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에 프랑스에는 ‘문세’와 ‘창문세’가 있었다고 전한다. 당시는 빈부에 따른 공평과세의 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통 귀족들과 신흥 부호들은 성과 대저택들의 창문을 최소한으로 줄인 독특한 건축양식을 만들어냈고, 의도와 달리 사회적 병폐로까지 번졌다. 빅토르 위고는 ‘장발장’으로 더 잘 알려진 일생의 역작 ‘레 미제라블’에서 “친애하는 형제들, 선량한 친구 여러분, 프랑스에는 세 군데 트인 집을 가지고 있는 농가가 132만 호, 문과 창 하나씩 해서 두 군데밖에 트이지 않은 농가가 181만 호, 마지막으로 문 한 군데만 트인 오두막집이 34만 6000호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된 이유는 문세와 창문세라고 불리는 것에 있습니다. 가난한 가족들과 늙은 부인네들, 어린아이들을 그런 집에서 살게 두니까 열병과 질병이 생기는 겁니다. 아, 슬픈 일이지요! 주께서는 인간에게 공기를 주셨는데, 법률은 그것을 팔아먹었습니다! 나는 지금 법률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천주를 찬송하는 것입니다”라면서 당시 프랑스의 타락한 사회를 고발했다.
법률과 이에따른 행정행위가 국민의 생활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문장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금이 국민 생활에 끼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인 모양이다. 세금은 생각을 바꾸고, 상식을 파기하고, 지혜를 쌓아서 생활을 바꾼 다음에는 사회를 변화시킨다. 지금의 프랑스에는 당시의 절대적인 귀족제도와 세금제도와 행정의 잔재는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창문을 줄이려는 건축물도 역사적 유물로만 존재가치를 가질 뿐이다. 지난 200년 동안 프랑스는 낡은 것을 버리고 창조적이고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발휘함으로써 시대를 앞서갈 수 있었을 것이다. 조세제도와 세무 행정이 민의를 따라야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발현됨을 보여준 실증적 교훈이다.
프랑스가 200년 동안 추진해 온 개혁의 역사를 우리 국세청은 절반 이상으로 단축할 모양이다.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신속한 혁신과 개혁들이 최단기간에 최고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의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국세청이 추진 중인 ‘미래 혁신 추진단’에서 그 실체를 보게 된다. 말이 ‘미래 혁신 추진단’이지 미래 국세행정의 설계를 담당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우리나라를 다시 도약하게 사회를 변화시키는 촛불일 수도 있다. 특히 ‘온라인 국민세정자문단’은 모처럼 보여준 국세청의 진정한 납세자 예우이다. 국세청의 존재 이유인 징세만 남겨두고 모든 것을 바꿀 용기가 필요한 이때, 특히 국민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챙겨서 민의에 따르는 세정을 준비함은 세정의 밝은 미래를 보여준다. 새로 부임 한 청장이 짧은 정치 이력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얼마나 소중한지, 어떻게 민심을 읽어야 하는지 배워서, 국세행정에 절묘하게 접목시키는 모습이 흐뭇하다. 진정한 개혁의 실체를 보게 되려나 기대하면서 인사가 만사라는 선현들의 지혜가 다시 한번 마음에 울림을 준다.
‘미래 혁신 추진단’이 국세행정 개혁의 시작이지만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설계에서부터 종전과는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국세행정의 전 분야를 망라하고 특히 국민의 의견을 물어서 반영한다는 것이다. AI전환 분과, 제도개선 분과, 조세정의 분과, 민생지원 분과, 국세정보 분과 등 5개 분과로 나누어 미래 국세행정의 설계를 담당한다. 국세행정 전반을 섭렵하고 있어 제대로만 된다면 미래의 세정환경을 선도해 나갈 희망의 싹을 보게 될 것 같다. AI 전환분과는 국세행정 전반의 근본적이고 뼈대가 되는 징세 행정 전반의 대전환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제도개선 분과는 국세행정 현장 의견을 반영한 합리적인 세제 개편안을 찾아내는 조세제도 개편에 무게가 실릴 모양이다. 조세 정의 분과는 국세행정의 핵인 세무조사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지 연구하여 혁신적인 방안을 찾는다. 아울러 체납근절 방안까지 폭넓게 아이디어를 모아볼 요량이다. 민생 지원 분과는 중소상공인에 대한 세정 지원, 해외 진출 기업 지원, 장려금 발전 방안 등을 찾는다. 국세 정보 분과는 경제 동향 지표 개발, 과세정보 정책 부서 활용 확대 등 사회의 변동 요인별 과세 대응력을 높여나간다. 다가올 미래 국세행정의 설계를 위한 구상이 본궤도에 올랐음이다. 주춧돌과 터 다지기 정도는 마무리되어 가는 느낌이며 시작인 설계단계에서부터 국민 참여의 실효적 방안을 마련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훌륭한 국세청의 승리다.
