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법은 종교법인을 비영리 공익법인의 하나로 보아, 종교행위 또는 제사를 목적으로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해 지방세 감면을 하고 있다. 이를 규정한 조항이 「지방세특례제한법」 제50조인데, 종교법인이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 한해 취득세와 재산세 등을 감면해주는 내용이다. 이 조항의 취지는 단순한 세제 특례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입법적 장치로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근 일선 과세 현장에서는 이 조항의 ‘종교행위’ 와 ‘직접사용’ 요건을 지나치게 지엽적으로 해석하여 감면을 배제하거나 추징까지 이뤄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예컨대, 천주교 성지처럼 산속 깊이 자리한 공간이 순례자를 위한 묵상이나 기도 등의 장소로 쓰일 경우, ‘종교행위 또는 제사를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오인하여 과세하는 식이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조세 감면은 “예외적 적용”이므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대법원 해석이 일반적 반복적으로 인용된다. 그러나 의문이 든다. 이 원칙이 과연 종교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특법 제50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는가? 조세특례제한법이 특정 산업을 육성하거나 고용을 창출하기 위한 정책적 유인이 그 본래의 목적이라면, 지방세 감면은 종교단체의 고유 목적 수행을 위한 헌법적 지원이다. 즉, 정책적 도구가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 보장의 수단이다. 그 목적과 기능이 다른데, 같은 해석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더 나아가 이 문제는 실무 공무원의 ‘보신주의적 과세’로 이어진다. 감면을 인정하는 것보다 과세하는 쪽이 행정 책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행정이 과연 법적 정의를 실현하는 방식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때 간과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조세 부담의 최종 귀착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다. 종교법인은 법인이지만, 그 재정은 신자들의 헌금과 신앙 공동체의 자발적 기여로 운영된다. 결국 종교법인에 과세를 한다는 것은, 그 공동체를 구성하는 국민 개개인에게 이중의 조세 부담을 지우는 셈이다.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을 근거로 종교법인에 과세를 정당화한다면, 결국 신자들은 개인적으로도 납세의무를 지고, 종교 활동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또 한 번 조세를 부담하게 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과연 이것이 헌법상 납세의무의 의미인가? 납세의무는 국민 개개인이 법률에 따라 자신의 담세능력에 맞게 조세를 부담하는 원칙이다. 국가를 대신해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종교 공동체에까지 동일한 부담을 요구하면서도 그 기여에 대한 고려는 일절 하지 않는다면, 이는 평등 과세가 아니라 역차별에 가깝다.
실제로 종교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노인 돌봄, 청소년 상담, 자선 활동, 지역사회 복지 등은 수많은 종교기관들이 자발적 헌신으로 운영하고 있는 영역이다. 신앙의 자유는 단지 개인의 내면적 믿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공동체가 움직일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종교법인이 일정 범위의 재산에 대해 지방세 감면을 받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헌법과 현실이 조화를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조세 정책이다. ‘형식적 직접 사용’이라는 문구에만 매몰되어, 종교 공동체가 가진 실질적 공익성과 역사성을 무시한 과세는 결국 법의 목적을 외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되물어야 할 때다. 헌법이 말하는 납세의무는 종교 공동체의 신앙 공간에까지 중첩되어야 하는가? 종교법인의 과세는 단지 법인의 몫이 아니라, 국민의 신앙생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라는 점에서 그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
지방세특례제한법 제50조의 해석과 운용은 단순한 세금 감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종교의 자유와 조세 정의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며, 그 해답은 과세의 형식이 아니라 헌법의 정신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강우석 회계사 프로필]
△ 공인회계사, 세무사(세무사 시험 합격)
△ 안세회계법인 송도지점 대표
△ 기업의별 자문위원
△ 서울지방국세청 국선대리인
△ 인천광역시 용역심의위원회 위원
△ 인천광역시 지방보조금 관리위원회 위원
△ 인천시의회 의원연구단체 운영심사위원회 위원
△ 연수구청 지방세 심의위원
△ 연수구청 결산검사 위원
△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감사
△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마리스텔라 운영위원
△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 운영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