 기업을 사유화하여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일부 지배주주들로 인해 주식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조사대상은 △주가조작 목적의 허위공시 기업 △먹튀 전문 기업사냥꾼 △상장기업 사유화로 사익편취한 지배주주 등 주식시장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총 27개 기업 및 관련인이다.

29일 국세청(청장 임광현)은 주식시장의 불공정 행위가 공정한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하며 국가 경제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주식시장을 교란시켜 부당하게 이익을 얻고도 정당한 몫의 세금은 제대로 부담하지 않는 불공정 행위 탈세자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투자→기업의 성장→국민 부의 증대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 구조의 마중물 역할을 하며, 선순환 구조는 주가가 기업의 가치를 공정하게 반영하고 기업의 성과가 모든 주주들에게 공평하게 배분되어야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5조 원 가까이 순매도하며 국내 주식시장을 떠났고, 이는 허위공시로 단기 시세차익을 챙긴 주가조작 세력, 인수한 알짜 기업을 횡령으로 망친 기업사냥꾼, 기업을 사유화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일부 지배주주들로 인해 주식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주식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들로 인해 국내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시장을 외면했으며, 국내 기업을 저평가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도 심화돼 한국경제 저성장의 한 원인이 됐다는 것이 국세청의 평가다.

◆ ‘무늬만 신사업’, 허위 공시로 투자자 유인한 시세조종자 9개

첫 번째 조사대상은 ‘허위공시’로 주가를 띄운 후, 주식을 대량 매도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린 시세조종 세력들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기업의 신뢰성 있는 공시는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투자자들에게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특히, 일반 투자자들은 주로 신사업 계획, 신규 계약 체결, 자금 조달 성공 발표 등의 공시에 의존해 투자를 결정한다.

그러나 시세조종 세력들은 이를 악용해 신약 개발, 2차전지 등 소위 ‘대박’ 사업에 진출하거나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할 것처럼 허위로 공시해 주가를 띄운 뒤 막대한 매매차익을 누렸다. 소액주주들은 호재성 공시가 사실이 아니었음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주가는 폭락하고 손실은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조사대상 기업들의 주가는 허위공시 후 평균 64일 만에 400% 가량 치솟은 뒤 폭락했고, 결국 허위공시를 믿고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떠안게 됐다.

반면, 대주주인 시세조종 세력들은 조합원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투자조합’을 간편하게 설립해 친인척이나 지인 명의로 주식을 분산 취득한 후, 주식을 매도해 납세의무를 회피했다.

◆ ‘주식시장의 하이에나’, 껍데기만 남긴 ‘먹튀’ 기업사냥꾼 8개

두 번째 조사대상은 사채를 동원해 건실한 기업을 인수한 뒤 횡령 등으로 기업을 빈 껍데기만 남은 상태로 몰고 간 기업사냥꾼들이다.

기업사냥꾼들은 인수회사의 알짜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팔아 치우고, 온갖 투자 명목으로 자금을 빼돌려 인수한 기업을 그야말로 ‘알맹이 없는 회사’로 만들었다.

껍데기만 남은 회사는 횡령을 정상 거래로 위장하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하다 상장 폐지되거나, 재무상태가 악화돼 빚을 갚지 못해 파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되고 종업원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

또한,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남의 명의를 빌려 회사를 인수했고, 처벌받은 후에도 또다시 돌아와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다니는 행태를 반복했다. 이번 조사대상 기업 대부분은 기업사냥꾼들로 인해 주식거래가 정지되거나 상장폐지되었고, 거래가 재개된 기업이더라도 주가가 인수 전 대비 86% 하락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기업사냥꾼들은 ‘빼돌린 회삿돈’을 경영자문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위장해 세금을 탈루하거나, 회사비용으로 고가 수입차와 명품을 구매하고 특급호텔과 골프장을 마음껏 이용하며 호화 사치 생활을 누리기도 했다.

◆ ‘상장기업 사유화’, 권한을 남용한 사익편취 지배주주 10개

세 번째 조사대상은, 상장기업을 ‘내 것’으로 여기고 우월적 지위에서 권한을 남용해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한 상장기업 지배주주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상장회사의 호실적 발표 전, 자녀가 지배하고 있는 회사로 하여금 해당 주식을 취득하게 한 후, 실적 발표로 주가가 상승하면 그 주식을 팔아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자녀회사를 지원하는 등 주식시장 관련 규정을 위배해 회사 내부정보를 지배주주 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활용하며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태를 보였다.

또한, 이들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공정 합병,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자녀에게 세금없이 자산을 이전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대상 중에는 자녀가 소유하고 있는 법인의 주식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려 평가한 후, 이를 기준으로 아버지가 지배하는 회사의 주식과 교환하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헐값에 이전한 사례도 있었다.

참고로, 이번 조사 대상자의 자녀들은 증여받은 재산가액의 약 92%를 축소 신고해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주식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소액주주 등 투자자들로부터 이익을 부당하게 편취한 불공정거래 탈세 혐의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금융계좌 추적, 문서복원·거짓문서 감정 등 디지털 포렌식을 철저히 하고, 외환 자료, FIU 및 수사기관 정보를 적극 활용해 자금 원천, 거래흐름 및 자금 유출 과정 전반을 꼼꼼히 확인하는 한편,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재산을 숨겨 놓고 사치 생활을 누리며 납세의무를 회피한 최종 귀속자는 끝까지 찾아내어 세금을 추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조사대상자가 고의로 재산을 처분할 우려가 있는 경우, 조세채권 일실을 방지하기 위해 세금 부과 전이라도 압류(확정전보전압류)를 실시하고, 조세포탈,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등 조세범칙 행위 적발 시 수사기관에 통보하여 마땅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엄정 조치하겠다”면서 “앞으로도 자체 정보수집을 강화하는 한편, 수사기관 및 금융당국과도 정보를 빈틈없이 공유하며, 향후 주가조작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추가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주식시장에서의 불공정 탈세행위 등을 모든 투자자들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당 내용을 공시하는 방안 등도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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