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명목세율’ 직접 인상하는 방안은 신중할 필요”
“국민생활·기업활동 중요한 영향 미치는 세제개혁 과제 대부분 빠져 아쉽다”
“대주주 양도세 구간 환원, 명칭부터 ‘특정주주’로 바꾸고 연말 일시매도 방안 강구해야”
지난 31일 이재명 정부가 첫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세금전문가 단체인 한국세무사회는 일성으로 과연 ‘세제개편’이라는 표현에 부합될 정도로 조세약자를 위한 조세제도로 혁신하거나 국민이 원하는 세금제도로 나아간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논평했다.
세무사회는 세제개편은 경제·사회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조세의 공평성·효율성·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세목 구조, 과세 기준, 세율 체계, 감면 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정비·조정하는 정책적 작업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논평의 배경이다.
세무사회는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개편안 중 실질적인 ‘세제개편’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법인세율 환원 ▲증권거래세율 환원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환원 ▲교육세 세율 인상 등을 들 수 있으나, 그마저도 상당 부분이 과거제도로의 환원에 가까워 제도의 근본적 변화나 구조적 개편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오히려 현행 제도의 실효성을 보다 높이기 위한 수정·보완을 세심하게 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의 개선요구가 많았던 ▲유산취득세 상속세 개편 ▲주거권을 침해하는 집 한채 상속, 이혼보다 불리한 상속세 공제액 개선 ▲증여세 등 국민생활세금의 합리적 면세범위 조정 ▲폭증하는 복지 등 재원마련대책 확보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환경세체제 구축 등 국민생활과 기업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세제개혁 과제 대부분이 빠진 것은 정부 출범후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인세율·대주주 과세대상 환원, 재정확충 위한 필수불가결인가?
또한 세무사회는 법인세율 인상조정은 ‘환원’, ‘정상화’라는 대의명분에도 오랫동안 이중과세 논란도 있고 글로벌 세율 비교를 통한 국제적 경쟁력 논의의 중심에 있어 왔기에 법인세율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고려할 때 법인세 ‘명목세율’을 직접 인상하는 방안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무사회는 굳이 세율을 손대야 한다면 과표구간을 인하조정하는 방안, 70조를 넘어선 비과세·감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의 경우 AI, 반도체 등 신산업육성 등 산업정책 목적과 효과성이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조세지출 대상에서 원천 제외하는 것이 ‘명목세율’ 인상의 부작용은 줄이면서 ‘실효세율’을 극대화해 과세형평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우선 강구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무사회는 또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주주’기준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환원시켜 대주주에 대한 자본이득 과세범위를 환원하는 조치와 관련 비상장주식이나 다른 소득처럼 과세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동의할 수 있지만, 전부가 아닌 일정한 과세기준액으로 과세대상으로 삼으려면 ‘정상화’를 넘어서는 정책적 논거,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인 의미의 대주주와 다른 개념으로 과세대상을 지칭하는 ‘대주주’라는 명칭을 일정한 과세대상만을 의미하는 ‘특정주주’로 교정하는 한편, 과세대상에서 회피하기 위한 연말 일시매도를 방지할 방안을 강구하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정안 시행으로 추구하는 주식투자 활성화와 주주가치 제고 정책과 상충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과세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개정안을 시행하더라도 지난 정부에서 과세대상에서 제외할 때처럼 단박에 조정하는 것보다 세 부담을 늘리는 정책임을 감안하여 향후 3년 정도에 걸쳐 단계적 조정 로드맵으로 제시하는 경우 국민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필요하다면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 설계가 중요
