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번 서울세무사회장에 누가 당선이 유리합니까? 세무사 업계를 취재하는 기자가 요즘 종종 받는 질문이다. 그래서 서울세무사회장 선거가 다가온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세무사업계의 소식을 전하는 기자로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땐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 대답의 무게만큼이나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아무렇게나 답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그동안 수집한 정보를 다 털어놓을 수도 없다. 어떤 후보가 유리한 것 같다고 하면 당장 면전에서는 고맙다고 하겠지만 뒤돌아서는 순간 저 양반은 ‘그쪽 편’인 모양이라는 소문이 금세 전파를 탄다.
그래서 기자는 오래전부터 2명이 출마할 경우에는 3번이라고 하고, 3명이 출마했을 경우엔 4번이 유리하다고 답하면서 난해한 질문을 피해가곤 한다. 그렇다고 내 생각을 밝히기를 아예 꺼려하지도 않는다.
A후보는 이런 면에서 장점이 있고, B후보는 저런 면에서 득표력이 충분히 있다고 나름대로 수집한 정보를 들려준다. 그래도 어떤 경우엔 사람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지 그 기자는 A후보가 유리하다더라는 말만 옮기는 경우도 있어 더러 오해를 받기도 한다. 기자가 누구의 편 일리 만무한데도 말이다.
미국 대선의 경우 일부 언론에서 특정후보를 대놓고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선거와 언론 환경에서 언론사가 특정 후보의 편에 선다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다.
특히 세무사업계의 선거는 일반 선거와 달리 세무사들의 후보선택 기준은 다르게 나타난다. 세무사들은 언론에서 훌륭하다고 해서 반드시 그렇게 믿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세무사업계의 선거와 관련해서는 분석 기사 보다는 인터뷰나 사실 전달에 치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석 기사를 썼다가는 반드시 해당 후보의 입김이 작용되어 나온 기사라고 오해받기 십상인 것이 현실이다. 즉 역효과가 더 큰 경우가 종종있다. 그래서 독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굳이 쓴다고 하더라도 양비론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세무사업계 분위기는 차기 서울회장 선거전이 이미 시작된 분위기다. 김상철 현 회장이 재선에 출마할 것임을 공식화했고, 재작년 선거에서 분패한 후보도 절취부심 회원들의 마음을 잡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어떤 회원들은 자칫 이번 서울회장 선거전은 김상철 서울회장과 정구정 현 본회장의 대리전 성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지난 2년간 본회와 서울회간의 여러 가지 ‘의견충돌’이 회원들 사이에 강하게 퍼지면서 정 회장이 상대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있는데 따른 것이다.
그리고 이미 물밑 선거전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구나 하는 점도 포착되고 있다. 기자에게도 이런 말 저런 말이 들려오고 있다.
우선 서울회장 선거를 불과 4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지난해 ‘3선파동’과 ‘본회장 선거’로 쩍 갈라진 세무사들의 민심을 화합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서울회장 선거만이라도 현 회장이 재선에 도전하겠다면 ‘무투표’를 정례화 하자는 이야기다. 이왕 한번 회원들의 선택을 받았다면 또다시 재선을 위해 선거를 치르기보다는 상대후보가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해 비용절감은 물론 업계의 단합을 해치는 ‘주범’인 선거를 한번이라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주장의 요체다.
그러나 당장 누구를 위한 무투표냐며 반론이 나온다. 회원의 화합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현 회장의 쉬운 재선을 위한 포장일 뿐 임기제와 선거제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비판까지 더해진다. 그러면서 서울회장을 반드시 4년이나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며 잠자던 ‘단임론’이 불거진다. 과거 김면규 전 서울회장과 최근 노태주 전 부산세무사회장의 예를 들면서.
회원들의 투표에 의해 당선되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예산권, 인사권도 없는 지방회장직을 단순히 개인의 명예를 위해 회원간에 두 번씩이나 ‘사생결단식’ 선거를 치러야 하느냐는 것이 단임론의 요지다. 후진을 위해서라도 단임으로 길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기자는 그래서 서울세무사회에 오래 몸담아 온 한 회원에게 물어봤다. 그는 당장 전자는 A회원 측에서, 후자는 B회원 측에서 나온 얘기일 것이라면서 양측의 선거용 주장일 뿐 두 가지 의견 모두 현실적이지 않다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치열한 선거전의 수사(修辭)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세무사회의 발전이 아니라 선거를 위한 전략이었다니 잠시 씁쓸했다.
그러나 기자는 재선무투표론도 단임제론도 모두 현 세무사업계의 상황에서 전혀 일리가 없지 않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별 실권도 없는(그동안 서울회장들의 말을 빌린 것임) 서울회장이라는 ‘명예’하나를 위해 피가 튀는 선거보다는 현 회장이든 도전하려는 회원이든 어느 한 쪽에서 양보를 한다면 분명 회원들은 ‘아름다운 양보’로 기억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역대 본회장의 명함에 서울회장 출신들은 왜 이름을 새기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오버랩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