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가 쩍 갈라졌다. 하나되는 세무사회를 외치고 있지만 불가항력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업역에는 한목소리를 내지만 내부 권력다툼에는 한 치의 양보없는 자존심싸움이 끝모를 터널속으로 내달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정구정 전 회장이 서있다.

정구정 전 회장은 지난해 세무사회장 선거 때 당시 집행부를 모두 동원하다시피 해서 백운찬 후보를 원사이드하게 당선시켰다. 그리고 백 회장 집행부에도 선출직 부회장을 비롯해 총무이사, 정화위원장, 홍보이사, 전산이사 등이 포진되었고, 전 집행부와 현 집행부간의 연대 형태를 띄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전 집행부와 현 집행부간의 화음이 들리는 듯 했다.

그런데 출범하기가 무섭게 삐걱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AOTCA 수석부회장 자리와 공익재단이사장 자리를 놓고 나오는 소리였다. 공익재단이사장 자리만 언급하면 지금까지 기자가 확인한 바는 지난해 12월 현 이사장인 정 전 회장이 현 회장에게 이양하기로 했다. 그런데 현 백 회장이 이양하려면 좀 더 빨리 이양해 달라고 하자 정 이사장이 그런 모양새로는 이양할 수 없다면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밀월에 금이 갔다’는 것이 정설로 전해진다.

정 이사장 입장에서는 공익재단의 원래 설립취지(회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를 위해서라도 세무사회 회장이 이사장을 겸직해서는 안된다라는 점에서 자신이 계속 이사장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백 회장의 이양요구를, 그리고 자신이 선거전 약속했던 이양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백 회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캐치프레이즈인 하나되는 세무사회를 위해서라도 세무사회장인 자신이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의 이사장을 맡아야한다는 점에서 마음이 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세무사회원들의 회비를 걷어 전임 회장에게 갖다 바치는 모양새 또한 영 내키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쨌든 지금 세무사회의 공익재단은 전임 회장이 계속해서 이사장을 맡으면서 현 세무사회장은 회원들이 낸 공익회비만 재단에 전달하는 옥상옥 재단(다만 올해는 5억원중 5천만원만 전출)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이 문제와 관련 세무사회가 두 개가 아니라는데 동의한다면 정 이사장은 이제라도 이사장 자리를 내려놓는 것이 맞다. 그리고 세무사회장이 재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든 경제적으로 이용하든 결과를 스스로 감당하게 하는 것이 맞다.

두 번째 두 개의 세무사회는 ‘파벌’이다.

전통적으로 새 회장이 탄생하면 현재의 권력 밑으로 모이는 세력이 형성된다. 즉 현 집행부의 힘에 의존하는 세력이다. 그리고 정구정 전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지난 선거에서 조용근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범야권으로 불렸던 세력, 또 영원한 세무사업계의 야당으로 불리는 고시회로 분류된다.

전 집행부 시절 세무사업계의 구도는 집행부를 중심으로 한 세력과 서울‧중부회와 고시회를 중심으로 하는 세력으로 양분되면서 세무사회가 자칫 두 동강 나기 일보직전까지 갔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어떤 회원들은 세무사회를 아예 둘로 나누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까지 했었다.

이런 모습은 하나되는 세무사회를 외치는 현 집행부 들어서도 그 모양만 바뀌었지 사람을 중심으로 한 ‘파벌’이 여전히 기세를 뽐내고 있다.

최근 백운찬 회장이 지난 정기총회를 기점으로 전 집행부에서 유임된 상임이사들과 이사들을 대거 해임하고 새 집행부를 구성하면서 겉으로는 밀월관계로 보이던 세무사회가 과거 세무사회의 모습처럼 전 집행부와 현 집행부간의 관계가 중국의 ‘양안관계’처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꼴이 되어버렸다.

