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신성장동력 모색, 해운업 진출로 조단위 물류비용 절감

“거대 화주가 해운까지?”…해운산업 ‘근간’ 흔들릴 업계 피해 우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HMM 본사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HMM 본사 

포스코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가 물류산업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철강·해운이 미중 갈등과 글로벌 경쟁 속에서 포스코 산하에 거대한 ‘K물류 블록’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영세 해운업계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포스코그룹은 최근 삼일PwC와 보스턴컨설팅그룹을 자문단으로 꾸러 HMM 사업성 검토에 들어갔다. 포스코 측이 내놓은 공식 입장이 '초기 검토 단계'라지만 벌써부터 정부와 재계 및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HMM 주요 지분은 산업은행이 36.02%, 한국해양진흥공사가 35.67%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HMM은 산은 등 채권단 관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포스코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지분율 8.32%를 가져 일정 부분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이 선정되면서 대규모 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지난해 2월 결국 채권단의 주주 간 계약 협상 결렬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포스코는 그동안 HMM 인수 후보로 거론될 때마다 인수 의향이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장인화 회장이 취임한 이후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다각적 전략을 모색하면서 해운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그룹 사업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철강과 이차전지 중심의 그룹 핵심 사업에 더해 새로운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며 “HMM 인수 검토는 향후 성장성이 유망하고 그룹 사업과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는 수준이다"라는 설명이다. 포스코 측은 산은이 보유한 HMM 지분을 인수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총액이 약 23조원 규모에 달하는 HMM 인수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포스코는 철강·이차전지와 해운 사업간 시너지, 물류 절감 비용 등 다방면의 사업성을 검토 중에 있다. 철강 사업의 원료인 철광석을 수입해 대형 화물선으로 운반하는 포스코가 해운사를 직접 운영할 경우 연간 조단위 물류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HMM은 컨테이너선 사업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최근 벌크선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포스코가 철광석, 석탄 등 포장하지 않은 원자재를 주로 실어나르는 화물 전용선인 벌크선 사업과 잘 맞아떨어진다.

HMM의 벌크선 규모는 현재 36척, 630만DWT(순수 화물 적재 톤수·선박에 실을 수 있는 화물 최대 중량)인데, 앞으로 5조6000억원을 투자해 2030년에는 110척, 1256만DWT로 늘릴 계획이다. 2023년 1조2430억원이던 벌크선 매출 규모도 2030년까지 3조3200억원 수준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국내 철강 물동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 대량화주인 포스코의 해운사 인수를 두고 해운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철강·에너지·자원개발을 아우르는 포스코가 여기에 HMM의 해운 사업까지 더하면 컨테이너부터 벌크(철광석·유연탄)까지 장악하게 돼 다른 중소선사의 생존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해운협회 관계자는 “포스코가 HMM을 손에 넣게 되면 철광석 등 대량 화물 운송부터 철강 제품까지 대부분의 해운을 장악하게 된다"면서 “기존 국내 선사가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등 해운 산업 근간이 무너지는 동시에 수출입 업계에 심각한 피해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HMM은 올해 반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액 및 그 비중은 다음과 같다.

주요 매출처는 얼라이언스 소속선사, GS칼텍스, 현대글로비스 등이다. HMM은 지난 상반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액은 5조4774억원, 영업이익 8471억원을 올렸고, 당기순이익은 1조2111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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