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기업 아닌 사람이 부담”...OECD 재정위기 6개국 외 법인세율 유지·인하 추세

오정근 새누리 비대위원, “법인세율 인상, 기업투자 악화와 해외탈출 부추겨 역효과”

법인세율 인상에 관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법인세 인상과 관련된 해묵은 논쟁이지만 제20대 국회가 여소야대 정국으로 개편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그러나 법인세율 인상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제20대 국회에 들어서자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과세표준 기준금액이 100억원 이하인 대부분의 법인(99.3%)들에 대해서는 현행 법인세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과세표준 기준금액이 100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인 법인(약 920여개)은 2012년 이전 세율인 22%로, 과세표준 기준금액 200억원 초과 법인(약 1000여개)은 2009년 이전 세율인 25%로 환원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본격적으로 법인세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문민정부 28%에서 국민의정부 27%, 참여정부 25%, 이명박정부에서 22%로 꾸준히 인하됐다. 더불어민주당도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야권은 법인세율 인상카드를 손에 쥐고 흔들고 있는 상태다.

김동철 의원은 “법인세 인하를 통해 정부는 기업의 투자 및 고용을 촉진시켜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정책적 목표를 추진한 결과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감세액이 무려 4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투자와 고용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작년 말 기준 30대 재벌들의 사내유보금이 753조6000억원이나 쌓인 반면,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98조8000억원,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95조4000억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해 결국 정부 곳간을 비워 기업만 배불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 정부·여당 ‘법인세율 인상 반대’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법인세율 인상을 반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질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정근 혁신비대위원은 “우리 기업의 투자를 어렵게 하고 우리 기업들의 해외 탈출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세계 각국에서 지속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고 법인세율을 인하한 것이 특정 몇몇 기업을 도와주기 위함은 아니라고 누누이 공식 석상에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OECD 33개 회원국 중 절반인 17개국이 법인세율을 낮추는 추세다. 그러나 재정위기로 인해 헝가리, 칠레, 아이슬란드, 슬로바키아, 그리스, 멕시코 등 6개국이 법인세율을 인상한 바 있다.

◆ 법인 실체 없어…실제 세부담은 ‘사람’이 부담한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법인세 인상으로 노동소득이 감소해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킬 전망이며, 실제 부자라고 하는 대주주의 부담은 소액주주의 부담 비중보다 낮아진다”며 “복지재원을 법인세 인상을 통해 조달해 서민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정책은 오히려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조경엽 연구위원은 법인은 실체가 없는 의제로써 소득과 세부담의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법인세는 기업의 활동에 관여한 자본소유주, 노동자, 소비자와 같은 사람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릿지경제는 사설(15.07.26)에서 “법인세 인상론은 지금의 경제상황과 거꾸로 가는 잘못된 발상으로 기업의 세부담 증대는 사업의욕 감퇴와 직결돼 있다”며 “투자 위축은 경기 침체를 가속화해 세수를 더 쪼그라들게 하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외국인 투자가 줄고 국내 기업들의 투자는 세부담이 낮은 해외로 집중될 수 밖에 없다”며 법인세 인상에 반대했다.

서울경제 6일자 포럼(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에는 “앞으로 복지재원 조달을 위한 수단으로 세율 인상이 필요하다면 소득을 세원으로 하는 소득세·법인세와 소비를 세원으로 하는 부가가치세 중 어느 세목에서 얼마의 증세를 할 것인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한국은 GDP 대비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의 부담이 현저히 낮은 반면 법인세 부담은 높다. 지구촌 시대에 유독 한국만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법인세 인상에 반대했다.

◆ "대기업 실효세율 끌어올리는 것이 현실적 대안"

중앙일보 7일자 사설에는 “현실적인 대안은 대기업에 대한 실효세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면서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과표 200억원 초과 기업의 실효세율은 17.9%로, 명목 법인세율(22%)보다 훨씬 낮다. 연구개발과 고용 촉진 명목으로 법인세를 깎아주는 세액공제 혜택이 주로 대기업에 돌아가고 있어서다. 대기업 공제액이 전체의 82%, 10대 그룹만 해도 60%에 이른다. 중견기업보다 대기업 실효세율이 더 낮다는 지적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또한 조선일보 7일자 사설에는 “지금 단계에서 법인세 인상보다 시급한 것은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의 정비”라면서 “연구·개발과 투자·고용 촉진 등을 위해 도입된 법인세의 세액 공제 항목이 32개나 난립해 있다. 연구·개발이나 투자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법인세 공제 혜택의 82%가 대기업에 돌아가고, 그중에서도 10대 그룹이 60%를 차지하고 있다(2014년). 이렇게 대기업에 편중되는 법인세 공제 제도를 정리해 중소·중견기업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작업부터 착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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