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현 경영진 나원균 대표 '반쪽 승리', 이사회 구도는 3대4 '열세'
회생계획 인가 전 M&A 본격 추진, 주식가치 훼손에 소액주주들 ’반발‘
'정로환'으로 유명한 동성제약이 오너일가 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현 경영진인 나원균(39) 대표 측이 이겨 계속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반쪽짜리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어 경영권 싸움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동성제약의 임시 주주총회는 지난 4월 이양구(63) 전 회장이 보유한 지분 14.12% 전량을 매수해 동성제약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브랜드리팩터링이 현 경영진을 교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오클라우드호텔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브랜드리팩터링이 상정한 대표이사 해임안은 결국 부결됐다.
주주 구성에서 소액주주 비율이 70%에 달했던 만큼 이들의 표심이 주총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다. 나원균 대표 사내이사 해임 및 이사진 신규 선임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이 펼쳐졌지만, 결과는 최대주주 측이 제안한 ▲이사 수 변경 ▲이사 해임 ▲감사 선임 등의 핵심 안건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돼 결국 나 대표 측이 승리했다. 다만 ▲함영휘·유영일·이상철 등 사내이사, 원태연 등 사외이사 후보 선임은 일반결의 요건을 충족해 가결됐다.
오너 3세인 나 대표는 창업주 고(故) 이선규 회장의 외손자로, 2019년 동성제약에 입사해 국제전략실을 총괄하며 해외 사업 매출을 5년간 약 200억원 규모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지난해 4월 부사장, 10월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나 대표, 회생 절차와 인가 전 인수합병(M&A) 본격화 전망
임시 주총 결과에 따라 나 대표를 중심으로 한 현 경영진은 당분간 경영권을 지키며,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나 대표는 법정관리인 지위뿐 아니라 대표이사직, 사내이사직을 모두 유지하며 경영권을 지켰고, 회생 절차와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동성제약은 지난 14일 한국거래소에 회생절차 개시 이후 법원 감독 하에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하겠다는 개선 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다.
나 대표는 법원으로부터 회생관리인으로 선임돼 회사의 재산 관리·처분권, 업무 수행권 등 광범위한 권한을 전속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 ‘최종 의사결정자’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나 대표는 해임 여부와 관계없이 내년 5월 13일까지 부여받은 개선 기간 내에 회사를 정상화하려는 목적으로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 대표는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해 회생법원의 기업회생 절차와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경영개선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며 “법원의 감독 하에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손을 들어주면서 현 경영진인 나 대표 측이 가까스로 경영권을 방어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최대주주인 브랜드리팩터링 측이 선임한 이사진이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4대3 구도가 형성됐고, 소액주주들이 회생계획 인가 전 M&A 추진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적극적 경영권 행사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주총 이후 당장에 이사회 개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소액주주들은 나 대표의 회생계획 인가 전 M&A 추진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거센 반발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 측의 감자나 소각이 진행되면 주식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총 이후 신성환 소액주주 대표는 "법원에 이사회 소집 허가를 신청할 것"이라며 "주주로서 주식 소각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M&A 추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유 지분 구도에서도 이 전 회장 측의 지분이 여전히 높아 경영에 대한 압박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동성제약의 최대주주는 이 전 회장의 보유 지분을 매수한 브랜드리팩터링으로 11.16%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 대표는 2.88%, 이 전 회장의 누나이자 나 대표의 모친인 이경희 씨는 0.03%에 불과하고, 이 전 회장도 여전히 3% 가량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 불씨는 언제든지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 사법적 오너리스크도 기업 경영 ‘걸림돌’
사법적 오너리스크도 기업 경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회사 측은 이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이 전 회장 측은 나 대표 등 현 경영진을 배임·횡령으로 맞고소했다. 지난 6월 한국거래소는 동성제약의 배임·횡령 공시 이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착수한 상태다.
동성제약의 경영권 분쟁의 촉발은 동성제약을 이끌던 이 회장이 나 대표가 대표이사에 오른 지 불과 6개월 만에 돌연 보유 지분 14.12%를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면서부터다. 앞선 2023년 10월 동성제약 경영권 및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회사 및 나 대표에게 포괄 위임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사전 계약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 전 회장이 이를 무시하고 독단적인 주식 처분 및 브랜드리팩터링과 계약을 체결한 것은 명백히 계약 위반이라는 게 나 대표 측의 주장이다.
한편 동성제약은 총자산 1280억원이며, 부채 총계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 2023년 말 기준 752억원, 지난해 말 967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 말 1084억원으로 늘었다. 이 중 단기차입금 상승폭이 이 기간 10%에 이를만큼 가파르다. 이익잉여금은 해마다 줄어 2023년에는 -2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54억원, 올 상반기에는 –173억원이 됐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해마다 줄어들어 같은 기간 현재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73억원이던 당기순손실액이 올해 상반기에만 200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