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국세청은 홍콩, 버진아일랜드 등 해외의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탈세를 일삼아온 것으로 의심되는 법인 15곳과 개인 8명 등에 대해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인터넷 매체인 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자료를 통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한국인의 명단을 속속 공개하면서 국민들의 역외탈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최근 뉴스타파측에서 자신들이 확보한 자료를 국세청에는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우리나라 국세청이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시점에서 착수한 조사여서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는 이미 국세청도 조세피난처를 통해 벌어지고 있는 탈세행위에 대해 깊숙이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의미로도 읽혔다. 이날 김영기 국세청 조사국장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재계인사가 이번 조사대상에 포함돼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기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역외탈세 조사를 하기 때문에 포함됐을 수도 있다”고 말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특히 이날 국세청이 발표한 이들의 역외탈세 수법은 하루 아침에 분석해 내놓은 자료가 아닌 고난도의 퍼즐게임이라는 점에서 오랜기간 자료수집과 분석이 이뤄져 왔음을 시사했다.(그림참조)

 

 

 

 

이에따라 이들에 대한 조사는 국세청이 제대로 할 테니 두고 볼 일이지만 이날 국세청 발표자료를 보면서 이들의 탈세를 과연 누가 도울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이번에 국세청이 발표한 한 가지 사례다.

 

금융투자업을 하는 A사의 사주 B씨의 경우 홍콩의 법인설립 대행회사를 통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A사는 BVI 페이퍼컴퍼니에 수백억원을 송금하고, 국내외 금융상품에 우회 투자해 막대한 투자수익이 발생했으나, 투자원금만 회수하고 관련 소득은 신고를 누락했다. 그리고 투자수익은 홍콩 등 해외계좌에 은닉하고 해외금융계좌신고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렇게 고난도의 탈세수법을 과연 사주 B씨가 기획하고, 행동에 옮겼을까?

 

분명 B씨를 도운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소위 공격적 조세회피행위(ATP:Aggressive Tax Planning)를 돕는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자격증을 보유한 고소득전문가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쩌면 이번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이들 고급 두뇌들과의 싸움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조사를 역외탈세혐의 뿐 아니라 이들을 도운 세무대리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해 좋은 머리를 나쁜 쪽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에 경종까지 울려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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