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설립되기 이전에는 기업들에 대한 세무사찰이 무시로 행해졌다. 그리고 국세청이 없다보니 검찰, 경찰, 정보기관 등이 자기들 맘대로 기업체에 드나들며 탈세혐의를 찾아내려고 앞 다투었다. 그러다보니 기관간 보이지 않는 경쟁도 있었고 기업들은 죽을 맛이었다.

그러던 것이 1966년 3월 국세청이 발족되면서 세무사찰 기능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했다. 국세청에 조사국을 설치했고, 또 청렴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세청 사찰요원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박정희 대통령은 직접 휘호를 하사했다. 見金如石(견금여석)이란 문구였다. 그리고 사찰요원들은 이 문구가 새겨진 ‘녹색 넥타이’를 임무중 항시 착용토록 했다.

국세청은 또 자진신고납부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녹색신고제도를 도입했다. 부동산소득, 사업소득, 산림소득이 있는 납세자로서 녹색신고자격의 승인을 받은 자가 자기의 소득금액과 세액을 스스로 정확하게 계산해 과세표준확정신고서에 양심적으로 기재해 신고를 하게하고, 이를 그대로 인정해 소득계산이나 정부조사결정 그리고 세액납부에 있어서 각종 특전을 부여했다. 신고용지를 다른 납세자와 구별하기 위해 녹색으로 하면서 ‘녹색신고’라고 명명했다.

국세청은 이처럼 녹색과 인연이 깊다. 한때 국세청을 상징하던 국세청 마크에도 녹색이 중심이었다. 문을 닫은 대우그룹의 마크와 비슷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꽤 의미 있는 심벌마크였다. 그러던 것이 NTS를 단 마크가 새로 나오면서 국세청 심벌마크에서 녹색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제 국세청은 녹색은 커녕 국세청만을 상징하는 마크도 없어졌다. 정부 각 부처가 공히 태극문양의 통합형 심벌마크를 사용키로 했기때문다. 이미 국세청이 사용하는 공식문서는 물론 국세공무원들의 명함에도 이 태극마크가 사용되고 있다.

심벌마크의 형상과 거기에 새겨진 의미는 조직원들의 사명감과 자부심이며, 조직을 지탱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다. 국세청에서 그런 마크가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국세공무원으로서, 국가재정역군으로서, 세금정의를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많은 국세공무원들의 마음이 요즘 왠지 편치 않다고 한다. 어떤 국세공무원은 ‘국세청의 정신이 없어진 느낌’이라고도 했다.

국가의 재정을 담당한다는 태산 같은 자부심과 녹색에서 뿜어져 나오는 올곧은 청렴의 정신이 그대로 살아 숨 쉴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도 했다. 미신 같은 이야기지만 국세청을 상징하는 심벌마크에서 녹색이 사라지면서 뇌물에 유혹되는 국세공무원들이 많아졌다면 믿겠는가? 특별한 자료는 없다. 왠지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 국세공무원은 검찰, 경찰, 국정원은 그대로인데 왜 우리 국세청만 힘이 빠지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짓기도 했다. 그러면서 왜 권력기관중 우리만 세종시로 내려왔는가라는 해묵은 푸념까지 쏟아냈다. 한 세정전문가는 ‘국세청은 녹색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녹색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은 그렇다치고 권력기관에 대한 향수를 가지는 부분에 있어서는 그렇게 크게 실망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국민들은 권력기관인 국세청보다 서비스기관인 국세청을 더 원하고 더 친근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안다면 말이다. 내가 세무조사 요원이라고 폼 잡는 것보다 납세자를 배려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국세공무원들의 모습이 더 인간적이고 멋지기 때문이다.

세금은 소리 없이 거두어야 하고, 또 국민들이 스스로 기꺼이 낼 때 더 아름다운 것이지 않는가. 그것이 또 지금 국세청이 내건 세정철학인 ‘균공애민’의 큰 뜻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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