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특별시 나성동, 국세청 본청의 소재지다. 거기에서 10여분 남쪽으로 자동차를 몰면 국책연구단지들이 나온다. 국가의 조세와 재정정책을 뒷받침하는 석학들이 모여 있는 곳,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조세·재정·공공기관의 운영에 관련된 사항을 조사·연구·분석함으로써 국가의 조세·재정·공공기관의 운영 관련 정책 수립을 지원하기위해 지난 92년 설립됐다. 이곳 원장을 지낸 최 광 전 보건복지부장관, 김중수 전 한은총재, 원윤희 현 서울시립대 총장,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유일호 현 기획재정부장관을 배출한 인재의 산실이기도 하다. 최근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안종범 전 경제수석도 이곳 연구원 출신이다.
최근 세정가에서는 김형환 전 중부국세청 조사2국장이 전문연구관으로 파견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이다.
국세청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국세청 조사국장이 왜 정기인사철도 아닌 중도에 이곳으로 파견되었는지? 그리고 그가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김 국장의 신분은 민간고용휴직 형태로 조세재정연구원에 파견된 ‘초빙전문위원’이다.
인사혁신처가 지난 2011년 폐지됐던 ‘민간근무 고용휴직제도’를 부활시키면서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이 조세제도와 국세행정의 실무경험을 두루 갖춘 고위공무원 인재를 국세청에 요청을 했고, 김 국장이 단번에 최적임자로 선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 자리에 가기위해서는 먼저 인사혁신처와의 협의와 승낙이 있어야하고, 또 상호기관간 근무약정을 맺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물론 그 쪽에서도 선택되어져야하고 최종 인사혁신처에서 오케이 사인이 나와야 갈 수 있는 곳, 즉 아무나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일부에서 오해할 수 있는 무슨 일(?)이 있어 밀려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국장은 세금 밥을 먹는 사람들에겐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세무대학 2기를 졸업하고, 여러 동기들과 마찬가지로 일선세무서에 배치돼 세정현장을 누볐다. 그리고 대한민국 조세제도의 산실이라고 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로 이동해 부가가치세과, 법인세과, 소득세제과 등에서 조세제도를 만들고 바꾸는 일에 젊은 날을 하얗게 지새웠다. 시중 서점의 경제서적코너에 가면 눈에 띄는 ‘부가가치세실무해설’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리고 지난 2003년 남인천세무서 세원관리2과장에 임명되면서 세무행정과 재회했다. 이어 국세청 심사2과, 법무과, 법규과를 거쳐 익산세무서장,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과장, 전자세원과장, 부가가치세과장, 조사2과장, 법인세과장, 부산국세청 징세송무국장, 중부국세청 조사2국장까지 세무행정의 구석구석을 경험하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공단이면서 조세제도와 세무행정을 두루 섭렵한 핵심인재. 조세재정연구원이 원하던 최적임자였다. 국세청 내에서 누구보다 그를 잘 아는 임환수 청장이 발탁한 것이어서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실제로 그는 임 청장이 국세청 조사국장 시절 조사2과장으로, 법인납세국장 때는 법인세과장으로 국세행정의 정점에서 희로애락을 같이했다.
국세청 인사에 밝은 한 인사는 “김 국장의 이번 조세재정연구원 파견은 어려운 선택이었겠지만 조직과 조세제도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후배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4~5평 남짓 조그마한 연구실에서 독수공방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김 국장은 평소 세정현장에서 보여주던 국세행정가의 면모에 더해 조세제도를 고민하는 ‘석학’의 풍모도 배어나왔다. 벌써부터 파견기간이 끝나는 연말경 어떤 모습으로 국세청으로 복귀하게 될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