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태안지역 기름유출사고 피해 복구에 참여한 당시 국세청장과 국세청 직원들이 해변에 범벅이 된 기름때를 지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07년 태안지역 기름유출사고 피해 복구에 참여한 당시 국세청장과 국세청 직원들이 해변에 범벅이 된 기름때를 지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역사상 최초의 현역 국회의원 출신 임광현 국세청장의 취임 직후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세청 안팎에서 8월1일 기준 취임 열흘 동안 보여준 그의 행보에 관심 폭발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취임 이튿날이었던 지난 24일, 그의 발걸음은 충남 예산군으로 향했다. 충남 예산군은 7월16일~17일 양일간 누적 400mm 폭우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지역. 임 국세청장은 노란색 민방위 점퍼를 입고, 피해지역 관할인 예산세무서를 방문해 피해지역 납세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세정지원을 당부하는 한편, 피해 현장을 찾아 주민들과 직접 만나 상황을 전달받았다. 

다음 날에는 경남 산청군으로 달려갔다. 경남 산청군 또한 폭우 피해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최근 몇 년 동안 국세청을 거쳐 간 징세 기관의 수장인 국세청장이 국민 앞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스스로 '은둔(?)'을 선택했었다. 이를 감안하면 임 국세청장이 취임 첫 대외활동으로 폭우 피해지역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것은 상당히 신선하면서도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새 국세청장의 민생행보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들은 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당초 임 국세청장은 자신의 일정을 대내외에 공개하지 말 것을 사전 주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현장 활동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까지 첨부된 기사들이 그의 동선을 따라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사진 속 그의 표정과 태도다. 매 컷 심각한 표정으로 그는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득달같이 현장을 방문해 민생을 보듬는 '이미지'를 얻어내는, 전형적인 '정치인'의 모습이 도드라져 보였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세청장 재직 이후 다시 정치를 할 생각이 있느냐는 일부 청문위원들의 질의 '나중 일이다'라는 모호한 답변 의도가 이해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고관대작으로서 민생을 살피는 것에 색안경을 끼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하지만 수 십조 원의 세수 결손이 우려되고 있는 국가재정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재정조달기관의 수장으로 하루라도 허투루 쓰지 않아야 할 마당에 그가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를 구하고자 하는 의도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국세청 안팎에서 나온다는 것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다. 비록 1년 남짓 국회의원 활동을 했다 할지라도 임 국세청장은 현재 대통령도 행안부 장관도 아니며 피해 지역 단체장도 아닌, 지명직 국세청장일 뿐이다. 

피해 지역에 대한 세정지원은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책상에 앉아 충분히 지시할 수 있고, 현장의 요구사항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일선 세무서 조직들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청취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국세청장은 본연의 임무인 재정조달만 잘 해낸다면 박수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임 국세청장이 피해 복구에 힘 좀 보탠답시고 와이셔츠 팔 걷어붙이고 삽, 곡괭이 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다행스럽다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임 국세청장의 취임 직후 행보를 보면서 과거의 한 장면이 스치듯 떠 올랐다. 지난 2007년 12월7일, 충남 태안군 인근 해상에서 선박 충돌로 인한 대량 기름 유출이 발생한 국내 최대의 해양오염 사고가 터졌다. 국가적 재난상황이었다. 

당시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았던(2007년 11월30일 임명)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백여 명의 국세청 직원들을 대동, 기름 범벅이 된 태안 앞바다를 찾아 방제작업에 몸을 던졌다. 천지를 진동하는 기름 냄새를 막아줄 마스크조차 쓰지 않은 채 해변가에 잔뜩 쌓인 기름 덩어리들을 손수 제거하는 한 전 국세청장의 사진들이 온 언론에 보도됐다. 

한 전 국세청장에 대해 국세청 안팎에서는 퇴임 후 정치에 도전할 것이라는 설이 재임 시절 내내 따라다녔다. 

실제로 한 전 청장은 그림로비 의혹(무죄)에 휩싸여 불명예 퇴진한 후(2009년 1월19일 퇴임) 세무대리인으로 활동하다 2014년 재·보궐 선거, 2016년 총선에 도전했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충남 태안은 한 전 국세청장의 고향이기도 했다. 충남 예산은 임 국세청장의 고향(충남 홍성)과 지척이다. 임 국세청장의 행보에서 한 전 국세청장의 모습이 엿보였다고 한다면 과한 오버랩인 것일까.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달 25일 경남 산청군 폭우 피해지역을 살피고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달 25일 경남 산청군 폭우 피해지역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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