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사회에서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하는 것은 보통 ‘별’을 단다고 한다. 오랫동안 군대식문화가 우리사회를 지배해온 탓에 아직까지 이런 풍조는 남아있다. 그리고 3급에서 2급(이사관)으로의 승차는 대개 시간이 지나면 거의 자동으로 승진되었던 것이 보통이었다. 그리고 직급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1급(관리관)까지 오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이런 공무원사회의 직급 구조가 변화된 것은 지난 2006년이다. 고위공무원단제도(고공단)가 생긴 것. 공직의 ‘별’이라고 불리는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한 후 소정의 교육과 역량평가를 거쳐야 한다. 물론 현재 고공단에 속해있는 선배들이 물러나야 진입이 가능하다.
현재 국세청의 고공단 정원은 모두 34개 직위다. 국세청 본청에 차장, 기획조정관 등 국장직위 12개와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을 합해 모두 13개자리다. 그리고 서울국세청은 청장을 포함해 8자리다. 중부청은 7자리, 부산청 3자리 등이다. 나머지 대전, 대구, 광주는 청장 1자리가 고공단이다.
그런데 이 고공단중에 행시기수 서열, 소위 ‘짬밥’ 순서가 파괴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다름 아닌 행시 36회 출신들이 한 기수 후배인 35회 출신들보다 한참 앞서 나가고 있는 것.
현재 국세청 내 행시 35회 출신은 양병수 중부국세청 징세법무국장, 이은항 국방대학교(교육), 김현준 중부국세청 조사1국장, 조성훈 국세청 소득세과장, 현재빈 역삼세무서장 등이다.
그리고 행시 36회 출신은 김희철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 임경구 서울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장, 김용균 국세공무원교육원장, 유재철 미국 파견, 박만성 부산국세청 징세법무국장, 김용준 서울국세청 징세법무국장, 김대지 중부국세청 납세자보호관, 이동신 대전국세청 조사1국장, 최정욱 중앙공무원교육원, 백운철 국세청 소득관리과장 등이다.
이들 중 현재 부이사관 승진자는 모두 12명, 그리고 3명은 아직 서기관에 머물러있다.
이들의 행시기수 서열파괴 즉 전세역전 현상은 지난 연말까지 양병수 국장을 제외한 나머지 35회 출신들이 고공단 진입의 꿈을 이루지 못한 반면 후배기수인 36회의 경우 무더기로 고공단 국장으로서 자리를 꿰차면서 절정을 이뤘다. 그러다 최근 고공단 인사에서 김현준 중부국세청 조사1국장이 고공단에 진입하면서 겨우 체면을 세웠다.
그러나 그마저 36회의 경우 본청(교육원장)과 수도청인 서울국세청 국장에 대거 포진된 반면 35회 선배들은 여전히 중부국세청 국장에 머물러 있는 모양새다.
잘 나가는 36회 출신들의 면면은 김희철, 임경구, 김용균, 김용준, 박만성 국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선배들을 앞지르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이현동 전 청장시절에 이뤄진 인사때였다. 당시 인사내용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한 인사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부러움을 나타내면서도 개운치 않은 뒷말이 나왔었다”고 전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것도 인사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과거 행시서열이 맞지 않아 잡음이 나자 나중에 그것을 맞추려고 생고생(生苦生)하던 것을 봤다. 1.20 국세청 고위직 인사를 보면서 든 작은 노파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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