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신탁회사까지 조세채무 부담케 할 수 없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 당해세 조세채권자가 조세에 관한 법률에 의하지 아니한 사법상의 계약에 의하여 조세채무를 부담하게 하거나 이를 보증하게 하여 신탁회사로부터 일반채권의 행사방법에 의하여 조세채권의 종국적 만족을 실현하게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0. 12. 26. 선고 90누5399 판결,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다217054 판결 등 참조)’라는 고법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서울고등법원은 ‘2014년 이전 당해세 납세의무자가 위탁자여서 당해세 조세채권자가 당해세라는 이유만으로 직접 배당받을 수는 없으나, 신탁계약의 특약에서 신탁원본 관련 제세공과금을 우선 정산하도록 정하였다면 당해세 조세채권자가 우선적으로 매각대금을 정산받을 수 있다’고 하여 국고주의적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
이런 기존의 입장이 최근 같은 고등법원 2개의 재판부에서 바뀐 것이다.
이들 판결은 신탁계약에 따라 신탁회사가 신탁부동산을 환가하여 그 처분대금을 정산할 때 2순위로 충당되는 신탁계약 처분대금 정산규정에서 정한 ‘처분대금 수납 시까지 고지된 재산세 등 당해세’에 위탁자에 부과된 당해세도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법리를 고려하면 위 정산규정을 근거로 하여 직접 신탁회사에 대하여 위탁자에 부과한 재산세 등 상당액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모두 취소한 것이다.
구 지방세법(1993. 12. 27. 법률 제46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시행 당시에는 신탁재산의 경우 그 재산세 납세의무자인 ‘재산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자’가 법률상 소유자인 수탁자라고 보아 그에 대해 신탁재산에 대한 납세의무가 부과되었으나, 구 지방세법(1993. 12. 27. 법률 제4611호로 개정되고 2014. 1. 1. 법률 제121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7조 제1항의 규정을 통해 신탁재산의 경우에는 그 법률상 소유권 귀속에도 불구하고 그 납세의무자를 위탁자로 규정하게 되었는바, 이는 신탁재산의 경우 그 법률상 소유권 귀속과는 달리 경제적 수익 또는 관리‧지배권 등이 위탁자에게 귀속되는 경우가 다수인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한편 위와 같은 구 지방세법(1993. 12. 27. 법률 제4611호로 개정되고 2014. 1. 1. 법률 제121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으로 신탁재산에 대한 재산세 및 그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자가 수탁자에서 위탁자로 변경된 결과, 위탁자에 대한 체납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기타 국세와 지방세를 신탁재산을 통해 징수하려는 국가 내지 지방자치단체의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신탁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위탁자’에 대한 조세채권에 기하여는 ‘수탁자’소유의 신탁재산을 압류하거나 그 신탁재산에 대한 집행법원의 경매절차에서 배당을 받을 수 없음을 일관되고 명시적으로 밝힘으로써, 과세관청의 체납 당해세 징수 편의를 위해 신탁법상의 원칙적인 법리를 훼손할 수 없음을 반복하여 밝힌 바 있다(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0다67593 판결 등).
이같은 대법원 판결로 인해 과세관청이 위탁자인 시행사가 체납한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를 신탁재산으로 징수하는 데 곤란을 겪게 되자, 그 징수행정의 편의를 위해 최근 구 지방세법(2014. 1. 1. 법률 제12153호로 개정된 것)의 개정을 통해 신탁재산에 대한 재산세 납세의무자를 수탁자로 변경하였고, 그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자도 함께 변경된 것이다.
따라서 2014년 법 개정 취지는 ‘신탁재산에 대한 재산세 납세의무자를 위탁자에서 신탁재산의 소유자인 수탁자로 변경함’에 있고, 이와 같이 신탁재산에 대한 재산세 납세의무자를 변경한 주된 이유는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0다67593 판결 등에 의해 신탁법 제22조 제1항을 이유로 “위탁자에 대한 조세채권에 기하여는 수탁자 소유의 신탁재산을 압류하거나 그 신탁재산에 대한 집행법원의 경매절차에서 배당을 받을 수 없다”는 법리가 확립됨으로 인해 기존 법률의 해석론으로는 신탁재산을 통해 ‘위탁자’에 대한 재산세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징세행정의 편의를 위해 입법적으로 해결하려는 데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고등법원 이전 판결들은 위 지방세법 개정 전의 구 지방세법의 해석상으로는 ‘신탁재산’으로 ‘위탁자의 체납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징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개정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즉, 2014. 1. 1. 이전)에도 신탁계약의 해석을 통해 ‘신탁재산의 처분대금’으로 ‘위탁자의 체납 당해세 등’을 우선 징수할 수 있다는 결과가 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종전 판결들의 해석은 위 개정 입법의 취지 및 개정 전 규정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 및 신탁법의 법리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었다.
특히 신탁계약과 조세채권의 성립문제를 살펴보면 조세채권은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이 요구되기 때문에 사적 자치가 지배하는 사법상의 채권과는 그 성질을 달리하여 그 성립과 행사는 오직 법률에 의하여만 가능한 것이고, 조세에 관한 법률에 의하지 아니한 사법상의 계약에 의하여 조세채무를 부담하게 하거나 이를 보증하게 하여 이들로부터 일반채권의 행사방법에 의하여 조세채권의 종국적 만족을 실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바(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2939 판결 등 참조), 신탁계약은 사법상 계약에 불과하므로 위 규정들과 신탁계약에 의하여 직접 조세채권을 취득한다는 법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다217054 판결 참조)는 입장이 확고했다.
따라서 금번 서울고등법원의 최근 두 판결[서울고등법원 2016. 5. 19. 선고 2015나2070349 판결 및 같은 월 20. 선고 2015나2023558(본소),2023565(반소) 판결]은 당해세 여부를 불문하고 조세법률주의의 대원칙에 따라 어떠한 이유로든 사법상 계약에 불과한 이 사건 신탁계약에 의하여 원래 조세채무자인 위탁자 외에 수탁자인 신탁회사까지 조세채권자에 대하여 조세채무를 부담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천명한 점에서 그 의의가 있으며, 그 파급력이 상당하여 향후 상고심 결과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글, 허진영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