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액 7.6% 규모165억달러 계약...주가 11개월 만에 7만원대 진입

일론 머스크 "삼성, 차세대 AI6 생산에 전념, 전략적으로 중요한 계약"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와 23조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삼성-테슬라 간의 협업관계가 이어져 그동안 중단됐던 삼성SDI의 테슬라 배터리 공급 가능성에 대한 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던 파운드리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는계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글로벌 대형기업과 2033년 12월31일까지 지난해 매출액의 7.6%에 해당하는 22조7648억원(165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수주 계약일은 지난 26일로 계약상대방의 영업비밀 보호 요청에 따라 체결계약명, 계약상대, 주요 계약조건은 유보기한일의 다음 영업일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공시일 오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자신의 엑스(X) 계정을 통해 삼성전자와의 계약 사실을 알렸다.

파운드리 계약 상대방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로 확인되면서 삼성전자 주가도 상승해 7만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대에 오른 것은 지난해 9월5일(장중 최고가 7만1200원)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테슬라와의 이번 공급 계약은 지난해 삼성전자 총 매출액 300조8709억원의 7.6%에 해당하는 규모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단일 고객 중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계약 기간은 지난 24일부터 2033년 12월31일까지 8년5개월에 이르는 장기 계약이다.

이날 일론 머스크는 삼성과의 계약 사실을 직접 알리면서 엑스(X) 계정에 “삼성의 새로운 대규모 텍사스 공장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며 “이 계약의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적었다.

AI6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고성능 인공지능(AI) 칩으로, 테슬라 차량의 완전자율주행(FSD)은 물론 휴머노이드 로봇, 슈퍼컴퓨터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AI6는 기존 칩보다 연산 능력과 전력 효율이 뛰어난 만큼 삼성전자의 첨단 2nm 공정을 활용해 생산할 예정이다.

다만 일론 머스크가 AI6 이전 세대인 AI5 칩이 2026년 말부터 양산될 것이라 밝힌바 있어, AI6 칩의 구체적인 생산 일정은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머스크는 현재 삼성전자가 AI4 칩을 생산하고 있으며, 대만 TSMC가 AI5 칩을 먼저 대만에서 생산한 뒤 향후 미국 애리조나에서 제조할 것이라고도 적었다. 또한 “(계약 규모인) 165억달러는 단지 최소액이다. 실제 생산량은 몇 배 더 높을 것 같다”는 글을 추가로 남겨 삼성전자가 맡을 생산 물량이 계약 규모보다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2022년부터 낮은 수율(양품 비율)과 글로벌 실적 부진으로 매 분기 조 단위의 적자를 기록해왔다. 현재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8%로 업계 1위인 TSMC(67%)에 크게 뒤처진 상태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으로 그동안 주춤했던 파운드리 사업에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측이 미국 내 생산을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 중인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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