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2분기 연결 영업익 9154억원, 순이익 7936억원…전년보다 증가

삼성화재, 순이익 늘었지만 상반기 1조2474억원…전년보다 5.1% 줄어

"유의적 영향력 보유하지 않아, 지분법 대상 아닌 것으로 판단"…논란 지속될 듯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한 삼성생명이 상반기 결산을 앞두고 회계처리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나란히 올해 상반기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생명은 순이익이 개선된 데 반해, 삼성화재는 그간 지속해 온 상승세가 꺾인 모습이다.

삼성생명은 이번 회계처리에서 논란이 돼왔던 지분법 적용을 하지 않고 기존대로 삼성화재 주식을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으로 분류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9154억원, 순이익은 793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1.1%, 0.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3일 공시했다. 매출은 10조911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8.2%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 1조6694억원, 순이익 1조4711억원을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8115억원과 6384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전년 대비 각각 3.7%, 4.2% 성장했지만, 상반기 누적 순이익 1조247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다. 상반기 매출액은 12조96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조6038억원을 기록해 4.5% 감소했다.

삼성화재는 공시에서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주주환원정책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보통주 136만 3682주, 우선주 9만 2490주를 소각한 가운데 지난해 15.9% 수준이었던 자사주 비중을 2028년까지 5%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품게 된 것은 삼성화재가 정부의 밸류업 정책 등에 따라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하면서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보유지분이 보험업법 허용 기준을 넘어서기 때문에 지난 3월 금융당국에 자회사 편입 승인을 신청해 금융위원회가 최종 자회사 편입을 승인함에 따른 것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4월 1일 이사회 의결에서 보통주 136만3682주, 우선주 9만2490주, 총 5125억8110만5000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고, 30일 자사주 소각을 마무리하면서 삼성생명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화재의 지분율은 보통주 14.98%에서 15.43%로 상승했다.

삼성화재는 자회사 편입 이후에도 경영 전략과 사업 추진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며, 금융당국도 자회사 편입을 승인하면서 단순 지분율 조정을 위한 절차라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화재가 삼성생명에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회계처리 기준에 대한 논란은 거세게 일었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지분법을 적용해 삼성화재의 순이익 중 보유 지분만큼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분법은 모회사가 관계회사의 순이익을 지분율만큼 반영하는 회계처리 방식이다. 통상 자회사 지분율이 20% 이상일 때 적용하는데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15.4%(보통주 기준)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은 기존과 같이 삼성화재 주식을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옛 매도가능증권·FV OCI)로 분류했다. FV OCI로 회계처리하면 삼성화재 실적이 삼성생명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분율이 20% 미만이라도 명백하게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지분법을 적용해야 한다. 국제회계기준(IAS 28)에서 '유의미한 영향력' 판단 요소로 꼽는 것은 경영진의 교류, 정책 결정 과정 참여, 이사회 구성 참여 등이다.

지분법을 적용하면 삼성화재의 순이익 중 삼성생명 지분율에 해당하는 금액이 삼성생명의 재무제표에 반영돼 실적은 증가하지만, 유배당 계약자에게 돌아갈 배당도 늘어 그만큼 배당 부담이 커진다. 이전에 판매했던 유배당 상품 관련 보험부채를 반영하지 않은 '일탈회계'도 비판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법 적용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법 적용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의 확고한 최대주주이고 보험업법상 모회사로 관리 및 감독 권한을 지닌 만큼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에도 지분율이 20% 미만이라는 이유로 지분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회계처리의 일탈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회계기준원은 지난달 16일 '생명보험사의 관계사 주식 회계처리'를 주제로 제148회 KAI 포럼을 개최하면서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에 대해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럼에서 회계기준원은 그에 대한 근거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중요한 거래로 삼성금융 플랫폼인 모니모를 공동 운영하고 있고, 블랙스톤과 9300억 원 규모의 공동 펀드 투자 약정을 체결하는 등 거액의 투자 및 사업이 진행하고 있다"면서 "또 경영진 상호 교류로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가 삼성화재 대표에서 이동했고,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가 삼성생명 부사장에서 옮긴 점 등 고위 임원들을 대상으로 교차 인사가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제회계기준(IAS 28)을 넓게 해석해 삼성생명의 지분법 적용을 강제해선 안된다는 반론도 컸다. 큰 원칙은 국제회계기준을 따르지만 세부적인 회계처리는 각 기업의 판단에 맡기는 게 원칙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지분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도 '유의적 영향력'에 대한 판단을 감독당국이 선을 그어주면 되겠지만, 현재 삼성생명의 회계처리에 힘을 실어주던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지난 6월 5일 임기 만료로 퇴임해 금감원장직은 공백 상태로 비어있다. 앞서 이 전 금감원장은 "지분율이 20% 미만이면 지분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회계적으로도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삼성생명이 당분간 금융당국의 판단 없이 스스로 회계 처리 방식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이날 공시를 통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의 보통주식 관련 사항으로 2025년 4월 1일 삼성화재 이사회의 보통주 자기주식 소각 결정에 따른 2025년 4월 30일 보통주 자기주식 소각으로 인해, 연결실체의 보통주식 지분율이 15%를 초과함에 따라 2025년 4월 30일 기준으로 삼성화재가 연결실체의 보험업법상 자회사로 편입된 사실이 있다"면서 "다만, 보험업법상 자회사로 편입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유의적인 영향력을 보유한다고볼 수 없기 때문에 기업회계기준서 제1028호 문단 6에서 정하는 사항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의적 영향력 보유 여부에 대해 검토하였고, 연결실체는 삼성화재 주식에 대해 유의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여 삼성화재 주식을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으로 분류하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의적 영향력 보유 여부와 관련해 삼성생명의 판단 근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보험업법상 자회사 편입에 대해 삼성화재를 보험업법상의 자회사로 편입함에 따라 발생하게 되는 보험업법 및 동법 시행령상 삼성화재에 대한 법적 권리·의무관계에 대해 검토하였으며, 그 결과 재무 및 영업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연결실체의 삼성화재에 대한 법적 권리·의무관계의 변경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라며 "보험업법상 자회사로 편입된다는 사실만으로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요소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삼성생명은 "기업회계기준서 제1028호 문단 6에서 열거하고 있는 5가지 경우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해당 상황이 삼성화재에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했다"면서 "삼성화재 이사회나 이에 준하는 의사결정기구 또는 중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지 여부, 거래규모/목적/빈도, 임직원의 파견을 통한 관리ㆍ감독 여부 및 기술에 대한 의존도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했지만, 당반기말 현재 삼성화재에 유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명백히 입증할 수 있는 사실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지분법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이 이날 기존의 회계처리 방식으로 올해 상반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당국의 특별한 제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회계기준원과 여론 등의 역풍은 여전히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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