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다. 대한민국 유사 이래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건국일을 놓고 벌인 역사 논쟁이 아직 결말을 미뤄둔 채 국민통합의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몰지각을 생각하면 이제 정치인들의 분탕질에 국민의 외면이 시시각각으로 민란의 전초를 향하고 있다. 통합을 저해하는 사고와 행동이 충성인지 당심인지 구분조차 힘든 이 처참한 시기에 국세청이 ‘헌법존중 TF’를 설치하여 선도적으로 정권을 지지함으로써 행정 각 부처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국세청, 요즘 아주 잘하고 있어”란 대통령의 격려가 허언이 아님을 증명했다. 민심의 이행에 남다른 신속함이요. 이것이 천심이고 하늘의 뜻이 곧 국민의 뜻임을 실천하고 있음이다. 하기야 국세청이 매사에 신속하기는 했다. 정권의 핵심이고 권력의 집행기관답게 소위 ‘믿는 맨’을 수장으로 앉히고 의중을 읽어서 미리 대처하는 정무적 능력이 탁월한 인사들이 맡는 것이 정석처럼 만들어져 왔다. “물어” 한마디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급소를 물고 숨통을 끊어 놓는다. 어떨 땐 말도 필요 없다. ‘쉿’하는 약간의 제스처만 있어도 상대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게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국세청을 당할 그 어떤 조직도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국세청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번 국세청의 ‘헌법존중 TF’는 그런 정무적 감각이 돋보이는 국세청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국세청의 신속한 정권 지탱을 위한 발 빠른 움직임은 민심(천심)의 ‘바로미터(barometer)’인 대통령의 신뢰를 얻기 충분하다.
이제 국세청은 전면적인 조직쇄신에 착수한 셈이다. 국세청의 조직을 완전히 정치 성향에 깔 맞춤한 인재들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정책들로 신속하고 정확하며 확실하게 성은(聖恩)에 보답한다는 자세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늘공(늘 공무원) 지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최고의 찬미다. 어공들이 마음만 먹으면 늘공들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힘의 차이를 실감시키는 첩경이기도 하다.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보다 서열이 높다”는 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다. 앞으로 늘공은 어공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 신세를 면할 길이 없어 보인다. 9급에서 1급까지 직업공무원제가 확립되었고 대신 공무원은 정치 중립 의무가 지어졌다. 그리고 직업 공무원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승진이라 할 수 있다. 이 승진을 향한 과당경쟁이 정치권 줄 대기로 이어졌고 그 결과가 오늘날 어공이 늘공을 지배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어쩌면 자업자득인 셈이다. 직업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어공들에 의해 형해화(形骸化)되고, 고위 공직이 출세를 위한 충성 경쟁의 각축장이 된 사연이다. ‘헌법존중 TF’ 설치. 헌법을 존중하자는데 누가 토를 달 것인가? 이제 직업 공무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헌법을 외워야 함은 물론 그 해석이 어느 쪽의 주장인가도 명심해야 한다. 헌법의 해석은 정말 어려운데.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나 대학의 헌법학 교수들조차 의견이 갈리는 어려운 숙제인데, 공무원들은 답이 없는 이 숙제에 기지를 발휘해야 한다.
2026년 1월 어느 날. ‘헌법존중 TF’ 직원 한 명이 찾아와 상담을 요청한다. “어제 우리 과 회식이 있었는데 우리 과장님께서 대장동 민간업자들 1심 재판 결과에 항소하지 않은 검찰들을 비난하며 검찰이 그래서 검찰청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보고 “우리 스스로 국세청을 지켜야 한다”고 강요와 선동을 하여 듣기가 민망했습니다. 신고 직원의 신분은 철저히 비밀이 보장되며 과장은 불려 가서 경위를 설명하며 진땀을 빼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내란동조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수사 결과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 내란 세력과 동조가 의심된다는 신고만으로도 과장은 공무원 인생을 종치거나 좌천이리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이제 국세 공무원들은 오로지 ‘독고다이’다. 나 이외는 누구도 믿지 못한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국세 공무원의 최고 덕목이 될 상황이다. 누가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가? 인간은 오로지 혼자 외롭게 사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국세공무원들은 수장의 확실하고도 신속한 정무적 능력에 의해 인생의 지혜를 가장 먼저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더욱 발전된 대한민국으로 향하는 숨 가쁜 진행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연방정부로 나아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는 못하지만 속으로 희망하는 국민이 점차 늘어나면 발전의 어느 시점에서는 공론의 장이 열릴지도 모르고,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는 미지의 세계이기는 하다. 인구 천만이 넘는 서울과 경기도, 그리고 경상도와 전라도를 주정부로 독립시키면 가능하다. 서울 공화국, 경기 공화국, 경상 공화국, 전라 공화국의 4개 지방정부와 대한민국이라는 연방정부로 분화를 통한 발전 방안이다. 지금처럼 동서로 분리되어 경상도 대통령이니 전라도 대통령이니 하는 지역감정에 기반한 정치인들의 패거리 싸움은 종식될 것이다. 이렇게 나라가 어수선하고 분란하면 각자도생 따로 사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작금의 사태들이, 듣도 보도 못했던 개혁들이, 유사 이래 처음 있는 내란동조 세력 척결, 서로가 서로를 못 믿는 극단적 이기주의, 정치세력들의 패거리 우월주의, 공산주의에서나 가능한 상호감시와 인민재판식 처단 주의들이 더욱 발전한다면 국민의 정서에 “끼리끼리 살자”가 싹트게 되리라. 북한을 통일하는 방법으로 연구된 연방제 대한민국을 남한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생각의 주춧돌이다. 이 모든 생각들을 훌륭하게 바쳐주는 기둥이 국세청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권이나 국세청은 든든한 나라의 곳간지기 역할을 했지만, 지금처럼 훌륭한 경우는 없었다. 마치 바람이 불어야 눕는 갈대가 구름의 흐름을 보고 바람이 당도하기 전에 미리 눕는 느낌이다. 국세청의 개혁과 정치 바람에 선도적 대처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계엄이 내란인지 아닌지는 아직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결론이 안 난 사건을 두고, 관련자를 척결하는 것도 듣보잡이긴 하지만 개혁이기는 하다. 12·3 비상계엄에 관여한 직원들을 파악하기 위한 국세청의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이하 TF)'가 국세청 발전을 견인할 것을 믿어본다. 내란동조 세력 척결에도 국세청이 으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