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심판원 50돌을 축하한다. 아울러 조세심판원이 납세자 권리구제를 위해 꾸준한 혁신과 노력을 계속한 것에 대해서도 찬사를 보낸다. 국세는 물론 지방세까지 세금에 대한 납세자의 불만과 부당한 과세권으로부터 지키는 진정한 납세자 권리구제 기관으로 자리 잡은 오늘의 조세심판원이 있기까지 동참해 온 모든 분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조세심판원이 진정한 납세자 권리구제의 최후 보루로 성장 발전하기를 성원한다.
조세심판원은 1975년 재무부 산하의 국세심판소로 개청하여 2008년 국무총리실 소속 독립기관으로 발전했다. 조세심판원이 납세자 권리구제를 전담하는 독립 조직으로 발전한 것은 지난 50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노고의 보람일 것이다. 그러나 호텔을 빌려서 개청 50주년 행사를 치르는 대목에서 안쓰러움이 엿보인다. 아직도 독립된 청사조차 없으며, 주어진 역할에 비해 조직이 너무 왜소한 것은 아닌지 싶어 스스로 국민의 의무를 방기한 책임을 자문하게 된다. 개청 당시와 비교하면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납세자의 권리구제가 너무 홀대받는 것은 아닌지? 거창하게 ‘납세자 권리 헌장’이니 ‘납세자 보호’를 외치면서 과세 우선주의와 뒷거래를 하지는 않았는지? 그렇게 중요한 국민의 저항권(납세자의 불복)을 혁명의 결과가 아니라 항쟁의 뒷골목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취급을 한 것인지? 진짜 납세자 권리구제가 존재 이유이기나 한지? 과세권을 정당화하는 방편으로 역할 했는지?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울러 법조인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매몰되어, 개청 이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납세자 권리구제의 최후 보루로 인정받지 못한 여운은 두고두고 아쉽다. 여기에서 조세심판원의 안타까움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미래 조세심판원의 발전 방향이 되고, 보다 빨리 조세심판원이 납세자 권리구제의 최후 보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으로 채웠다.
그나마 ‘개원 50주년 심포지움’을 열고 발전 방향을 논의한 것은 긍정적이다. 조세심판원의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한 것은 조세심판원의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조세심판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확인된 조세심판원의 현주소는 납세자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세심판원이 지향해야 할 3대 핵심 가치로 ‘공정성, 전문성, 신속성’을 꼽았다. 추가로 ‘독립성, 투명성, 신뢰성, 청렴성’ 등을 주요 덕목으로 생각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송현진 조세재정연구원 팀장은 ‘조세심판원의 미래 비전과 과제’를 통해 “공정성 차원에서는 청구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대등한 기회와 정보를 제공, 절차적 투명성 보장과 납세자 중심의 조세심판절차 지속을 통한 실질적인 권리 구제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성 차원에서는 “심판 인력의 전문성 강화와 연구분석 기능 등 전문성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동시에 고려하고, 교육과 평가를 통해 심판 인력의 전문성을 확보함으로써 심판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속성 차원에서는 “업무 절차의 변화와 디지털 전환을 통한 효율화를 도모해야 한다”며 “단, 공정성과 전문성을 침해하지 않는 적용 방안 및 가이드 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연구 결론을 도출했다. 지금 조세연구원의 문제를 정확히 분석하고, 적절한 대안도 제시한 의미 있는 연구로 평가된다.
좀 더 추가하고 싶은 납세자 생각은 신속한 권리구제가 첫 번째다. 즉, 납세 불복 건수에 비해 조사관이나 상임심판관의 절대적 부족으로 업무가 밀리고 신속한 구제가 지연되는 것에 분노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유명한 명언이 생긴 연유일 것이다. 과세에 불복하는 납세자가 조세심판원에 접수 하기 전 전심절차로 이의신청과 심사청구를 거치는 기간이 3개월이고 조세심판을 신청하고도 3개월을 기다려야 결과를 받아보게 된다. 납세자는 과세에 불복하여 조세심판 결과를 받을 때까지 3개월 이내에 종결해 주기를 바란다.
다음으로 공정성과 전문성은 조사관이나 상임심판관의 자질에 관한 부분이다. 이상적인 것은 조세심판원으로 분리 독립하는 것이지만 그 전 단계로 조사관과 상임심판관의 수를 3배이상 늘려서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한다. 조사관에게는 납세자와 과세자를 불러서 조사할 수 있는 사법권을 부여하여 사실에 부합하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심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상임심판관은 지금처럼 단독심이 아닌 법원의 재판부처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세심판원에 3명으로 구성된 ‘합의 심판부’가 10개 정도 있다면 각 상임심판관이 올린 심판에서는 해당 심판관이 주임 심판관이 되는 형식으로 바꾸면 지금보다는 훨씬 공정하고 전문성을 갖춘 심판이 가능하리라 본다. 특히 지금의 조세심판 절차 가운데 외부의 비 상임심판관과의 회의는 시급히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다. 신속한 결정과 외부의 압력이나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인 심판을 위한 전제이기 때문이다.
독립성과 투명성 분야도 조세심판원의 고착된 병리 현상이다. 전제했듯이 상임심판관들의 실력 향상이 시급하지만 더 시급한 과제는 공개되지 않는 심판 관행과 대리인이나 과세 관청 또는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합의 심판부에 의해 조사관의 주도하에 과세관청과 세무대리인 간의 토의 과정이 공개돼야 투명한 심판을 기대하게 된다. “심판원은 정의로워야 하고 직원들은 청렴하고 깨끗해야 한다”며 “만에 하나라도 심판원에 ‘부탁해야 인용된다’ ‘억울해도 부탁 안 하면 기각된다’는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심판원의 생명은 끝나게 된다”는 이용섭 전 심판원장의 충고가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다.
납세자가 조세심판원에 바라는 것은 공정하고 신속한 심판이다. 여기에 더하여 정확한 심판이다. 사실 조세심판원이 납세자 권리구제의 최후 보루가 되기 위해서는 정확한 심판이 전제돼야 한다. 과세에 불복하는 납세자가 조세심판원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소송으로 가봐야 승산이 없다는 판단과 사회통념이 만들어 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엄정하고 정확한 심판을 내 놓아야 한다. 납세자들의 심중에 아직도 조세심판원이 과세 관청과 한통속이라는 의구심이 있기 때문에 조세심판원의 심판을 불신하고 행정소송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원인의 근저에 납세자 홀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으며 조세심판원이 아직 기관의 위상, 구성원의 전문성 부족, 심판의 부정확 등에서 비롯되고 있음이다. 조세 소송에서 국가 패소율이 11%가 넘으며 대형 로펌의 경우 20%를 훌쩍 넘는다는 통계는 조세심판원에 대한 질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개청 50주년 기념식에서 이상길 원장은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아울러 심판원은 납세자가 실질적으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절차를 지속 보완하고, 공정성, 전문성, 청렴성을 언제나 조직의 근간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납세자들이 “시간 버리고, 돈 버리고, 사업 망하는 과세불복”이라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 조세 소송은 돈과 시간 낭비라는 사회통념을 만들어 나가자. 조세심판원이 진정한 납세자 권리구제의 최후 보루가 되어주길 바란다. 조세심판원에 기대하는 납세자들의 ‘희망 사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