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현 국세청장이 2025년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 국세청]
임광현 국세청장이 2025년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 국세청]

현대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과학의 발전 속도는 지구나 인류의 진화 속도와 비교하면 마하(1,224㎞/h)의 속도에 비견될만하다. 인류는 과학의 진보와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진화와 진보는 성장과 발전을 전제로 하는 찬미의 단어다. 진화는 지구상에서 인류의 번성을 설명하는 최고의 학문적 성취와 이론으로 인정받는다. 비슷하지만 진보는 철학적 개념이 강하다. 흔히 형이상학적이라고 하는 靈(영)적인 경우에 적합하다. 진화는 생물학적, 동물적, 실체적 존재에 대한 성장을 상징한다. 진보는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지혜의 성숙을 표현한다고 할 것이다. 진화는 실체가 존재하고 진보는 허상에 가깝다. 진보라는 말로 표현되는 마음, 영혼, 생각, 지혜라는 것들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개념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관이나 조직의 성장과 발전은 진화에 가깝고 행정행위나 수단의 변화는 진보에 수렴한다고 볼일이다. 그래서 역사는 진화와 진보가 병행되고 그 결과를 우리는 개혁이라 부르기도 하고 日新(일신), 革新(혁신), 變化(변화) 등 여러 혼용된 개념들을 통합하여 ‘換骨奪胎(환골탈태)’라 칭한다.

이러한 과학의 진보를 통한 환경의 변화는 인간의 삶은 물론 국가의 통치 이념이나 행위의 진화를 불러왔고, 그 변신의 모습들이 행정행위에서 가장 확연하다고 보인다. 넓게는 우주 전체의 진화이지만 점차 범위를 좁혀서 태양계, 지구, 인류, 공동체, 나라, 정부, 행정까지 진보와 진화의 속도는 어지러울 정도로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국세청도 예외일 수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청장이 바뀌면서 모든 것이 달라지고 있다. 국세청의 역사로 기록된 많은 행정에서 진화와 진보를 뛰어넘는 ‘환골탈태’를 시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진화론의 과학적 관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될 일이다. 진보라는 가치 차원에서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오래된 동양철학이지만 ‘溫故知新(온고지신)’하는 가운데 ‘日日新又日新(일일신우일신)’하는 국세행정의 진보에 지혜를 총동원하는 것이 작금의 국세청이리라! 이제 시작이다. 바꾸지 못할 것은 없다. 얼마나 진화하고 진보하느냐만 남았다. 가까이서 찾아보자. 3일 임광현 호 첫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가 세종시 국세청 강당에서 열렸다. 매년 연초에 그해의 국세행정 방향이 시달되는 전례와 다르게 연도 말에 소집된 특이함으로 설왕설래가 있는 모양이다.

국세청의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의 출발은 개청 이전부터 있어 온, 마치 유물 같은 행사다. 세무 행정의 전반을 집행하는 일선 기관장들에 세정의 주요 핵심과제와 사명을 전달한다는 취지가 강했다. 새로운 청장이 교체되거나 할 때는 새 청장의 세정철학을 전파하고 세정의 변화와 개혁을 주문하는 기회로 활용했고, 조직의 기강을 다스리는 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전국 관서장회의’는 국세청의 전통으로 자리 한 느낌을 받는다. 국세행정의 문화라고 할 만 하다. 국세청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역사 자체로 인식될 만하다. “국세청을 알려면 관서장 회의자료를 챙겨보라. 국세청의 A부터 Z까지 모든 답이 그 안에 있다.” 지난날 행정고시 10회들이 국세청의 주축일 때 직원들 교육을 위해 자주 입에 담았다는 말이다. 실제로 국세행정이 어떻게 진보해 왔는지 개청 때부터 관서장 회의자료를 한번 읽어 보기만 하면 국세행정의 흐름과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된다.

