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구현모 불참, 내부 지원자 이현석 커스터머부문장 유일

내년 3월 주총서 최종 후보 확정…정치 외풍 부작용 우려 목소리

국내 재계 순위 13위인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된 이후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며 정치적 외풍에 취약해 'CEO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도 새로운 대표를 내세우기 위해 후보자를 공개 모집했다. 지난 16일 마감한 후보 공모에 전현직 KT 임원과 외부 정보통신(IC) 전문가, 고위 관료 출신 등 최종 20여명이 KT 수장 자리에 도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무단 소액결제, 서버해킹 등 통신사 보안 후폭풍을 안고 누가 수장 자리에 앉게 될지 주목된다.

KT 내부에서는 내부 인사 발탁을 지지하는 분위기이며, 노조도 입장문을 통해 "과거처럼 낙하산 인사나 불투명한 결정이 재현된다면 전 조합원의 뜻을 모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외부 세력의 개입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 김영섭 대표는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고, 직전 수장이었던 구현모 전 대표도 이번 CEO 선출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구 전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KT의 역사도, 문화도, 기간통신사업자의 역할과 책임도 모르는 분들은 참여를 자제해 달라”며 “전임자가 나서는 게 바람직하지 하지 않다. 내부 인재가 선택될 때 KT의 지배구조는 비로소 단단해진다”고 소신을 밝혔다.

현직 KT 내부인사 지원자는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등 주요 서비스론칭을 이끌었던 이현석 KT 커스터머부문장이 유일하게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출신 외부 지원자는 홍원표 전 SK쉴더스 부회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KT IT기획실장 출신인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남규택 전 KT 부사장(현 지누스에어 부회장), 정문철 전 KT 강원본부장, 김협 넥스컨텔레콤 대표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을 지낸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차상균 서울대 명예교수, 김재홍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전 한국블록체인학회장) 등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 8인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 외부 전문기관 추천 ▲공개 모집 ▲ 주주 추천(전체 주식의 0.5% 이상 6개월 이상 보유 주주) ▲ 관련 규정에 따른 사내 후보로 대표이사 후보군을 구성하기로 한 바 있다. 위원회의 서류 심사·면접을 거쳐 복수 후보가 이사회에 추천된다. 이사회는 연말까지 단일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며 김 대표의 임기 만료인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 선임이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KT 안팎에서는 해킹 사고와 경영 불안이 겹쳐있는 상황에서 "신뢰 회복과 AI 시대 성장 전략을 함께 이끌어갈 리더십 있는 인재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최근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고로 조직 내 소통 부재와 경영관리 허점이 드러나면서 차기 CEO는 비상 상황을 수습하고 허술한 관리, 망가진 조직문화를 재건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ICT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에도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경우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이통3사 간 인공지능(AI)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체질 개선까지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영 전문성·산업 이해도·리더십·글로벌 감각 등이 이번 후보 평가 기준으로 꼽힌다. 최종 후보 확정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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