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작성도 검증하기도 어려운 정책…눈 가리고 아웅”
“몇몇의 일탈 잡으려다 중소기업들에게 규제 덩어리 됐다”
중기‧세무업계 “울며겨자먹기식 작성…하루 빨리 폐지해야”

올해부터 법인과 개인사업자(성실신고확인대상자, 2013년 기준 7만명)는 업무용승용차에 대한 운행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개인사업자 중 복식부기의무자는 2017년부터 시행된다.
고가의 자동차를 회사명의로 구입하거나 임차(리스)해 자녀의 통학 등 지극히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면서 차량의 모든 비용을 회사의 손금으로 처리해 세금을 탈루하는 일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문제를 바로잡기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런데 중소기업들과 세무업계가 이 운행일지 작성을 놓고 ‘비상’이 걸렸다. 매번 작성해야하는 운행일지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그러면서 이 제도는 ‘빈대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할 것’이라는 등 비판의 수위가 적지않다.
◆ 업무용승용차 운행일지, 왜 작성해야 하나?
운행일지 제도는 고가의 자동차를 회사명의로 구입하거나 임차(리스)해 자녀의 통학이나 사모님들의 나들이 등 지극히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면서 차량의 모든 비용을 회사의 손금으로 처리해 세금을 탈루하는 일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고안됐다.
실제로 자동차산업연합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고가의 차량일수록 사업자 구매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으며, 2014년 기준 1억원 초과 차량의 경우 일반인 판매비중은 15.8%에 불과한 반면 사업자 판매비중은 84.2%에 이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업무용승용차의 취득·임차·유지·관리 등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 손금산입한도를 설정함으로써, 업무용자동차를 통한 세금탈루 행위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고자 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 법인차, 어떤 경우 비용 인정되나?
정부는 모든 내국법인의 업무용차량에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운행기록을 작성하도록 했다. 이에따라 전액 비용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을 가입하고 차량운행일지를 작성해야만 하며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 가입을 하지 않을 경우 관련 비용은 전액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먼저 법인차 중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했으며 업무용승용차 관련 비용(감가상각비, 임차료, 유류비, 자동차세, 보험료, 수리비, 통행료 등)이 1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운행일지를 작성하지 않아도 ‘전액’ 비용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법인차 중 임직원 전용 자동차 보험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업무용승용차 관련 비용이 연간 1000만원을 초과하면서 운행일지를 작성하지 않았다면 ‘1000만원÷업무용승용차 관련 비용’으로 계산해 업무용 사용비율을 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관련 비용이 2000만원일 경우 1000만원÷2000만원으로 계산해 50%의 비율로 비용처리가 가능하다. 이때 업무용이 아닌 사적 사용분은 귀속자의 상여 등(귀속자가 불분명한 경우 대표자)으로 소득처분된다.
아울러 연간 감가상각비 한도는 800만원까지 인정되며, 800만원이 초과되는 금액에 대해서는 다음 연도로 이월해 비용을 공제받을 수 있다. 감가상각법은 올해부터 신규로 취득한 차량의 경우 감가상각은 정액법으로, 내용연수는 5년으로 감가상각한다.
또한 업무용승용차 매각손실의 경우 8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이월하게 되며 남은 금액이 800만원 미만이거나 해당 업무용승용차를 처분한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에는 남은 금액을 모두 손금에 삽입,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편 개인사업자(복식부기의무자)의 경우 차량 관련 비용이 1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용 차량운행일지를 작성해 소득세 신고시에 업무용승용차 관련비용 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
◆ “운행일지 작성, 중소기업 죽이기 정책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종종 현실과 부합하지 않을때가 있는 법. 이 경우가 딱 그 꼴이다. 운행일지를 작성해야 비용으로 인용해 주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어려운 사람들을 옥죄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
중소기업들은 물론 중소기업들의 세무문제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세무대리인 역시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운행일지 작성이 허위로 작성될 가능성, 그리고 업무용일지 작성을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불만의 키포인트다.
이와 관련 A세무사는 “흑자가 많이 나는 중소기업의 일부가 자녀에게 차량을 사준 뒤 회사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전체 중소기업 중에서 이렇게 하고 있는 기업은 몇 안 될 것”이라면서 “몇몇의 일탈을 잡으려다가 어렵고 힘든 중소기업들에게 오히려 큰 규제 덩어리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그는 “그렇게 작성된 운행일지가 100% 검증이 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는 범법자를 양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즉 “골프장에 갔다 온 것을 거래처에 다녀온 것으로 둔갑시켜 허위기록을 할 가능성이 있는 등 운행일지 작성은 소위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일갈했다.
C세무사는 “운행일지를 제쳐두고 실질적으로 차량가액만 제한하면 될 것 같다”며 “보편적인 수준에서 중형차 수준이면 4~5000만원이라고 할 경우 이는 그랜저급 자동차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업무용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세무사는 “차량일지를 작성하는 것은 사용증빙이기 때문에 맞는 것”이라면서도 “운행기사가 있는 기업은 기사가 작성하면 되지만 많은 중소기업은 운전자(사장) 본인이 직접 작성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세무업계에서는 운행일지 작성은 투명성면에서 맞는 말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를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죽이기에 불과한 한심한 제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운행일지 사실대로 쓰는 사람 몇 명이나 되나?
그렇다면 국세청은 이에 대해 어떻게 검증하고 있을까. 제도가 이제 막 시행되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실제 검증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무대리인들의 반응은 “검증방식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평일엔 회사차를 이용해 업무를 본다지만, 가령 주말에 사용한 것을 업무용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면 주말용 개인차를 한 대 더 구입해야 하는 것인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관련 C세무사는 “실제로 대다수의 어려운 상황에 놓인 중소기업은 개인적인 용무로 사용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업무용으로만 사용하는 것도 빠듯한 상황”이라면서 “소득이 많다는 전제하에 사적사용이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흑자가 많은 기업의 경우 고급외제승용차를 구입해 사용하고 임직원의 가족들도 회사명의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런 중소기업이 전체 중소기업 중 몇 %나 되는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정부의 무늬만 회사차를 제재하기 위한 방침이 어려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추가로 내야하는 것이 됐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많은 중소기업에서 운행일지를 사실대로만 작성하지는 않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세무사는 “현재 운행일지 작성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써 하루 빨리 폐지하는게 맞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해외에서는 업무용차량 과세, 어떻게 이루어지나?
한편 업무용 차량비용 관련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업무사용비율에 따라 비용으로 인정하고 운행일지 작성 등을 통해 관련성을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사적사용분에 대해 급여로 처리해 소득세를 과세하고 있으며, 업무용 주행거리와 사적 주행거리를 구분해 작성하도록 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차량비용 산출법으로는 기준거리율법(1마일당 56센트)와 실제차량비용법 중 사업자가 선택하도록 한다.
영국은 CO2배출량에 따라 비용 인정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법인소유차량의 경우 CO2 배출량 130g/km 초과 여부에 따라 감가상각률을 차등적용하며, 리스차량은 CO2 배출량 130g/km 초과시 리스비용의 15%를 손금부인한다.
독일은 법인 비용은 전액 인정하되, 사적 사용분은 차량 사용자의 소득세로 과세하고 있는데 개인사업자의 경우 업무사용비율이 10% 미만이면 관련 비용이 전액 불인정된다.
캐나다는 차량가액이나 비용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감가상각비 계산시 차량가액을 최대 3만CAD(2천700만원까지만 인정하며 리스료는 1대당 월 800CAD(70만원)까지 인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