이런저런 연유로 국세행정의 흐름이 변해왔고, 그 변화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정과 공평을 최고의 가치로 실현하기 위해 전국의 관서장들을 한자리에 모아 기강을 잡아서 정신 무장을 강화했다. 즉, 이 모든 과정이 기록되고, 일부 기록에서 누락 되는 부득이하고 내밀한(?) 내용들은 말로 행동으로 유구하게 전해져왔다. 이것이 국세청의 역사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의 존재 이유였고, 유물이 된 사연이다.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의 실제 내용은 ‘가오(기강 잡기와 권위)’가 핵심이고, 인사권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기회와 장소 제공이고, 발탁을 점지하는 조직의 공개되지 않은 비밀이 더 중요한 목적인 것이 정답에 가깝다. 그래서 세무관서장회의 가 곧 국세청의 역사이고 전통으로 자리 잡은 까닭이다. 국세 공무원이라는 울타리를 기준으로 조직의 결속력을 공고히 했다. 상·하의 결속을 다지며 서로 얼굴을 익히고 영혼을 공유하여 국세청의 역할과 집권자의 철학을 전국으로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덤으로 이러한 분위기는 근엄함과 기합이 저절로 들어갔고, 간부의 자부심을 느끼게 한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회의에 앞선 식전 행사인 핵심 간부들의 속 깊은 대화나 인사를 주고받으며 덕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악수의 전율과 느낌은 아무도 밝히지도 않고 기록에도 없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목적인지도 모른다. “너만 알고 있어” 은밀한 눈빛이 교환되고, 손끝의 전율이 전해진다. 以心傳心(이심전심)을 느낀 기관장들은 가슴 가득 희망과 설렘으로 다음 인사를 기다리며, 渾身(혼신)을 다하여 일한다. 정부의 1급 기밀보다 상위버전인 ‘특급기밀’인가 싶다.

이제 국세청은 다시한번 환골탈태를 준비하고 있다. ‘AI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들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3일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도 관심을 끈다. 외형상 회의 내용의 전면 공개로 변화를 시도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진보다. 탈피동물들이 껍질을 벗어버림으로써 성장할 수 있듯이 국세행정의 탈피와 성장의 한 모습이고 진보인 동시에 성장 발전의 표상이라 볼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탈피에는 이르지 못했고 아직은 진화가 더 필요해 보인다. 기강 잡기로 조직을 운영하던 시절은 이미 역사가 됐다. 효율과 능률을 우선순위에 두고 공평과세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납세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다. 특히 AI시대를 맞아 국세행정의 대전환을 외치면서 오랜 역사의 산물인 전국 세무관서장회의를 전통이라는 이유로 답습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미 조직 내에서도 과거 코로나 유행 시절 비대면을 이유로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화상회의에 대한 장점을 내세우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통혁명, 통신혁명, 전산시스템 혁명, AI 기반의 업무혁명 등이 보여주듯이 과학의 진보와 인류의 진화는 한계가 없어 보이고 가속은 점증되는 느낌이다. 이번 관서장회의를 통해 하달되는 업무 지침은 방향을 제대로 잡고 국세행정과 국세청의 진보와 진화를 실감하게 된다. 형식과 내용 면에서 진보했지만, 아직도 집합교육 같은 느낌과 기강 잡기의 유물로 볼 수 있어 齟齬(저어)하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AI 대전환’에 대비한 새로운 국세청의 문화와 전통에 대한 목마름이 아직 남아있다. 그래도 3일 열린 국세청의 ‘전국 세무관서장회의’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국세행정 발전과 미래 희망의 싹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울림이 충분했다.

“가까운 미래에 국세청은 조사 사례 AI 학습을 통해 탈루 혐의가 높은 조사 대상자를 자동 선정하고, 납세자의 복잡·특수한 상황까지 고려한 컨설팅을 바탕으로 신고서를 자동완성, 납부가능하도록 하는 등 보다 공정하고, 편리한 세정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속도감 있는 AI 대전환을 위해 취임 직후 ‘미래혁신 추진단’을 발족한 만큼, 국세청은 쉬지 않고 부지런히 걸어가겠습니다.” ‘AI 대전환, 국세청이 갖춰야 할 미래 역량과 혁신’이라는 주제의 직원 교육 후 밝힌 임광현 국세청장의 이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AI 대전환’ 시대의 막이 오른 만큼 국세청의 ‘전국 세무관서장회의’도 머지않아 환골탈태가 예정된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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