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세청은 연예인이나 전문직 종사자가 설립한 1인 법인에 대해 법인격을 인정하지 않고, 대표 개인의 소득으로 보아 과세하는 사례를 늘리고 있다. 겉으로는 법인으로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독립적 실체 없이 조세회피 수단으로만 기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 원칙’이 근거로 제시되지만,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세 부담을 막는 수준을 넘어 법 자체를 형해화하고 납세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논란을 낳고 있다.
법인격 부인론은 본래 영국과 미국 판례에서 발전한 법리다. 영미법은 판례법 체계이므로 법원이 특정 사건에서 법인격을 벗겨내고 배후의 개인을 직접 책임 주체로 삼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Piercing the Corporate Veil’이라는 이름으로 가족회사나 폐쇄회사의 남용을 방지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성문법 국가에서는 판례를 통해 새로운 과세요건을 창출하는 것이 조세법률주의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
조세 영역은 특히 엄격한 제한이 요구된다. 헌법은 조세법률주의를 선언하고 있으며, 납세의무는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 그러나 법인격 부인론은 명문 규정이 아닌 판례 해석에 기초한 비성문화된 법리이므로, 이를 과세 근거로 삼는 것은 납세자의 권리보호 체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실제로 대법원도 법인의 독립적 실체가 존재하는 경우 단순히 세 부담 회피 목적만으로 법인격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해 왔다.
그럼에도 최근 국세청은 연예인 법인에 대해 이 논리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연예인이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집단이라는 이유로 집중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은 ‘징수 편의적 과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정당성도 찾기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선례가 되어 다른 업종이나 비연예인 등 일반 납세자에게까지 무분별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납세자가 자신의 세무 구조가 언제든 법인격 부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조세제도 전반의 신뢰를 흔들고 성실 납세 의지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조세 저항을 불러올 위험도 크다.
학계와 실무에서는 몇 가지 비판이 제기된다. 첫째, 법인격 부인의 남용이다. 실질과세 원칙은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보충적 장치이지 법인격 자체를 무시할 수 있는 만능 규정은 아니다. 둘째, 형해화 논란이다. 과세당국이 자의적으로 법인격을 부인하면 상법과 세법이 전제한 법인 제도는 껍데기에 불과해지고, 납세자는 법적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셋째, 헌법적 쟁점이다. 법인격은 단순한 법적 허구가 아니라 재산권과 행위 자유와 직결된다. 정당한 근거 없는 부인은 곧 헌법상 기본권 침해 문제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1인 법인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 첫째, 사전적 규율 강화다. 사후적으로 법인격 부인을 남용하기보다는, 애초에 1인 법인이나 가족법인에 일정한 요건을 법률로 명문화해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 둘째, 법인세제 보완이다. 예컨대 1인 법인에 대해 특례세율을 적용하거나 특정 거래 유형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조세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 법인격을 인정하면서도 회피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셋째, 사법적 통제 강화다. 법원과 조세심판원이 국세청의 남용을 더 엄격히 견제하고, 국세청 내부 지침도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결국 하나의 사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그 기업의 실체가 법인이라면 법인에, 개인이라면 개인에 귀속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 귀속을 유보한 채 사후적으로 법인격 부인론을 빌려 어느 한쪽을 임의로 납세의무자로 선택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조세 영역에서 법인격 부인은 기존 법률과 이론으로 해결할 수 없는 특수하고 예외적인 상황에 한해, 그것도 최후의 수단으로만 허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한적 적용이야말로 법적 안정성과 납세자 권리, 조세 정의를 균형 있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강우석 회계사 프로필]
△ 공인회계사, 세무사(세무사 시험 합격)
△ 안세회계법인 송도지점 대표
△ 기업의별 자문위원
△ 국세청 국선대리인
△ 대전지방법원 회생 조사위원
△ 인천광역시 용역심의위원회 위원
△ 인천광역시 지방보조금 관리위원회 위원
△ 인천시의회 의원연구단체 운영심사위원회 위원
△ 연수구청 지방세 심의위원
△ 연수구청 결산검사 위원
△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감사
△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마리스텔라 운영위원
△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 운영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