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시중은행들은 자산가들에 대한 컨설팅 분야에서 ‘신탁’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조세전문가들을 채용하는 등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신탁은 아직 미개척 분야에 해당하여 생소하지만 다양한 장점이 있어 컨설팅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어 세무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신탁을 활용한 컨설팅 요령과 사례를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의 기획물로 연재하려고 한다.
▶ 지금 왜 신탁인가?
필자는 2011년에 한국세무사고시회장을 맡으면서 한 가지 고민에 직면했다. 세무사뿐만 아니라 회계사, 변호사 등 세무 관련 전문자격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세무서비스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수수료 덤핑까지 심하게 나타났다. 단순히 기장 고객을 확보하여 기장대리에만 매달린다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때 떠오른 것이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 컨설팅이었다. 당시 보험사에서는 세무 전문성이 부족한 설계사들을 통해 절세전략을 앞세워 보험상품을 판매했으나, 설명과 실제가 달라 빈번한 분쟁이 발생했다. 필자는 “세무사가 조세전문가로서 보험컨설팅을 다뤄야 한다”는 생각으로 ‘세무사가 설계하는 택슈랑스(Taxurance) 절세전략’이라는 컨설팅 책자를 직접 집필·보급하고 세무사를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후 보험대리를 통한 컨설팅 업무는 세무사의 일반적인 업무영역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국세청이 모두채움서비스, ‘원클릭’ 환급서비스, 심지어는 세무대리인 없이 무료 상담하는 ‘AI 에이전트 서비스’까지 개발하여 제공한다고 한다. 세무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그래서 필자가 주목하는 분야는 바로 ‘신탁’이다.
신탁은 생전 자산 이전과 관리, 상황 변화에 따른 유연한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업승계와 자산승계에 탁월한 도구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도적 정비가 늦어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신탁의 기본이 되는 신탁법이 2011년에 전면 개정되었으나, 세법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다행히 2020년에 관련 세법이 대폭 정비되면서 유언대용신탁, 수익자연속신탁 등을 세법에서 규율하기 시작했다. 신탁을 실행하려면 고객의 사정에 따라 설계하고 계약을 통해 실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신탁재산의 평가, 재산 이전에 따라 발생하는 세금의 고려 등 세무적 검토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신탁단계별 과세가액의 산정, 수익자 변경 시 과세 방법 등에 대한 해석이 여전히 부족하다. 섣불리 적용 할 경우 분쟁 위험이 존재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신탁제도 관련 협회나 학술단체가 중심이 되어 제도를 정비하고, 세무사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서 한국재산신탁협회에서 부회장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흔쾌히 수락하고, 신탁제세파트와 세무전략파트를 연구해서 세무사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그렇게 된다면 신탁은 단순한 법적 장치가 아니라, 가족 간 분쟁 없이 자산을 이전하고 가업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과거 세무서비스시장이 어려울 때 보험대리를 통한 자산관리 컨설팅이 세무사의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매김했던 것처럼, 신탁 역시 미래 세무컨설팅의 핵심 분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세무사의 전문성과 신뢰가 결합할 때 세무서비스시장은 반드시 반응한다. 지금이 바로, 세무사가 신탁을 준비하고 시장을 선점해야 할 때이다.
[김완일 세무사 프로필]
△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 주식평가연구원장
△ 한국재산신탁협회 부회장
△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역임
△ 국회입법조사처 국민공감입법혁신위원 역임
△ 기재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행안부 지방세발전위원회 위원 역임
△ 국세청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 한국세무학회·한국세법학회 부회장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