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수 증가·법률서비스 소비 방식 변화…‘의뢰인 중심’ 시장 구조 정착
리걸테크 도입, 선택 아닌 생존 조건…일부 로펌, ‘도입 자체가 부담’ 반발
국내 로펌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최근 10여 년 사이 변호사 수는 약 70% 가까이 늘어나면서 4만 명 시대에 진입했다. 법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내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대형로펌을 중심으로 시장 판도가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마케팅 역량과 AI 기술 도입 속도가 로펌의 성장 속도를 결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로펌 업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변화는 바로 '마케팅'이었다. 이는 법률 소비자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인맥을 통한 수임이 일반적이었다면, 현재는 의뢰인이 스스로 변호사를 검색하고 비교해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법률 플랫폼 '로톡'에 따르면 지난해 로톡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약 30만 건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고, 월간 방문자도 130만 명을 넘어섰다. 소비자 중심의 시장 구조가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에 가장 빠르게 대응한 로펌 중 대표적인 곳은 YK, 대륜 등이다. 포털 기반 마케팅 전략을 구축한 YK, 대륜은 지난해 기준 각각 매출액 약 1547억 원, 1127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7위, 9위 로펌에 올라섰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YK, 대륜과 같이 시장의 흐름을 읽고 선제적으로 움직인 로펌들이 판도를 바꿔놓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 이들을 따라하는 로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반면 대응에 소극적인 로펌들은 실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듯 하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마케팅을 넘어 인공지능(AI) 기술이 법조 시장의 새로운 판세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상담 자동화, 문서 분석, 기록 정리 등 업무 전반에서 AI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리걸테크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는 확산되면서다.
실제 10대 대형로펌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륙아주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법률 챗봇인 'AI 대륙아주'를 출시했고, 대륜 역시 올해 AI 기반 상담 지원 시스템인 'AI대륜'을 선보이며 기술 경쟁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함께 'AI 법률보조서비스 확산 사업'을 추진하는 것 역시 이 같은 기조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전통적 수임 구조에 의존해온 일부 중소형 로펌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는 로펌이 있는 반면, ‘과도한 마케팅과 AI 시스템 도입 자체가 중소형 로펌에게는 큰 부담’이라는 주장이 맞서는 것이다. 다만 시장 내 마케팅 및 리걸테크 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 로펌 전략담당자는 "과거와 달리 마케팅과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결국 얼마나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이뤘는지가 로펌의 생존을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변호사 단체가 관련 광고 규정을 강화하거나 징계 수위를 높이며 속도 조절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과도한 '기존 질서 방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나친 규제로 인해 오히려 법조 시장의 투명성이 저해된다는 점에서다. 실제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대한변호사협회의 AI 광고 제한 관련 규제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내용의 신고서가 접수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추진 중인 이른바 '불량 로펌 지정제'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의 한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마케팅이든 AI든 결국 시장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규제로 억누르려는 시도는 오히려 시장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고 변화에 적응한 로펌과 그렇지 않은 로펌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바꿔말하면 법률서비스도 고객 중심 서비스가 선결과제라는 얘기다. 지나친 규제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은 하루라도 더 빨리 받아들여야 갑론을박의 분쟁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