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터졌다. 이번에는 염치없는 한 전직 세무서장의 오기로 인해 많은 선량한 국세공무원들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갈 위기에 빠졌다.
한 시중은행의 세무조사를 맡았던 서울지방국세청 한 간부가 이 저축은행 경영진으로부터 조의금으로 1100만원을 받았다가 해임되자 다시 공무원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며 복직 소송을 냈고, 법원이 이 조의금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사실이 최근 만천하에 공개됐다.
많은 국세공무원들은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식이 없다고도 했다. 세무조사를 하면서 슬슬 봐주지 않았다면 어느 누가 조의금으로 1100만원을 선뜻 내놓겠는가? 지금 재판중인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CJ그룹으로부터 3억 원의 뇌물을 받은 것을 당초에는 취임축하금이라고 둘러대다 망신을 당한 것과 매 한가지다.
그러나 이 사람은 거액의 뇌물성 조의금을 받고도 복직해 달라고 이렇게 소송을 냈으니 황당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일이 터지면 많은 선량한 국세공무원들이 받을 상처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어떤 직원은 어디 나가서 국세청에 근무한다고 말하기가 부끄럽다고까지 했다. 지난해 전직 국세청 수장들의 뇌물 스캔들에 이어 서울청 조사국 직원들의 집단 뇌물비리에 이어 이번 판결은 어쩌면 국세청 사람들의 속마음이 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생각할까 두렵다고까지 했다. 어떤 직원은 개인적으로 창피스럽다는 생각은 스스로 감내하면 되지만 국세청의 업무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할까 그것이 더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연 국세공무원들이 다 염치없는 사람들일까? 절대로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거 모 지방국세청장이 자식의 혼사를 치르면서 축의금을 받지 않자 그래도 축의금을 전달하고픈 기업관계자들이 발을 동동구르는 일도 목격되기도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지방청장 출신은 자식의 결혼식에서 받은 축의금 전액을 불우이웃시설에 기부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귀감이 되기도 했다.
또 최근 기자는 국세청의 한 간부가 자식의 혼사를 요즘 유행하는 ‘작은 결혼식’으로 치른다는 사실도 접했다. 그리고 많은 국세청 사람들도 호텔사장 좋은 일만 시키는 호화 결혼식보다 소박하고 작은 결혼식으로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한다.
‘거액의 뇌물, 비정상의 조의금’은 한 두 마리의 미꾸라지가 국세청이라는 청정지대를 흐려놓은 것일 뿐 전체 국세공무원들이 이들처럼 결코 몰염치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가지 아쉬움 점은 있다. 국세공무원과 관련한 뉴스는 ‘왜 굿 뉴스는 없을까’하는 것이다. 심혈을 기울이는 납세홍보에 더해 음지를 지향하는 착한 국세인들에 대한 홍보에도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