세무사회는 또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배당기업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이라면서 주주친화적 기업문화를 유도하고 증권투자를 활성화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정책 방향으로 볼 수 있지만, 심지어 시장친화적이었던 보수정부조차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배당소득자에 대한 분리과세를 시도한다면 조세공평성 보다 우위에 설 정도로 필수불가결한지, 시행된다면 과연 형평성과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면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설사 자본시장 활성화만을 목표로 한 것이라 해도, 상장기업의 배당정책은 대부분 투자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결정되는데도 고배당기업에 투자한 배당소득자에 한해 세제혜택을 준다는 점, 현재 자본시장은 특정기업이나 배당성향에 따른 직접투자보다는 펀드나 리츠 등 집합투자기구를 통한 간접투자가 크게 늘어나 수혜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점, 주주의 과도한 배당압력과 배당경쟁으로 기업의 건전성을 크게 해질 수 있다는 점까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
또 상장법인만 아니라 비상장법인, 집합투자기구의 배당소득이나 유사한 금융소득인 이자소득은 대부분 분리과세 적용대상이 아닌 경우 기업형태와 소득 간에 형평성을 크게 해치고, 배당 외에 주주가치 증진과 배당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 자기주식 취득 등에 대하여는 수혜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다른 소득이 없이 배당소득만 있는 납세자의 경우 기존보다 세액이 증가할 수 있으며, 분리과세 세율을 3단계로 나눈 구조는 행정상 복잡성을 야기하고 원천징수와 지급명세서 제출 등 실무적 부담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고배당기업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실효성과 정책목적 간의 정합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객관적인 실증분석을 바탕으로 상장주식 배당소득에 대한 최초의 분리과세 제도 도입에 대한 타당성과 적정 범위를 신중히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에 집중된 혜택과 현장에 실효성없는 조세지출 재설계 필요
세무사회는 미래전략산업 지원 강화를 통한 경제산업 대도약을 위해 국가전략기술 및 신성장·원천기술 범위를 확대하고, AI 해외 우수인력의 국내 복귀 소득세 감면을 연장하고 고용지원을 위해 통합고용세액공제를 합리화하는 등 기술주도 성장을 위한 효과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은 것은 ‘진짜성장’을 위한 지원책으로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AI·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해 산업 경쟁력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매년 수조 원이 넘는 비과세·감면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되지만,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이 소외되거나 기술력도 없는 대기업의 중복투자에 무분별한 조세지출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부터 이어왔고 국민주권 정부에서도 결코 중단할 수 없는 미래전략산업 육성 지원 등으로 향후 몇 년 내 조세지출 연 100조원 시대를 열게 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산업발전 성과가 담보되지 않는 무분별한 조세지원보다 성과에 따른 보조금 지원이나 사후적 장려세제로 선별 전환하는 등의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어 통합고용증대세액공제의 경우 세무사회 건의에 따라 고용증대 이후 고용인원이 감소한 경우에도 추징하지 않고 유지된 인원에 대해서는 추가공제 하도록 하는 등 ‘통합고용세액공제 구조개편 및 사후관리 합리화’ 개선책을 마련해 준 것은 급변하는 경제여건에서도 실제 고용을 하는 현장의 기업 입장을 잘 살핀 것으로 매우 잘한 개정이다.
하지만 어떤 정부든 고용 투자 등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관성적으로 고용증대세액공제를 비롯한 엄청난 규모의 조세지출을 늘리고 있지만, 세금지원만큼의 정책효과를 보려면 조세지출보다는 고용지원금 등 세출 부문으로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서민·중산층 국민 현실 반영하고 불합리한 제도 개선하는 ‘큰 그림’ 강구 필요
세무사회는 저출산 극복과 민생안정을 위해 소득세 공제 범위와 금액을 일부 조정해 세금 부담을 축소시킨 것은 실액공제를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즉 ▲자녀 1인당 50만원씩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 상향 ▲보육수당 비과세 자녀당 월 20만원 확대 ▲월세세액공제 대상 주택 면적 제한 폐지 등은 다자녀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국민의 세부담을 축소할 수 있고 ▲대학생 교육비 특별세액공제 소득요건을 폐지하여 대학생 자녀를 둔 가정의 교육비 부담을 고려한 현실적인 개선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소득세 과표 기준액도 2008년 이후, 부양가족 등 기본공제액도 2009년 이후 1명당 150만 원으로 동결되어 있으니 동 기간 중 물가상승(소비자물가지수 CPI 기준 31.8%) 등을 고려하면 외려 국민들은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면서 OECD 대부분의 국가가 도입했고 세무사회가 지난해부터 도입을 강력하게 제안한 ‘물가연동세제’ 차원에서 과세표준이나 공제액의 현실화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현재 봉급생활자와 함께 성실신고확인대상자에 한정된 사업자에 대한 의료비, 교육비, 월세세액공제 등에 대한 세액공제제도도 과표양성화가 사실상 달성된 사업자 전부에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 조세제도 합리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