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대변인으로 불리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보관으로 불렸다. 과거 김영삼 정부시절에는 이 공보관 자리가 대단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정부부처의 공보관 자리는 그 부처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을 앉혀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고, 사실상 그 시절부터 각 정부부처들은 해당부처에서 가장 잘나가는 사람을 공보관으로 배치하는 풍조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리고 공보관을 지내면 승진 등 앞길도 탄탄대로였다.
공보관은 정부의 업무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기자들을 직접 상대하면서 부처의 업무를 직접 브리핑하는 것은 물론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도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 자리다. 이렇게 하기위해서는 그 부처의 업무를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공보관의 자격을 그 부처 업무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사람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국세청도 지난 90년 이후 15명의 공보관을 배출했다. 그리고 드센 공보관직을 잘 수행해 내면 반드시 (부이사관)승진이라는 달콤한 보상을 받았고, 그리고 그때 단련한 내공으로 승승장구했다. 특히 국세청에서 공보관을 지낸 인물들은 대부분 국세청 고위직의 꽃으로 불리는 지방국세청장 이상을 지냈다.
90년 이후 국세청 공보관 출신들은 이재만(대전청장), 봉태열(서울청장), 김용표(국세청 법무심사국장), 정태언(중부청장), 김경원(대구청장), 조용근(대전청장), 김갑순(서울청장), 김창환(부산청장), 공용표(대구청장), 원정희(현 조사국장), 김경수(대전청장), 김형균(광주청장) 서대원(현 기획조정관), 이용우(현 서울청 조사2국장)씨 등이다, 대부분 국세공무원으로서의 꽃을 활짝 피웠다. 현재 국세청 공보관(대변인)은 송기봉(행시 38회)씨가 맡고 있다.
이처럼 공보관실에서 근무해보지 않은 국세공무원들은 알 수 없는 고생을 한 덕분에 공보관이 아니더라도 공보관실에서 근무만 해도 국세청에서는 홀대받지 않는 보이지 않는 문화가 존재해 왔다.
지난 14일자 고위공무원 인사에서도 공보관실(대변인실)출신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서대원 기획조정관, 원정희 조사국장, 이용우 서울국세청 조사2국장이 대변인 출신이었다. 그리고 국제조세관리관과 소득지원국장으로 임명된 송성권, 최진구 국장은 젊은 시절 공보계장을 지냈다. 이날 임명된 고위직 13명중 5명이 공보관실 출신들이었다. 공보관실의 ‘저력’으로도 불렸다.
이들이 국세청의 중요 직위에 임명된 것은 이들의 공보관실 근무경력이 반영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보관실 근무를 통해 쌓은 내공이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더라도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이어져 업무성과를 낼 수 밖에 없게 되면서 인정받는 것 같다는 게 공보관실에서 근무해본 사람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업무에 해박한 자를 이길 자 없고, 그리고 조직은 고생한 만큼 그들을 인정한다는 사실. 이번 인사에서 나타난 ‘공보관 출신들의 약진’이 대변해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