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도 이견 "투자 위축 줄일 것" "법인세 전쟁만 촉발"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대책으로 '법인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자 유럽연합(EU) 측이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이 "여전히 기업들에 열려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현재 20%인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법인세율을 내년에 19%로 낮춘 뒤 2020년까지 17%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25%다.
유럽에서는 아일랜드(12.5%)가 가장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해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아일랜드에 유럽 본사를 두고 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가 아일랜드와 구글, 애플 등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이 맺은 법인세 합의들에 대해 공정경쟁 위반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5일(현지시간) 한 프랑스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내가 보기에 15%로 간다는 건 좋은 계획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역내에서 가속한 재정 경쟁이나 재정 덤핑으로 들어가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내년 프랑스 대선의 유력 주자인 알랭 쥐페 전 총리도 전날 영국을 방문해 기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우리도 반응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더는 언급을 내놓지는 않았다. 프랑스의 표준 법인세율은 33%다. 하지만 연매출 2억5천만유로 이상인 기업에 대해선 법인세의 10.7%를 추가로 부과한다. 이 추가 세금은 올해 연말 끝날 예정이다.
쥐페 전 총리는 "프랑스 법인세율과 EU 평균치 사이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며 "프랑스가 경쟁력 있는 국가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에서는 법인세율 인하의 효과를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린다.
영국상공회의소(CBI) 수석 이코노미스트 레인 뉴튼-스미스는 "경제 성장을 지지하고 여욱이 위기 국면에서 기업들에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조치들을 고려하는 건 옳다"고 말했다.
그러나 옥스퍼드대 기업조세센터 소장 마이클 데버룩스는 "2%포인트 법인세 인하는 브렉시트에 대한 과감한 대응이라고 할 수 없다"며 법인세 인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투자 감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영국의 세율이 이미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낮은 데다 단순히 다른 나라들의 후속 인하만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효과는 일시적일 것 같다"고 예상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KPMG 로빈 왈덕 세금전문가도 "현재 정치적, 경제적 변동성과 브렉시트 이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영국 내 투자를 주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