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30년 4월. 유구한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라 할 5년이란 짧은 미래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사람마다 지식의 수준에 따라 사고의 범위가 다르듯 저마다 다른 세상을 상상해 볼 것이다. 어떤 이는 영험한 지도자에 의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는 대한민국을 상상할 것이다. 반대로 편협한 정치 이상에 사로잡혀 10대 강국의 규범과 법을 무시하며 난삽한 해작질로 추종 세력의 이익에 몰두하다, 국가의 시스템을 망치는 결과를 우려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지금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한반도에서 발발하여 모든 것이 파괴되는 극단적인 불운을 생각하며 몸서리치기도 할 것이다. 한반도에 가장 해피한 결말인 남북한의 해빙무드와 통일의 서막이 조성되는 아름다운 추상화를 그려볼 수도 있다. 단지 꿈은 현실이 될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현재는 과거의 유산인 동시에 미래의 거울이라 한다. 그래서 작금의 조그만 단초들을 통해서 미래의 거울을 한번 들여다보자.

2030년의 봄은 몹시 추울지도 모른다.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가 보여주듯이 역사에서 한 시대의 종말을 그리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의미로 봄을 제목으로 사용한 작가의 기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2030년의 봄은 ‘서울의 겨울’로 표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그 조짐은 많이 진행되었으며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듯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견디지 못한 노동집약적 산업은 동남아 등지로 인건비의 경쟁력이 높은 나라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지구상 초강대국인 미국의 관세인상에 미국 시장을 공략해야 생존하는 기업들은 현지 투자 형식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미국이 주도했지만 이제 관세는 각국이 자국의 이익에 따라 품목별로 관세 방어를 시작할 수밖에 없고, 관세의 파고는 점점 거세질 것이다. 여기에 우리만의 특이한 이유로 비난받는 ‘부자 감세’라는 희한한 정치 용어에 나라의 주축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휘둘린다. “부자 감세를 원상회복한다”는 코미디 같은 법인세 인상에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해외 이전이라는 자구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높은 인건비, 노조의 횡포, 관세장벽, 높은 법인세를 피해서 많은 기업들이 생산기지와 법인 본점을 해외로 이전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서울은 소라가 집을 옮긴 뒤의 빈 껍질처럼 텅 비게 될 수도 있다. 일자리와 법인세가 모두 봄눈 녹듯이 사라질 수 있다는 설정이다. 이는 국가 재정의 파탄을 의미한다. 이렇게 ‘서울의 겨울’은 시작될 것이다.

이제 현실을 보자. ‘서울의 겨울’을 설정해 보는 핵심이 될 수도 있는 법인세를 보자. 법인세에 대한 정치권의 논쟁이 漸入佳境(점입가경)이다. 올 정기국회에 대비해 기획재정부가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야간, 그리고 야당과 정부 간의 입씨름이 격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정부의 ‘부자 감세’를 원상회복하는 것”이라며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이에대해 야당은 “기업 목조이기”라며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난한다. 여·야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임에는 같은데 세부 실천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정치권의 이러한 법인세 논쟁은 순전히 黨利黨略(당리당략)이라는 생각이다. 법인세의 인하를 ‘부자 감세’라고 하는 여당과 정부의 시각은 한여름에 털코트를 걸친 듯 철 지난 명품 같다. “부자 감세를 원상회복했다”는 논리보다는 “재정수요가 늘어나 증세 대책이 시급하고 여러 가지 방안 가운데 법인세 인상이 집행하기 쉬워서 일차로 단행하는 것이다”라는 주장이 훨씬 명쾌하다.

우리나라는 원재료를 수입하여 부가가치를 높여 다시 수출하는 소위 무역을 통하여 성장했고 앞으로도 대외무역만이 살길이다. 자원 빈국인 우리는 높은 기술력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무역을 선도하는 기업들을 지원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할 정도다. 우리 기업들은 세계적인 경기둔화와 소비 부진에 원재료 가격 폭등과 운송비의 증가, 관세장벽 등으로 수익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 상품이 세계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키워야한다. 경쟁력은 첫 번째가 기술력이고 둘째가 정부의 지원이다. 정부의 지원 가운데 가장 현실적으로 기업이 애로를 느끼는 부분이 법인세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해야 한다. 법인세를 높이는 것은 우리 기업들의 대외 경쟁력과 대외 신인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결론적으로 법인의 이익이 감소하고 비례하여 법인세를 못 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법인세는 법인이 경제활동을 통해 낸 이익에 과세하는 세금이다. 법인이 이익을 못 내면 법인세도 ‘제로’이다. 유수의 기업들 특히 연간 매출이 수조 원을 넘는 기업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례도 보게 된다. 법인세율이 아무리 높으면 뭐 하나. 법인세 낼 법인이 없다면 의미 없는 공염불이 된다. 법인세를 내려서 기업들의 부담을 들어주어야 자유로운 기업활동에서 오는 선순환의 동력이 생기게 된다. 기업이 정부를 믿고 긍정의 힘으로 세계를 누빌 때 기업의 이익이 극대화되고 저절로 법인세는 많이 들어오고 나라 살림살이가 부강해진다는 생각이다.

법인세를 인하할수록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고, 기업들의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는 것이 법인세 운영의 전통적 이론이다. 이를 어기고 ‘부자 감세’라는 특이한 논리로 법인세를 인상한다면 “소는 누가 키우나”하듯이 나라의 주축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일등이고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작년에 법인세를 한 푼도 못 냈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법인세율이 낮아서 법인세를 못 냈을까? ‘부자 감세’ 정책 때문일까? 그만큼 법인들이 이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라는 설명에 공감하게 된다. 법인세 인상에 부담을 느낀 법인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다. 결국 적자에 허덕이는 법인만 남아있고 이익을 내는 우량법인들은 모두 해외로 이전하는 ‘서울의 겨울’이 오면 작금의 재정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돈을 빌리지 않을 수 없고, 세계에서 가장 부채 강국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IMF 때 이미 경험했듯이 나라의 존·망이 위태롭게 된다는 의미다. 이미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GO HOME’을 외치며 애국심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자. 법인세 인하로 기업을 지원하자. 나라의 융성과 미래 발전이 달렸다. 한마디로 법인세 인상은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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