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의원, “조세제도의 책임성·공정성·실효성 모두 담겨있지 않아”
납세자연맹, “조세철학‧국가비전 없는 朴정부의 4번째 세법개정안”

기획재정부는 28일 신산업 투자와 일자리는 늘리고 서민·중산층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표로 ‘201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혹평이 뒤따른다. 조세공평성을 더 악화시키고 조세제도의 책임성과 공정성, 실효성이 담겨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이번 세법개정안은 사회양극화 극복을 위한 재원의 확보라는 세제의 기본적인 목적을 망각한 미봉책”이라고 평가했으며, 한국납세자연맹은 “조세철학·국가비전 없는 박근혜 정부의 4번째 세제개편안”이라고 평가했다.

김종민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조세제도의 책임성과 공정성, 그리고 실효성이 담겨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책임성과 관련해 “법인세와 소득세 같은 조세제도의 큰 틀 속에서 세원확충의 방안을 모색하는 일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국가적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에서 추진하는 개별적인 정책을 위한 각종 감면과 세제지원만 나열할 뿐, 법인세 세율 정상화나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등과 같은 세원확충의 방안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공성과 관련해 “정부 스스로 공언한 폭증하는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 축소 방안과 공평과세를 보완하기 위한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등의 조치가 담겨있지 않다”며 “국가 운영을 위해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짊어져야 하는 납세의 의무에 대한 원칙을 무시하고, 대선을 앞두고 일단 조세저항만 피하겠다는 ‘권력눈치보기’에 지나지 않는 개정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세법개정안에 신성장산업의 성장과 벤처투자 활성화를 이유로 대기업에게까지 R&D와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신설, 요건의 완화, 세제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방침을 담았다”며 “이는 그동안 법인세 정상화의 주요한 반대 논리로 비과세·감면 제도의 지속적인 정비와 최저한세율 인상 등을 제시해오던 정부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대기업에게 더 큰 세제혜택을 줌으로써 세제정책의 일관성을 잃은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실효성과 관련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김 의원은 “신성장산업에 관한 세제지원 강화는 기준조차 알 수 없는 백화점식 세제지원이며, 해운업 구조조정에 대한 세제지원은 일명 묻지마식 세제지원”이라면서 “해운업계의 구조조정 방안과 계획은 구체화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단 세제지원부터 해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며, 기업이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내고 책임을 제대로 지기도 전에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방침은 모랄해저드만 부추길 뿐”이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연간 3170억 원의 세수효과를 낸다고 주장했으나 세원확충 방안 대신 각종 감면 및 세제지원 방안만을 담은 세법개정안이 어떻게 연간 3170억 원의 세수효과를 낸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단지 세제지원을 강화하기만하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고용이 창출되고, 결과적으로 세수가 확보된다는 식의 빈약한 논리는 충분치 않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의 지적이 점잖다면 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의 지적은 차갑다. 조세철학과 비전이 없는 정부 세제개편안을 비판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6가지를 주장했다.

연맹이 성명서를 통해 주장한 내용은 ▲세율인상만 증세가 아니다 ▲지하경제 개념을 알고 꺼낸 공약인가? ▲국가부채는 세금 그 자체다 ▲경제논리 앞세우지만 실상은 자본소득 특혜 ▲국민들의 동의절차는 필요도 없고 구체적인 내용을 알 필요가 없다?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오판과 장기적인 비전 부족 등이다.

먼저 연맹은 “비과세감면 축소 등 실질적으로 납세자의 세 부담이 증가하면 증세인데도, 박근혜 정부는 시종일관 증세가 아니라고 우겨왔다”면서 “연말정산파동에 대해 원인파악을 하지 않고 보완입법을 추진해 면세자 비율이 2013년 31.2%에서 2014년 48.09%로 급격히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민개세주의와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정책을 구현하고자 10년간 일관되게 추진해온 성과가 하루아침에 무위로 돌아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근로소득세는 원천징수와 회사 주도의 연말정산으로 조세저항이 비교적 적고, 담뱃세 등 죄악세 역시 마찬가지로 현 정권은 이런 조세저항이 적은 세금 위주로 증세해 조세공평을 크게 해쳤다”고 평가했다.

연맹은 조세공평성이 후퇴한 다른 예로는 자본소득과 근로소득간, 근로소득과 사업소득간 조세격차가 커진 점을 들었고 “이 정부 출범 당시의 ‘지하경제 양성화’ 공약과는 정반대로 근로소득과 지하경제 소득자간 조세격차 역시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맹은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 복지재원 중 27조원을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조달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지만 지하경제의 속성상 단기간 양성화가 힘들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애당초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었다”며 “세금 내고 있는 사업자들을 쥐어짜다가 사업자들이 반발하자 공약은 흐지부지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국가부채증가액은 147조원이며, 전임 이명박 정부의 전체 임기 중 증가액 144조원보다도 더 많은 금액이 3년 동안 늘어났다”며 “국가부채는 미래의 세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현재 세대에게는 ‘복지’를 이야기하고 세금은 주로 미래세대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연맹은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주택임대차시장의 안정을 위해 연 2000만원이하 주택임대수입에 대한 비과세 2년 연장에 대해 “지금도 주택임대소득은 소득파악이 안 되고 있음에도 조세감면을 연장하는 것은 자본소득과 근로소득 차별정책을 지속하고 강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또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세법개정을 하면서 단 한 번의 공청회도 없었 세수추계 상세내역도 공개하지 않았다”며 “올해도 세수추계금액이 어떤 기준에 의해 계산되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부의 불투명성은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소”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에서 고소득자의 세감면 혜택을 줄인다는 취지로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를 축소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고소득자가 주로 혜택을 받는 자녀세액공제 인상을 추진했다”면서 “둘째 출산시 종전 30만원에서 50만원의 세액공제를, 셋째 출산 시 종전 30만원에서 70만원을 세액공제 해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연맹이 분석한 결과 6000만원 이상 근로소득자 세금 감면을 받는 비중은 신용카드 48.3%, 자녀세액공제는 62.5%로 자녀세액공제가 고소득층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맹은 “복지확대와 국가부채 증가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로 증세가 불가피한 점을 인정한다다하더라도 국민들이 증세에 동의할 수 있는 토대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면서 “자본소득과 근로소득간의 차별,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간 차별, 일반국민과 종교인간의 차별을 먼저 철폐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지하경제를 축소해 세금을 성실히 내는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함을 해소해주는 정책을 꾸준히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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