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먹튀’ 논란 자초한 MBK, 국감 증인 채택
‘미다스의 손’ 김병주 회장, 어쩌다 ‘기업사냥꾼’ 됐나?
인수합병을 주로 하는 사모펀드는 보통 ‘기업 사냥꾼‘이라 불린다. 회사를 높은 가치로 매각하기 위해 무리한 인력 구조조정과 사업 구조조정 등도 마다하지 않고 추진하거나, 기업의 성장보다는 사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최근 홈플러스 사태나 롯데카드 정보 유출 사태를 빚은 MBK도 이와 같은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정일보는 이번 홈플러스의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는 진정 기업성장에는 '뒷전'인가라는 제목으로 시리즈물을 준비했다.=편집자 주.
최근 홈플러스 사태로 최악의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지고 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에 대한 사정의 칼날이 김병주 MBK 회장에게로 매섭게 향하고 있다.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이어 금융당국까지 재조사에 나선 가운데 2주 후 열릴 국회 과방위·정무위 국정감사에도 증인 명단에 포함돼 있다.
지난 3월 ‘기업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MBK에 대해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비슷한 시기에 공정위는 MBK가 홈플러스에 대해 계열사인 롯데카드를 통해 기업카드 한도 등 거래조건을 다른 기업과 맺은 계약 내용에 견줘 더 유리하게 적용했는지 조사에 나섰다. MBK는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대주주다. 롯데카드는 최근 297만명의 고객정보가 해킹으로 대규모 유출된 사건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지난 3월에 이어 이찬진 신임 원장 취임 이후 재조사에 나섰다. 금감원이 MBK가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펀드 출자자 구성 및 차입매수(LBO) 방식의 자금 조달 구조 등을 비롯한 광범위하게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 이후 열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김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홈플러스 사태와 롯데카드 해킹 사태를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다만, 김 회장의 국감 출석 여부는 미지수다.
특히 홈플러스는 외국계 사모펀드인 MBK에 인수된 지 10년만에 지속적인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지난 3월 4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최대주주인 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함께 대규모 점포 매각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먹튀‘ 논란을 자초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약 7조4000억원의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홈플러스를 담보로 약 4조3000억원의 대규모 차입을 실행했다. 이후 투자금 상환을 위해 20여 개에 달하는 홈플러스 점포를 매각하거나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처분해 약 4조원 부채를 상환하면서 소비자도 체감될 수 있는 수준의 부실한 투자와 점포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홈플러스는 이커머스 업체 등과의 경쟁 심화로 갈수록 매출이 감소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홈플러스는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3월 4일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MBK와 홈플러스가 채권자들과 사전 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을 두고 리스부채 4조원, 연 4500억원 규모의 임대료를 탕감받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직·간접 고용인원 약 3만명, 1만여개 납품사와 임대매장 점주, 금융기관까지 피해가 확산됐다는 비판이다.
홈플러스 입점 상점들은 매출 정산 지연, 운영자금 동결 등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있으며, 금융 채권을 매입한 개인과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많은 직원들과 납품업체들도 실업자로 전락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홈플러스 사태는 대형마트 기업의 경영난뿐만 아니라, 사모펀드의 투자 방식과 기업회생 절차의 문제점까지 드러내며 경제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사모펀드가 기업에 투자하거나 기업을 사고 파는 데 있어서 인수 후 회사를 키워서 매각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홈플러스 사태에서 MBK파트너스는 인수 후 확장은 고사하고 '제살 깎아먹기' 식의 점포 매각을 일삼으며 운영 목적이 아닌 먹튀 행위가 드러났고, 다른 투자자들의 손해를 고려하지 않은 데다가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혼자서만 살겠다는 행위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MBK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에도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 영풍과 손잡은 MBK는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 기업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지난해 9월 공개매수를 시작했고, 최근 영풍과 ‘경영협력계약’을 맺었다.
MBK파트너스(MBK Partners)는 경영·투자·운영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김병주 회장, 부재훈 파트너, 민병석 파트너 3인방의 영문명으로 만들어졌다. 세사람 모두 외국 국적 보유자로, 마이클 병주 김(Michael ByungJu Kim) 회장이 모든 투자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과 함께 비토권이라는 거부권까지 행사하고, 대표 등기임원 중 한 명인 제이 에이치 부(Jay H. Bu) 파트너는 김 회장의 친인척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이언 병석 민(Bryan Byungsuk Min) 파트너 역시 최고운영총괄자(COO)라는 중책을 맡아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1963년 경남 진해 출신인 김병주 MBK 회장은 미국 해버퍼드칼리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친 우수 인재로 평가받는다. 골드만삭스와 살로만스미스바니를 거쳐 칼라일그룹에서 근무했고, 부인은 박태준 전 총리의 넷째딸 박경아 씨이며 한국 국적을 포기한 미국 시민권자다.
200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설립한 뒤 M&A시장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MBK는 2018년 스크린골프 업계 1위인 골프존뉴딘홀딩스(현 골프존홀딩스)와 손잡고 골프존카운티를 설립한 뒤 다수의 골프장을 인수했다. 현재 전국에 20여개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다나와와 종합 이커머스 기업 코리아센터를 인수했고, 그해 12월 구강스캐너 기업 메디트의 지분 99.5%를 2조4500억원에 인수했다. 이듬해엔 오스템임플란트를 인수해 코스닥시장에서 자진 상장 폐지하기도 했다.
반면 이에 앞서 하이마트, 넥슨, 잡코리아,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 등 굵직한 기업을 인수하려다 실패한 경우도 많다.
특히 2022년 카카오모빌리티 인수전에서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일부 지점을 폐쇄한 사례를 들어 사모펀드사가 회사 경영권을 쥐었을 때 사회적 책임에 소홀해질 수 있다며 카카오모빌리티가 매각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본격 뛰어들었고, 최근 홈플러스 사태와 롯데카드 사태로 그의 기업가적 마인드는 의심을 받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