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전격적으로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가장 주목을 끄는 사용자 개념으로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2010년 현대중공업 판결에서 인정된 소위 ‘실질적 지배력설’을 입법화한 이번 개정 노조법은 대한민국 노동법 역사에서 길이 남을 大사건이다. 당시 대법원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등으로 소정의 행위를 하였다면 사용자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번 개정법은 당시 판결문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내용이 똑같다.
그러나 문제는 2010년 현대중공업 판결은 2단계설의 입장에서 ① 사용자가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② 나아가 실제로 지배·결정하는 행위를 하였을 경우에 한해 사용자성을 확대 해석한 것인 반면, 이번 개정 노조법은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만 하면 추가적 요건 없이 바로 사용자성이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데 있다. 지난 15년간 2단계설을 포기해야만 할 정도로 노동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는지 대단히 의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2010년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하급심이나 중노위, 지노위 등에서는 ‘실질적 지배력’을 부정하는 판결이나 판정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 실제‘사용자와 노동조합 간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노조법 제2조제2호에서 정한 사업주인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아 당사자 적격이 없다’라는 노동위원회 판정을 다수 찾을 수 있다(부산지노위 2022부노17, 충남지노위 2021부노46 등).
그 뿐만이 아니다. 2022년 10월 27일, 고용노동부는‘하청 근로자의 노동3권을 침해하는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율하기 위해 노조법상의 사용자 개념을 확대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당시 고용노동부가 불수용 근거로 밝힌 이유는 ①사용자 개념이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와 ②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 등 위법적 사항을 고려해 사용자 개념 요소를 규정하는 것은 법체계 정합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였다. 3년이 채 되지 않아 정반대로 뒤집힌 고용노동부의 입장 앞에서 우리는 정치와 법의 관계성에 대해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노사관계에서 사용자의 탈법적인 법률행위에 대한 입법방식으로 ①상황 발생시 그에 따른 법적 책임 전부를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적극적인 방식과 ②적극적인 방식이 가져 올 수 있는 폐단(인사경영권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고려하여 일부 책임(예컨대 과태료, 과징금)을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소극적인 방식이 있다.
2가지 방식 중 정답은 없고, 상황에 따라 정답은 언제나 달라질 수 있다. 적극적 입법방식을 채택한 이번 개정 노조법 제2조 제2호에 대한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벌써 여기 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6개월 유예기간 중 경영계의 참담한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길 기대해 본다.
[강선일 노무사 프로필]
△ 노무법인 혜안 대표 노무사
△ 서울시 성북구청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 기업의별 직할컨설팅본부 전문위원
△ 前) 한국공인노무사회 서울강남지부 대의원
△ 前) 고용노동부 노사발전재단 교육강사
△ 前) 서울시 강남구 의사회 자문 노무사
△ 前) 서울시 강남구 일자리창출 지원사업 컨설턴트
△ 경북대학교 법과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법학석사)
△ 저서 『법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기업노무설계가이드』, 『노무초보 사장님 하루만에 고수되는 비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