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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실 두어 간만 있어도 세전(세금)이 몇십 전이오, 담배 몇 포기만 심어도 세전이 몇백푼이며, 돼지 한 마리만 잡아도 세전이 몇 냥이오. 술 한 항아리만 담아도 세전이 몇 환이며, 그 외에도 지방세라 하는 명목이 허다히 날로 출생첩출하니 오호라 이 백성들이 어느 땅으로 도망하여 가서 살까.”(대한매일신보, 1910년 1월25일)

조세제정연구원의 한국세제사 자료에 따르면 1910년 8월15일 탁지부차관 아라이(초대 재무국장)는 데라우치 통감에게 보고한 ‘한국재정시설강요’에서 조선 식민 통치가 제반시설을 필요로 하는데 도저히 현재의 세제를 갖고는 감당할 수 없다며 각종 재원을 조사해 기초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보고한 것을 시작으로 증세를 시작했다.

한국 최초의 소비세인 주세와 연초세가 신설된 것은 1909년, 조선에 소득세(법인소득세)를 도입한 것은 1916년이다. 조선에는 개인소득세를 실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법인소득세부터 먼저 도입했다. 이 외에도 광세, 주세, 연초세, 가옥세, 등록세, 조선은행권발행세, 시가지세, 전시이득세, 사탕소비세, 인지세 등이 신설됐다.

중·일 전쟁이 발발한 이후 세금은 더 부과되기 시작했다. 모든 소득세율을 인상하고, 법인자본세는 20%, 사탕소비세와 거래소세는 47% 인상됐다. 보석, 귀금속 등 사치재에 물품특별세를 가격의 20%로 부과하고, 통행세를 신설해 기차 승객 등에게 0.2~2.4원을 부과했다. 극장이나 무도장에 입장하는 사람은 입장세 5%를 부과하고, 아마추어 운동경기 관람자에게는 관람료의 5%를 특별입상세로 내게 했다.

이익배당세, 공·사채이자세, 사탕소비세, 청량음료세, 인지세, 물품세 세율을 인상하고 건축세, 유흥음식세를 신설했다. 건축비 1만원 이상의 가옥을 건축하면 10%를 부과하고, 유흥음식에 대해 1인 1회 5원 이상이면 10% 세율을 부과하며, 예기의 화대에 대해서는 액수에 관계 없이 14% 세율이 부과됐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일제는 대폭적인 증세를 계속했다. 전시 재정 확보를 위해 증세 필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1941년 말에는 간접세를 중심으로 증세가 단행됐고, 태평양전쟁 발발로 직접세를 증징이 있었다. 그렇게 마권세, 광고세, 전기가스세가 창설됐고, 특별행위세, 직물세, 사업세도 생겼다. 이에 1941년 조선의 국세수입은 1939년에 비해 61배 증가하고 이후 연평균 약 25%의 비율로 증가했다.

특히 ‘전봇대’에도 세금을 매기는 전주세가 유명하다. 일제강점기 말에는 ‘잡종세’라는 세목도 있었다. 세금이 부과되는 대상이 잡다해서 잡종세인데, 전봇대에 세금을 매기거나 금고, 선풍기, 피아노에도 세금을 매겼다. 연예인에게는 배우세, 기생에게는 기생세, 강아지에게는 축견세 등이 부과되며 각종 세금을 내야만 했다.

◆ 식민시기, 10개 세목에서 35개로 늘어난 세목

식민지 시기에 조세부담은 점차 증가했다. 1940년대 국민소득에 대비한 1인당 국세부담액은 일본이 14%일 때 조선은 그보다 낮은 12%였다. 이 수치를 통해 일본은 조선인을 착취하지 않고 먹여 살렸다는 주장을 펼치며 왜곡했다. 세율은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총독부 재무국은 일본 증세에 따라 조선에서도 수차례 세제개정을 하며 증세를 계속했다. 조선의 경제실정에 비추면 조선에서의 국세부담이 결코 가벼운 편이 아니었다.

해방 이후 16년간 미군정기-정부수립기-한국전쟁기-전후재건기 등 대한민국 초기에는 대대적인 세제개혁이 6차례 이루어졌다. 조선총독부를 대체해 등장한 미군정은 식민지 말기 세제를 그대로 승계해 제도를 정비하는 점진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미군정은 출항세, 취인세, 사탕소비세, 광고세, 건축세, 특별법인세, 임시소득세, 공채이자세, 사채이자세, 외화채특별새, 자본이자세 등을 폐지하고 주세와 청량음료세는 통합하는 등 세목을 정리했다.

이렇듯 일제강점기 초반 지세, 호세 등 10개 세목에서 일제가 30여년 간 35개로 늘어난 국세는 미군정에서 23개로 줄었다. 또, 1960년대 진입하며 경제개발 5개년계획 추진에 따라 국세와 지방세 전면 개편이 이루어지며 15개 세목으로 간소화됐다.

이렇듯 1945년 8월15일 광복과 함께 해방은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것뿐만 아니라 출항세 폐지를 시작으로 조세의 해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후 정부수립기인 1948년~1950년경에는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 등 새로운 목표에 부합하는 세제를 전면 개정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회에서 가장 먼저 심의한 소득세(최고세율은 65%, 1949년)부터 새롭게 제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의 조세체계로 발전했다. 이듬해 법인세법이 개정되며 최고세율은 45%가 적용됐다.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은 45%, 법인세 최고세율은 24%이며, 현재 이재명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1%p 인상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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