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에서 100% 돈 받는 법, 한번도 패소 없는 000변호사‘ 등 홍보
변호사 자신을 알리는 홍보라지만 문제는 직업적 윤리 품위 추락 지적
"법이 당신을 버렸다고 느껴질 때, 법 위에 서는 방법을 아는 단 한 사람. 바로 나야, 000 변호사. 010-0000-0000"
스레드(Threads)에는 이런 식의 문구와 함께 변호사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글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변호사 수가 4만 명에 육박하며 경쟁이 격화되자, 법률 마케팅의 무대가 블로그·홈페이지에서 SNS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과장 표현이나 동료 비교·비방, 수임 사례 악용을 막을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스레드의 7월 국내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543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비스 출범 초기인 2023년 7월(73만 명)과 비교해 6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IT 업계에서는 ‘반말’을 기반으로 한 자유로운 소통 방식이 2030 세대의 ‘라이팅 힙’ 문화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변호사들 역시 속속 합세하고 있다. 스레드를 운영하는 변호사는 크게 △정보 제공 △동기부여 △일상 공유 등의 유형으로 구분된다. ‘정보 제공 변호사’는 주로 범죄 사건 연루 시 대응법, 고소장 작성법 등 소송에 필요한 절차를 업로드한다. 반면 동기부여와 일상 공유를 추구하는 변호사들은 브랜딩에 초점을 맞춘다. 당장의 마케팅보다 ‘친밀도’를 높여 예비 고객을 겨냥하는 전략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적 윤리와 품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스레드에서 활동 중인 일부 변호사는 수임을 노리고 법적 쟁점을 자극적으로 왜곡한다. “사기꾼에게 100% 돈 받는 법”, “한 번도 패소 없는 ○○ 변호사, 이번에도 무죄 만들어드립니다” 처럼 실제론 불가능한 결과를 보장하는 듯한 광고도 올라온다. 이는 곧바로 의뢰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행위다.
이와 함께 의뢰인의 사적인 정보가 가십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지난해 7월 구독자 몇백만을 보유한 유명 유튜버의 법률대리인이 사건 관련 내용을 스레드에 게시하며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변호사가 직접 민감한 사건을 홍보 수단처럼 활용하는 모습이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며 품위유지 의무에 대한 논란을 낳았다. 현행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칙' 제4조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실을 과장하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수임을 노리고 동료 변호사와 법무법인을 폄훼하는 듯한 문구를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현행 변호사법 제23조 2항은 변호사 광고에서 ‘다른 변호사를 비방하거나 자신의 입장에서 비교하는 내용’을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레드에서는 “○○○ 로펌 만나 시간·돈 날리지 말고 처음부터 저를 찾으세요”, “○○ 로펌은 사건을 공장처럼 처리한다”, “○○ 상담받고 온 의뢰인 이야기 들어보면 충격적이다”는 식의 신랄한 비판을 공개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화시킨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한 변호사는 자신의 스레드에 ‘학벌이 완전 쓸모없다. 세전 월급 300 수습 변호사 공고를 내면 SKY 장학생 출신들이 50명 넘게 지원한다. (인터넷 방송) BJ들이 1시간만 방송하면 서울대 출신 수습 변호사의 한 달 월급을 손에 넣는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했다. 해당 게시글은 로스쿨 출신 법조인 커뮤니티에 ‘스레드 학벌 사태’로 재공유되며 큰 갑론을박을 낳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근거 없는 비난은 특정 로펌의 명예를 훼손할 뿐 아니라, 법조계 전체를 불신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는 의뢰인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과거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들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실력 없는 변호사’ ‘돈으로 산 자격증’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방했다가 징계를 받은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당시에도 변협은 직역 비방을 품위유지 위반으로 판단해 제재를 내렸다”며 “최근 스레드에서 벌어지는 동료 변호사 경쟁 로펌 비하 발언은 같은 맥락에서 중대한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에도 대한변호사협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명백히 금지된 행위가 새로운 플랫폼이라는 이유만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레드에서 활동하며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새로운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기존 광고 규정의 사각지대에 놓여서는 안 된다”며 “변협 등 법조 관계자들이 SNS 마케팅 실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현행 광고 규정이 다양한 미디어 환경에서도 실효성 있게 적용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