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10년 새 2배 성장했지만, 10대 로펌들이 ‘쌍끌이’
개업변호사들, ‘송무직원 월급·사무실 월세’ 내기에도 급급
"같은 로스쿨 강의실에서 공부해 똑같이 월세가 걱정입니다. 대출받은 것도 자금이 바닥나 문 닫을 위기입니다."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만난 개업 5년 차 변호사 A씨는 착잡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유명 대형 로펌에 다니는 그의 동기는 ‘세후 월 1000만 원’을 가뿐히 넘긴 지 오래지만 A 변호사는 송무 직원 월급을 주기도 버거운 달이 허다하다고 토로한다.
이처럼 법조 시장이 유례없는 양극화의 몸살을 앓고 있다. 변호사 자격증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게 된 지는 이미 오래됐지만, ‘개업은 원수라도 뜯어 말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냉정한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폐업 후 다시 법무법인에 재취업을 희망하는 ‘리터니(Returnee)’ 역시 최근 2~3년 새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국세청의 ‘2014~2022년 귀속 전문직 종사자 업종별 사업소득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변호사의 평균소득은 1억 원으로 전문직 종사자 가운데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확대됐으나 실질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한 통계도 있다. 국내 법률 시장 규모는 2014년 4조2182억 원에서 2022년 8조1861억 원으로 약 2배 가까이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업 변호사 1인당 연평균 소득은 1억200만 원에서 1억1500만 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1인당 사건 수 역시 2013년 2.1건에서 2021년 1.1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A씨는 “변호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개업변’ 역시 우후죽순 늘어났다”며 “카페나 편의점을 보며 ‘점포가 저렇게 많으면 장사가 될까’라고 의문을 품었는데 그게 요즘 변호사 업계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10대 대형로펌의 상황은 다르다. 김앤장·태평양·광장 등은 신입 초봉으로 1억5000만 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고, yk와 대륜 역시 초봉을 1억 이상으로 책정하며 우수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재 영입을 둘러싼 대형 로펌들의 각축전은 경력 변호사 시장에서 더욱 치열하게 벌어진다. 대형 로펌의 경우, 복잡한 국제 분쟁이나 기업의 존폐가 걸린 수 백억대 소송 등을 다수 수임하는 만큼,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베테랑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륜의 K변호사는 “높은 인건비는 복잡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인재들을 영입해 조직력과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투자라고 보면 된다”며 “의뢰인들 또한 이러한 점을 알기에, 로펌 입장에서도 높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최고의 전문가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