국세행정 전반의 창조적 파괴가 기대되는 이유는 ‘온라인 국민세정자문단’이다. 대부분의 행정이나 제도개선에 ‘국민 세정자문단’처럼 국민을 참여시키는 실효적 방법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껏해야 형식적인 요식행위로 국민의 외면을 받은 지 오래된 공청회나 동원된 몇몇 민원인에 의해 평가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국세청은 달랐다. 국민 누구나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참여가 가능하다. 처음 ‘미래 혁신 추진단’ 발족을 발표할 때만 해도 기존에 해오던 관행에 ‘포장 갈이’ 아니면 리모델링 흉내나 내면서 생색이나 낼 테지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국민세정자문단’ 구상을 보면서 임광현 청장 표 세정 개혁은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납세자와 국세 공무원 모두에게 이로운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세정 개혁이 되도록 설계단계에서부터 지혜를 모았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낸다. 더하여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고 국민이 직접 선택하는 행정으로의 변신을 시도함은 훈장감이다. 국세행정은 국민이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고, 국가가 징세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 국세행정의 새판을 짜는데 국민을 직접 참여시킴에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국세청이 임의로 기준을 세우고 집행하면 국민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헌법상 규정된 ‘납세의무’이기 때문이다. 의무자인 납세자 국민을 참여시켜 징세의 기준과 규칙을 정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존중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공복의 자세를 분명히 하고 섬김을 구체화하는 뜻깊은 행정 변신인 것이다. 국세청이 백 년의 절반을 조금 넘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런 개혁을 준비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깝다. 이러한 발전과 변모를 우리는 지혜라는 이름으로 예찬한다.
다소 아쉽다면 홍보가 부족함이다. “‘더욱 향상된 고품질의 국세행정’, ‘진정으로 납세자를 섬기는 서비스 세정’, ‘삶의 질을 높이는 나라 살림을 위해’, ‘낡은 국세행정의 껍질을 벗기 위해’, 국민 여러분의 고견을 기다립니다” 이런 내용으로 공영방송은 물론 홍보 가능한 매체와 예산을 늘려서라도 모든 국민이 알도록 홍보했으면 어떨까 싶다. 좋은 일이라도 왠지 쑥스러워서 감추는 우리의 미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국민을 섬기는 일이고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고품격의 행정서비스는 국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홍보함이 당연하다. 의미와 뜻을 깊이 새겨 ‘국민세정자문단’을 운영해 주길 바라며 당부를 곁들인다.
국세청 종사자들과 외부 전문가들이 세정 혁신의 기본적인 설계가 만들어지고 ‘국민세정자문단’의 의견이 충실하게 반영되어 세정 혁신의 설계 초안이 나오면 반드시 일정 기간을 정하여 다시 한번 국민의 檢算(검산)을 받는 절차를 가져주길 당부한다. 혹시나 놓친 부분이 없는지 국민이 살펴보게 한 후 사용승인을 하는 상식적인 절차를 말함이다. 핑계 삼아 대대적인 홍보와 특별한 행사들을 기획해 주기 바란다.
국세청의 수많은 행정행위 가운데 국민의 의견을 묻거나 참여시킨 전례가 많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실효성이나 실제 운영을 보면 미흡하거나 형식적이었던 사례를 인정할 것이다. 국세행정의 전반을 재점검하고 어떻게 고쳐야 할지 기초를 다지는 혁신의 초입에서 국민을 참여시키는 ‘온라인 국민세정자문단’이야말로 진정한 창조적 파괴라는 생각을 해본다. 국세청의 지혜가 국세행정의 진일보로 빛날 것이다. ‘국민세정자문단’이 앞으로 지속될 세정 개혁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나아가 국세청의 세정 개혁이 우리 사회 전반을 더욱 진보시키는 마중물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국민의 이름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