과거 세무사회는 전임 집행부와 현 집행부와의 관계가 좋았던 적이 거의 없다. 실제로 한 전직 회장은 회장직을 그만 둔 후 세무사회관 쪽으로 가본 적이 없다는 말로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는 치열했던 선거과정의 후유증이 한몫했다.

백 회장이 집행부를 새로 구성하면서 전 집행부에서 유임되었던 총무이사, 전산이사, 정화위원장을 비롯해 윤리위원들까지 대거 물갈이하자 ‘친정호백’으로 불리던 임채룡 새 서울회장이 전 집행부의 핵심이었던 남창현 전 정화위원장 등을 서울회이사회 멤버로 임명하면서 또다시 서울회가 파벌의 중심에 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 본회장이 불가하다면서 내친 임원을 서울회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임명하면서 서울회가 본 회장의 처사에 반대하는 모양새가 된 것. 즉 이번 서울회 이사들의 임명은 현 집행부에 대해 서울회가 던진 일종의 견제구라는 것이 회원들의 해석이다. 그러면서 내년 중부세무사회 선거때 친 전 집행부 인사가 중부회장선거에 출마해 서울회장과 손잡고 현 집행부를 강력하게 견제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쯤 되면 세무사회는 파벌이 갈라놓은 두 개의 세무사회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지 싶다.

두 개의 세무사회라는 지적의 세 번째는 세무사고시회다.

세무사고시회가 지금처럼 세무사업계의 야당이라는 소리를 듣고, 편가르기에 끼어들고, 또 세무사회가 있는데도 회원교육과 서비스를 자처하면서 최고의 교육이라고 자랑하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고시회장들은 그 힘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야망을 실현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들이었다.

그러면서 세무사업계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과 새로 세무사에 합격한 세무사들조차 세무사고시회가 세무사회보다 더 큰 조직이며, 두 개의 세무사회가 존재하는 것이냐고 묻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런데도 전임 회장은 고시회장 출신이었고, 또 다른 세무사회장들은 워낙 고시회원이 많고, 또 고시회장 출신들이 세무사업계를 쥐락펴락하다보니 이를 바로잡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방치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손을 쓸 수가 없는 ‘거대조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지금 집행부가 정말 하나되는 세무사회를 지향한다면 이제 고시회는 해체하던지 아니면 말 그대로 학술연구단체, 친목단체 수준에서 고개를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세무사고시회원이 80%가 세무사회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세무사시험에 합격했다고 세무사회에도 그리고 고시회에도 회비를 이중으로 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신참 고시회원들의 한숨을 듣고 있다면 말이다.

덧붙여 과거 세무사업계를 주름잡았던 재우동지회(국세청출신 세무사들의 모임)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었다.

또 있다. 세무대학세무사회다. 이 단체의 회원은 현재 1천여 명. 세월이 흘러 현직 세무대출신 세무공무원들 모두가 세무사가 되는 그날 이들의 숫자는 5천명을 육박하게 된다. 아마 그때 세세회가 지금 고시회처럼 운영된다면 그때는 아마도 세무사회는 두 개가 아니라 3개의 세무사회가 될지 모른다.

다행인 것은 지금 세세회는 고시회처럼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데서 희망을 가진다. 조용히 학술연구와 회원들간의 친목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제도개선을 할 것이 있으면 세무사회에 정식으로 건의하고, 숙의하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너무도 어른스런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기회다. 고시회도 정치집단 소리를 듣지않게 연구단체로 일신하고, 공익재단 이사장 자리도 세무사회장에 넘길 호기다. 그리고 지방회 임원 선임으로 본회장을 견제하겠다는 생각도 어른스럽지 못하다. 이런 식이면 차제에 지방회 임원 선임도 본회장이 승인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1만2천 세무사들이 오랫동안 염원해온 ‘하나되는 세무사회’는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다.

그리고 더 이상 세무사회업계에서 ‘친정반백, 반정친백’ 같은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한마디로 쪽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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