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준 세금’ `16년 37.4조원 올해는 78조원 전망…국세감면율 3년 연속 법정한도 초과
작년 2218억 세수감 ‘전자신고세액공제’…`17년·`24년 文·尹정부 폐지 시도…번번히 불발
휘발유 10%·경유 15% 유류세 인하해 주는 ‘유류세 한시 인하 제도’…무려 17번째 연장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에서 일몰이 도래하는 72개 비과세·감면 항목 가운데 16개를 종료하거나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5년 평균 정비 규모인 13개보다 많다. 정비로 인한 세수는 연간 9000억원, 5년간 4조6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복지 수요는 커지고 있어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기 때문에 ‘비과세·감면 축소’는 더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세금의 원칙은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비과세·감면과 같은 조세지출은 조세중립성을 해치는 대표적인 항목이다.
현재 조세지출 현황은 어떨까. `25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른 `24년 예상 국세감면액은 71조4000억원이다. 국세감면율은 16.3%로 법정한도인 15.2%를 1.1%p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깎아준 세금 중에서도 역대 최대 감면액이다. 비과세·감면 등 세금을 깎아준 금액은 늘어난 반면, 세수결손으로 수입이 줄어든 영향이다.
지난해 국세감면액은 전년 대비 2.4%인 1조6000억원 증가했지만, 국세 수입이 `23년 370조4000억원에서 `24년 364조4000억원으로 감소하면서 감면율이 커졌다. 올해 국세감면액은 78조원으로 전망되면서 3년 연속 국세감면율이 법정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정권이 교체됨에 따라 올해 세제개편에서 비과세 감면 항목 정비에 무게가 실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으로 국세감면율 법정한도 준수를 제시하면서다.
과거부터 조세지출 정비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비과세 감면을 적극 정비하는 방향으로 국정운영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16~`25년)간 우리나라 조세지출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깎아준 세금’ 조세지출금액은 `16년 37조4000억원이었던 것이 올해 78조원으로 전망되며 무려 108.6%가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국세수입은 `16년 250조5000억원에서 올해 382조4000억원(예산)으로 52.7% 증가에 그쳤다. 근로장려세제, 코로나19 대응 등 보건복지 분야의 조세지출 규모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조세지출 수혜자가 조세특례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수혜자 구분 기준을 합리화하고, 감면규모 확대 또는 지속적인 일몰 연장이 실시되는 조세지출 항목에 대한 세분화된 수혜자 귀착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문제는 조세지출 일몰 도래에 따른 폐지가 ‘적극적 관리대상’이 지속적으로 일몰 연장되는 등 정비 노력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매년 불필요한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해 조세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혀왔지만, 한 번 늘어난 조세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고, 경제여건이나 세입증감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항구화·기득권화되는 경향이 있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면 해당 조세지출은 종료해야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연장에 합의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내는 법안도 지역구를 위해 세금 감면을 적극 추진하거나 표심을 얻기 위해 감세안만 발표하는 것이 트렌드화 됐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은 비과세·감면을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각종 세법개정안을 매일 매일 출근부 도장찍듯 쉬임없이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신고 세액공제’ `24년 2218억원의 세수감 발생
조세지출 제도 재설계 항목 중 축소 항목 중 대표적인 예로 ‘전자신고 세액공제’가 있다.
전자신고 세액공제 제도 폐지는 12년 전인 `13년 박근혜 정부에서부터 시작됐다. 세금을 신고할 때 홈택스로 전자신고하면 1~2만원의 혜택을 받는 제도다. 정부는 전자신고율이 99%를 넘어가면서 사실상 제도 목적이 달성됐다고 평가하고 그간 계속 폐지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세무사들의 반발을 샀다. 개인이 직접 세금을 신고하면 1~2만원의 혜택을 받는데 그치지만, 세무사가 납세자를 대신해 전자신고하면 그 혜택을 세무사가 가져가게 되고, 한도는 연간 300만원, 세무법인은 750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세제혜택이 영세납세자가 아닌 고소득 전문직인 세무대리인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 납부세액이 없어 전자신고를 하고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비율이 높은 점 등을 들어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에서 감사원은 전자신고율이 90%를 넘어가며 제도 목적이 달성됐으니 폐지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따라 기재부도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1~6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었던 것이라면서 폐지를 추진했다. `17년 문재인 정부, `24년 윤석열 정부도 전자신고 세액공제를 없애려 했다. 그러나 전자신고세액공제는 현재까지도 현행 유지 중이다. 2025년 조세지출예산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자신고세액공제는 `23년 1757억원, `24년 2218억원의 세수감이 발생했다.
▶유류세 한시 인하 제도…무려 17번째 연장
또 계속 연장을 반복하는 제도로는 유류세 한시 인하 제도가 있다.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휘발유 10%·경유 15% 유류세 인하는 10월 말까지 연장됐다. 무려 17번째 연장이다.
지난 `21년 11월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했다.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며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했는데, `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60~70달러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약 4년간 유류세 인하조치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30조8000억원, 전년도 56조4000억원 등 역대급 세수결손이 발생했는데, 유류세 인하 조치 등의 연장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수도 세수결손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의 경우 교통·에너지·환경세는 11조4000억원이 걷혔으며, 정부가 계획했던 15조3000억원보다 34.6%가 부족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세수입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교통·에너지·환경세는 6조2000억원이 걷혔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는 것을 감안해 정부가 한해 나라살림 계획을 세우는데 계속해서 인하조치가 연장되며 세수가 줄어드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과세 사각지대 ‘전자담배 개별소비세’ 과세 권역화 시급
비과세 감면 문제 외에도 과세 사각지대에 있는 전자담배 문제도 있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하지 않는 합성니코틴은 담배로 규정되지 않아 각종 세금 대상에서 빠져있다. 연초 잎이 아닌 부분에서 추출된 천연니코틴으로 만든 담배는 개별소비세가 과세되지만, 연초에서 추출하지 않은 합성 니코틴을 연료로 만든 제품은 담배로 분류되지 않고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궐련형의 경우 궐련 대비 90% 수준으로 과세 중이며, 액상형은 전자담배 1밀리리터 흡연량은 궐련 담배 12.5개비 흡연과 유사한 것으로 보아 세율을 정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07년 후반부터 시판된 이후, `23년 기준으로 전자담배 사용률은 궐련형 6.1%, 액상형 4.5%로 나타났지만, 전자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세금 부과에도 확실한 기준이 정해지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합성니코틴의 유해성을 확인했지만, 업계에서 연초 니코틴에 비해 발암물질이 낮거나 검출되지 않는다며 세금 부과에 반대하고 있다. 다만 최근 청소년들에게 합성니코틴 전자담배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세금 문제를 넘어 건강 차원에서 규제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액상전자담배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