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시인
김정호 시인

헐떡이는 태양을 품은 채

스스로 채찍을 후려치며 사막을 걷는다

제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이름표를 단 삶의 무게를 지고

모래에 발굽이 박혀 휘청거리는 걸음

가야 할 천 리 길이 위태롭다

목을 축일 물조차 몸에 지니는 것은 사치

사막 한가운데 모래언덕에 주저앉아

바람이 머물렀던 자리만 속절없이 쳐다본다

더러는 풍장(風葬)으로 사라질 꿈을 꾸지만

히잡 두른 어느 한 많은 여인의 저주가

반세기 동안 등 위로 쏟아졌는지

속 쓰라린 운명의 끈을 놓지 못한다
 

그래, 여기서 주저앉으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아

행장을 단단히 고쳐 매고

핏빛 성근 눈 부릅뜨며 길 찾아 나선다

결코,
 

뒤돌아보는 일은 없다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시인 박정원
시인 박정원

  고난과 역경이 곧 “사막”의 길입니다. 열한 권의 시집을 내기까지의 인생이 바로 그것입니다. 시와 함께 일평생을 일궈온 김정호 시인이 바로 “낙타”가 아닐까요? 비록 부질없는 꿈은 사라졌으나 그렇다고 “결코 뒤돌아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국세청이라는 조직에 몸담고 《국세문학》이라는 사막 아닌 사막도 그를 선두로 가꿔왔습니다. 굴하지 않고 “핏빛 성근 눈 부릅뜨며” 찾아 나서는, 시를 향한 그의 눈빛이 더욱 형형하기를 기대합니다. 최근에 발간한 시집 『낙타경(經)』(빛남시선169, 2025)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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