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여의도 당사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윤동주의 젊은 날 절절한 외침이다. 성인이 아닌 다음에야 불가능하다. 다만 인간 본성을 회복하자는 문학적 호소이리라. 문학과 현실은 아르지만 나라의 지도자임을 자처하는 정치인들이 반드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할 金科玉條(금과옥조)라는 생각이다. 흔히들 廉恥(염치)라고 하는 양심의 가책을 내버린 사람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 현실은 염치는 실종되고 僞善(위선)과 기득권에 집착하는 철면피들이 득세하고 있다. 의회의 입법권과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까지 거머쥔 민주당은 승리자의 권리를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으스대고 뽐내도 말릴 수가 없다. 싸워서 이길 수도 없고 싸울 필요도 없다. “부러워하면 진다”고 했다. 그런데 패자인 ‘국민의힘’은 패자의 자세마저 보여주지 못한다. 이미 썩어버린 빵조각을 두고 서로 가지겠다고 자기들끼리 焚蕩(분탕)질 이다. “보수를 지키기 위하여”니 “개헌 저지선을 지켜야 한다”는 허울로 쥐 꼬리도 못 되는 자신들의 정치권력을 지켜보겠다고 안달이다. 이미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의 정치에 使役(사역)하는 것 외에는 국회의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입법권은 이미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독식이고 아무리 협치를 하자고 매달려도 ‘소귀에 경 읽기다’ 스스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낄 것이다.

이런 정치 환경에서 패자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뭔가 한다고 하는 것이 더 우습다. 세비 받기가 민망해서 뭐라도 하는 척인지 모르지만 이제 웃기지도 못하는 코미디는 제발 끝내주길 바란다. 7일 ‘25년 세제개편안 평가 및 시장영향 분석’ 토론회는 무슨 의미인지 도대체 그 취지를 알 수가 없다. 뭐 하는 짓인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차라리 안 하니 만 못하다. 대학교수가 나와서 법인세가 어떠니 감세가 어떠니 해봐야 무슨 소용인가? 민주당의 정책에 반영되리라 생각한다면 아직도 ‘국민의힘’이 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는지 그 이유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세제개편안’을 비판한들 무슨 소용인가? 모든 것이 예산 낭비요 국민의 혈세가 줄줄 새는 현장을 보는 기분이다. “이미 와버린 이별인데 슬퍼도 울지 말아요./이미 때늦은 이별인데 미련은 두지 말아요...” 가수 나훈아의 ‘무시로’가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두 용이 치열하게 싸웠다. 국민의 선택은 절묘했다. 대권을 국민의힘에 넘겨주는 대신 입법권을 민주당에 주어 상호 견제와 협치를 주문했다. 그러나 평화도 휴전도 없었다. 정적 죽이기와 버티기로 2년을 허비한 끝에 공격무기가 바닥난 국민의힘이 완패했다. 서로 상대를 인정하고 상호 견제와 균형을 맞추면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었다. 입법권과 대통령의 거부권이 충돌하고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 잡기가 도를 넘지만, 이것 역시 국민의 명령이었다. 소수 여당의 운명적 한계를 인정하고 야당의 협조를 구하고 야당의 원하는 바도 들어주면서 점진적으로 국정의 매듭을 풀어나갈 것을 주문한 것이다. 국민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내의 바닥을 드러낸 국민의힘과 정부 여당은 한순간의 실수로 무너졌다. 그들의 오만함에 하늘도 실망해서 버린 것이리라.

어떤 생물도 머리가 잘리면 심장도, 몸통도, 팔다리도, 꼬리도 의미 없다. 말 그대로 모두 완전하게 죽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 확정되는 날 이미 죽은 것이다. 2025년 4월4일 오전 11시22분.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주문낭독이 끝나는 동시에 완벽하게 죽은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헤게모니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자신들이 만들어 낸 대통령을 지키지도 못했으면서 ‘찬탄’이니 ‘반탄이니 서로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느라 바쁘다. 누가 개혁 대상인가? 누가 개혁의 주체인가? 목소리만 요란하다. 빈 수레들이 뒤엉킨 형국이요 머리 잘린 거대한 생선이 퍼덕이는 장면 같다.

