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 정기총회(지난달 30일)가 끝난지 20여일을 지나고 있다. 세무사업계는 여전히 총회를 둘러싼 물밑 수군거림이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날 총회를 세무사회의 오랜 분란을 완전히 제거하면서 세무사회의 미래를 밝힌 역사적 행사였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세무사회의 ‘조종(弔鐘)’을 울린 총회였다고 혹평을 주저하지 않는다.

미래를 위한 총회라고 추켜세우는 사람들은 세무사회의 분란의 단초(端初)라고 믿어온 세무사회장 임기와 관련한 회칙 조항을 ‘평생2회’로 수정한 것을 두고 나오는 평가인 듯하다. 그리고 깎아내리는 쪽은 평생2회로 하되 소급적용이 안되도록 이사회에서 의결한 것을 총회에서 긴급발의로 뒤집은 것은 회칙을 무시한 폭거라는 것이다.

즉 세무사회 회칙에는 총회의 안건은 30일전 회원들에게 통지하도록 돼 있는데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총회에서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며 밀어붙인 발상과 현실을 꼬집으며, 회칙이 헌법이라면 이날 총회는 헌법을 무시한 초법적 행위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지난 2013년 전임 회장이 3선에 나섰을 때 많은 회직자들과 회원들은 ‘왜 회칙을 개정한 후 출마하지 않고, 편법(유권해석)으로 나가려 하느냐’면서 초유의 집단반발 사태를 불러왔던 것을 비교하면서 그렇게(소급적용)하고 싶다면 회칙(헌법)을 고친 후 단행했어야 맞다는 것이 이날 총회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논리로 전해진다.

이런 절차적 문제는 실제로 그날 총회에서도 터져나왔다. 남창현 전 업무정화조사위원장(사진)은 관련 회칙(소급적용을 하자는 안건)이 상정되자 “이것은 회칙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무효다”라면서 “총회가 끝나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남 전 위원장이 선전포고한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세무사회는 또다시 내부 일을 가지고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하는 실로 웃지 못 할 일을 또 목도하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지난 2013년 정구정 전임 회장이 3선으로 취임했을 때 일부 회원들은 회장직무정지 가처분과 함께 소송을 제기했고, 작년 백운찬 회장이 취임했을 때도 선거 때 내려졌던 경쟁후보의 자격정지에 대한 무효소송이 제기되는 등 세무사회는 선거만 끝나면 관련한 소송이 단골메뉴로 나온다. 여기에 더해 지난 2014 서울지방세무사회 선거과정도 순탄치 못하여 당시 선거관리위원장이 세무사회로부터 징계를 받았고, 이에 불복해 소송이 진행중이다.(2심까지 징계정당)

그런데 다행히도 남 전위원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총회 무효 및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은 제기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해왔다. 자신의 주장이 틀려서가 아니라 세무사회의 또 다른 분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래도 세무사회의 중요 회직을 맡아 봉사해왔던 회원으로서 더 큰 생각을 가진 인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보다 정구정 전 회장이 말린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자신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결국은 모든 화살이 정구정 전 회장에게로 날아들 것이라면서 정 전회장이 극구 만류했다”고 덧붙였다. 지금 세무사회의 정치적 여러 정황을 감안할 경우 남 전 위원장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남 전 위원장은 또 징계를 받은 회원들에 대한 사면도 정당성을 떠나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면은 사면일 뿐이지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말은 남겼다.

그러나 그는 업무정화조사위원장직에서 해임된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회직에 얼마나 미련이 많으면 그러겠느냐는 회원들의 가당찮은 입방정이 싫긴 하지만 이는 해임되어야 할 사유가 없음에도 해임된 것으로서 자신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임된 다른 상임이사들과의 공동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세초동(稅草洞)은 한바탕 소송전이 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 것은 그가 던진 마지막 한마디. ‘깊이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이었다. ‘여지(餘地)’가 보였다. 그의 입장에서 인정할 수 없는 총회든 그렇지 않든지 간에 총회에서 결정 난 부분에 대해 법적대응을 한다는 것은 세무사회의 또다른 분란의 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의 일단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 전 위원장과의 대화의 끝에서 잠시 스쳐간 생각하나가 가슴 한켠을 짓눌렀다. 그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분란이 없어지고,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서 분란이 싹튼다면 아마 지난달의 총회가 과연 분란의 씨앗을 온전히 잘라낸 것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그러면서 나중에 어떤 현자로 불리는 회장이 나와 ‘4년은 너무 짧아요’라면서 다시 회칙개정안을 총회에 붙이지 말란 법은 없지 않느냐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뿔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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