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난달 ‘신규 과세자료 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했다. 새로운 과세자료를 발굴 함으로써 과세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함이다. 국세청의 과세자료 아이디어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여기서도 새로운 세원을 발굴하는 목적은 아닐 것이다. 납세자가 세금신고 등에 놓치기 쉬운 자료를 관련 기관을 통해 확보함으로써 행정비용을 줄이고 납세협력비용을 줄이는 一石二鳥(일석이조)의 효과를 달성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임광현 청장은 취임 즉시 ‘국세 체납관리단’을 발족시키고 중간 간부 인사에서 조사국 팀장들을 전면 물갈이하는 등 세수 관리에 특별히 역량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국세청에서 평생을 일한 세무 행정의 달인다운 모습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 1컴’ 시대를 넘어 ‘1인 1폰’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선진국이다. 정부의 행정은 전산화 비율이 세계에서 으뜸이라 할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기관 간 정보 공유가 안 되고 따로 논다는 말이다. 말이 좋아 ‘아이디어 공모’이지 내용을 엄밀히, 세밀히, 자세히 들여다보면 행정 개선도 아니고 납세자를 위한 배려도 아니다. 심하게 말하면 ‘세수 쥐어짜기’의 전형으로 보인다. 말썽 안 나게 잘 짜내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포상까지 내걸고 직원들을 닦달하는 형국이다. 走馬加鞭(주마가편)이라고 포장해도 통할만한 아이템으로도 보인다. 신고 안내에 필요한 자료들을 아직도 수집하고 있다면 국세청은 그동안 무슨 일을 하느라 그렇게 바빴는지 궁금하다.
사실 국세청은 개청 이후 지금까지 한순간도 신규 세원 발굴을 소흘히 한 적 없다. 세원조사과 내지는 세원정보과라는 이름의 조직을 가동했었고 신세원과 탈세 정보 수집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다만 지금까지 해당 부서에서 전담했던 일을 전 직원이 매달려서 더 많은 아이디어를 찾아보자는 취지일 것이다. 대외적으로 선언하고 보여주는 간접효과를 기대하는지 모르겠지만 실속 없는 보여주기식 업무 이상의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직원 상호 간 위화감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면 다행일 정도다. 과세에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은행이나 국토부의 일부 자료처럼 아예 부처 간, 나아가 관서 간 자료공유가 가능토록 법을 바꾸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싶다. 납세자들은 정부의 어떤 기관이든 국세청에 자료를 통보해야 하거나 공유된다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50만 원 이상 현금을 출금하면 증여세 폭탄 맞을 수도 있다”는 가짜뉴스가 판치겠는가. 돌이켜 볼 일이다.
‘세원을 넓힌다’는 의미는 국세청의 세수 확보에는 필요하지만 반대로 납세자에게는 무리한 추징이 될 수도 있고, 과세 불복의 원인이 되어 민원 발생을 증가시키는 이유로 발전하게 된다. 신규 과세자료로 인식하여 과세하는 경우 납세자는 수십 년 동안 과세를 안 해오다가 갑자기 과세를 하면 불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제59조에 따라 세법을 제정하여 세목과 세율 그리고 징수 방법까지 정하고 있다. 국세청이 세법에 정해진 규정이나 판례 등에 의해 과세 관행이 확립된 이외의 신규 세원을 발굴함은 세법의 어느 규정을 적용할 것인지 정해야 하고, 납세자의 동의가 있어야 과세 관행으로 정착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완비될 때까지 국세청과 납세자 간 마찰은 피할 수가 없게 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신용카드 사용이 가장 잘 정비된 선진국에 속하고 신용사회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대부분의 결재수단이 신용카드인 현 상황에서, 세금계산서 발급이 거래 관행으로 자리 잡은 이 시대에, 신규 과세자료를 찾는 것 자체가 구시대의 유물을 보는 느낌이다. 국세행정 개혁과는 동떨어진 철지난 업무에 직원들의 정력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국세행정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의 매너리즘에서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혁신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 사회 경제 상황을 반영한 조세제도의 일대 개혁 없이는 신규 과세자료를 찾는 과정이 가치가 떨어지는 업무일 것이다. 행정행위로 과세자료를 추가하자면 법의 어느 귀퉁이라도 끼워 맞출 수 있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과세불복에 행정력만 낭비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이다.
일례로 코인에 대한 과세를 보면 신규 세원의 발굴이 얼마나 난해한 과제인지 체감하게 된다. 과세에 필요한 법을 만들었으나, 아직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과세 준비가 완벽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코인 보유자들의 반발과 과세 불복에 따른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렇게 어물어물하는 사이 코인을 이용한 불로 소득자들은 이미 재미 본 뒤 빠지고 상투 잡은 억울한 실패자들만 남았을 때 과세하겠다고 들이대 봤자 실익은 없다. 시대의 변천과 삶의 패턴이 변하면서 법의 경직성으로 인하여 과세 누락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 발생 적이다. 문제는 눈치 빠른 자본가들은 국세청의 과세권이 발동되기 전에 다른 소득을 창출할 말을 갈아탄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과세 사각지대를 찾아낼 때면 이미 세금을 내야 할 사람들은 손을 턴 다음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뒷북 치는 행정이 되는 것이다. 세법 개정 등 실효적 뒷받침을 위한 조세개혁이 선행돼야 가능하다. 국세행정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업무라는데 동의한다.
새 국세청 수장이 취임 즉시 인력을 재배치하고 체납세금을 마른 수건에서 물 짜듯이 일소하고 지금까지 과세 누락 된 신규 세원을 찾아서 과세한다고 한들 국세행정이 혁신될 것 인지는 의문이다. 지금까지의 국세행정을 답습하면서 채찍질만 많아진 느낌이다. 업무의 혁신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직원들의 사기만 저하되는 부작용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세청 개청 이래 지금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대변신이 필요하다. 국세행정의 전문가로서의 생각은 완전히 버려야 한다. 완전한 파괴가 있어야 새로운 건설이 시작되듯이 모두 버리고 새로 출발해야 아이디어가 더욱 빛날 것이다. 새로운 접근과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디어만이 국세행정 개혁을 선도할 수 있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