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불연 생불연(突不燃 生不煙)’ 아니 땐 굴뚝엔 연기나지 않는다. 소문대로 지난해 국세청으로 향한 국세 불복청구 건수가 크게 줄어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문은 이랬다. 국세청이 복지예산 확보를 위해 지하경제양성화를 기치로 내걸고 강력한 징세행정을 주문함에따라 과세관청의 처분이 억울해 불복을 제기할 경우 과세관청이 납세자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인용율이 지난해의 경우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그래서 국세청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보다 조세심판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는 것이었다.
국세청이 지난해 조세업계에 회자된 이런 이야기를 뒷받침 하는 유의미한 자료 하나를 5일 내놨다. 최근 5년간 과세관청이 심사한 ‘이의신청·심사청구’ 현황이었다.
먼저 납세자가 관세관청의 세금부과 사실이 억울해 국세청에 제기하는 심사청구 건수가 지난 2012년 818건 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746건으로 현격히 줄었다. 그리고 관할 세무서 또는 지방국세청에 제기하는 불복절차인 이의신청 역시 2012년 5193건 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4649건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심사청구와 이의신청에 대한 납세자가 이기는 결과인 인용율은 낮아지지 않았다. 퍽 다행스러운 수치다. 심사청구 인용율은 2012년 22.3%에서 2013년 22.6%로 0.3%p 높아졌다. 또 이의신청 인용율도 2012년 23.4%에서 2013년 24.1%로 0.7%p 늘어났다.
아마도 국세청에서는 인용율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이 자료를 선뜻 내놓은 것이겠지만 지난 2011년 인용율을 살피면 지난해 인용율은 납세자들이 이미 국세청의 의도를 간파하고 승산 없는 싸움을 걸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사실이 쉽게 포착된다. 지난 2011년 인용율은 심사청구 23.7%, 이의신청 26.6%였다. 지난해의 인용율보다 오히려 각각 1.1%p, 2.5%p 높았다.
억울한 납세자들이 권리구제를 받기 위해 국세청을 찾은 발걸음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원래 과세관청이 부과한 세금을 과세관청이 알아서 바로잡아 주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납세자나 세무대리인들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다. 다만 세무대리인들 사이에서 구전되던 이야기들이 사실로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렇다면 조세심판원으로 간 국세불복사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난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한 기업은 1376곳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2년 1050곳과 비교하면 무려 31%나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사상 최대의 증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2010년과 2011년 심판청구를 제기한 기업은 각각 874, 875곳이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조세심판원이 국세관련 심판청구를 처리한 건수는 모두 2276건. 이중 무려 950건이 인용되었다. 다수 병합사건의 가산세 인용이 포함된 것이긴 하지만 41.7%라는 경이적인 수치였다. 지난 3년간(2010년, 2011년, 2012년)의 인용율은 각각 23.5%, 24.0%, 26.4%였다.
지난해 조세업계에서는 국세청이 무리한 징세행정을 펼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실제로 세무서 마당에서 국세청의 처분에 화가 난 납세자들이 분신(焚身) 자살을 시도하거나 궐기대회를 열어 속타는 마음을 표출하기도 했다.
국세 불복청구는 국세청으로부터 위법·부당한 처분을 받거나 필요한 처분을 받지 못해 권리나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 그 처분의 취소·변경을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하는 것은 납세자의 권리구제기관인 심판청구를 포기하면서 국세청 문턱을 넘는 일이다. 얼마나 억울하면 조세심판원으로 가지 않고 무서운 국세청을 상대로 먼저 그 억울함을 호소할까. 이의신청, 심사청구 업무를 담당하는 국세청은 역지사지(易地思之)로 납세자의 편에서 고심하고 또 고심해 주기를 기대한다. 물론 그 전에 국민들이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부실부과를 없애는 노력이 먼저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