사실 대통령이 파면 되는 날 국민의힘은 완전히 죽어야 했다. 국회의사당 마당에서 국회의원 108명 전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당 사무직 직원, 보좌관 비서 할 것 없이 모두 나와 국민에게 席藁待罪(석고대죄)하고 해산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했다. 維(유)-歲次(세차) 乙巳年(을사년. 2024년) 庚辰月(경진월. 4월) 癸卯日(계묘일. 4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보수 정치단체 ‘국민의힘’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敢昭告于(감소고우). 顯(현)考(고) ‘국민의힘’ 사망. “아! 원통한지고, 아! 분한지고. 보수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보수여! 보수여! 자유와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단군 이래 우리 한민족의 유구한 전통과 맥을 이어온 ‘국민의 힘’의 사망을 애도하고 보수 진영의 괴멸을 슬퍼하며 국민 여러분께 엎드려 사죄드리오니 부디 넓은 아량으로 사랑을 회복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饗(향)” ‘국민의힘’이 사망했음을 알리고 제를 올려 하늘에 고하고 다 같이 분하고 원통함을 달래야 했다. 장지연 선생이 을사늑약을 슬퍼하며 ‘시일야방성대곡’ 했듯이 모든 보수의 대성통곡을 보여줘야 했다. 死卽生 生卽死 (사즉생 생즉사)라 했다. 죽음이 곧 삶의 희망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실천해야 했다. 그리고 완전히 바닥으로 내려가 각 지역구 별로 당원들과 합심하여 우리 사회의 힘든 곳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는 봉사를 실천하면서 승자들의 실수를 기다려야 했다. 진정한 패자의 모습과 재기를 위한 힘을 비축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진정성 있게 보여주어야 했다.

민주당의 일당독재가 되어도, 헌법을 바꿔도, 나라가 빚더미에 앉아도 어쩔 도리가 없다. 모든 것은 승자인 민주당이 감당해야 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했다. 민주당이 잘하여 국민의 선택을 다시 받으면 그 역시도 어쩔 수 없다. 그만큼 국민의 명령은 절대적인 것이다. 단만 완전히 죽음으로써 새로 태어남을 기대하는 것이다. 음과 양이 盛衰(성쇠)를 반복하는 것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다. 그래서 달도 차면 기운다는 옛말이 생긴 것이다. 완전히 해체하고 모든 당원과 보수층이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가서 약자들을 보듬고 어렵고 힘든 곳으로 스며들어 봉사와 희생으로 진정을 보여준다면 민심이 회복될 것이고, 보수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이 땅에 정착시켰듯이 보수의 싹을 다시 보듬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소중함을 모으는 새로운 깃발 아래 일치단결로 뭉칠 때 보수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

이미 명줄이 끊어진 ‘국민의힘’을 부둥켜안고 발버둥 쳐 봐야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다. 지금이라도 하루라도 빨리 ‘국민의힘’ 의원 전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각자의 지역구로 내려가 가장 낮은 곳에서 봉사 하시라. 그래야 다음이 있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화를 갈망하는 주체들의 노력이 강할수록 변화도 빨라진다. 우리는 그것을 역사라 부르기도 하고 시간의 법칙으로 이해한다. 인류가 생긴 이래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다음에는 세월의 힘을 믿어보자. 이미 힘을 잃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주는 세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하늘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의 존재 자체가 ‘혈세 낭비’의 사례로 꼽힌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훗날 한 점 부끄럼 없는 정치인 이었다는 칭송을 위해 지금은 물러나기를 권한다. 최소한 국민에게 ‘세금충’으로 보일 정도면 각성 정도로는 부족하다. 전부를 건다는 결연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미래는 암흑일 뿐이다. ‘국민의힘’으로는 개혁도, 쇄신도, 혁신도 모두 무용지물이다. 부질없는 몸부림으로 힘 빼지 말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 빠른 길일 수도 있다. 보수의 재건을 위해서 드리는 고언이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