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명달로 105. 한국세무사회관 주소다. 그리고 서초구 서초대로 219. 대한민국 대법원 주소다. 두 기관간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615m였다. 왜 이 거리를 재어보았을까. 정의롭고 공평한 세상의 첫 단추인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무공무원보다 먼저 세무사들이 반듯한 생각을 가지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기자가 최근 접한 실타래처럼 꼬인 참담한 수수께끼 하나를 풀어보기 위해서였다.
그 소식은 다름 아닌 조세정의와 싸워야하고, 또 납세자들의 권익침해를 대변해야 할 세무사들이 자기들끼리 서로 헐뜯고 ‘내가 옳다. 네가 옳다’를 놓고 툭하면 법원으로 달려가 벌이고 있는 소송전을 말한다. 그 소송전이 한 두가지 정도면 그냥 넘길 수 있지만 한 손으로는 꼽을 수 없다는 점에서 생각을 정리해 봤다.
왜 호형호제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서로간 삿대질을 하면서 (세무사라는 직업보다 못하다고 말 하면서도)변호사들을 찾고, 또 법원으로 달려가 내가 옳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지에 대한 생각이다.
먼저 지난해와 올해 사이 세무사들끼리 붙은 소송은 기자가 파악한 것만 8가지(검찰고발‧취하 포함) 정도가 된다.
이중 한 가지를 제외하고 7가지가 회원들을 위해 (무료)봉사하겠다는 회직자를 뽑는 선거와 관련한 것이다.
△후보자격박탈처분무효확인(원고, J세무사-세무사회 항소포기) △징계처분무효확인(원고, S세무사-피고, 세무사회 항소기각) △해임통보효력정지가처분 및 본안 소송(원고, K모세무사 외 18인-피고, 세무사회 진행중) △(선거부정소송을 위한) 증거보전가처분(원고, B세무사-본안준비중) △세무사법 위반(원고 B세무사-재판진행중) △세무사회장 선거당시 예비후보자간 합의금 반환청구 소송(원고, 컨설팅사-피고, L모 세무사 등) △명예훼손 등 고발-취하(원고, L모 세무사-피고, S모 세무사) △명예훼손 등 검찰 고발(원고, H모 세무사-피고, L모 세무사) 등이다.
이중 4건은 세무사회 본회장 선거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으며, 3건은 서울세무사회장 선거와 관련된 것이다. 그리고 1건은 세무사법 위반으로 세무사회가 고발한 건이다.
이처럼 왜 세무사업계는 선거와 관련해 고발과 소송이 난무할까.
무엇보다 승복을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승복을 못하는 것은 (선거)관리의 미숙함과 부재일 것이며, 또 개인적으로는 패배에 따르는 구겨진 자존심을 소송제기로 만회해 보려는 심산도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엔 또 승자의 포용의 부재도 한 몫 할 것이라는 훈수를 보태본다. 그러면서 세무사회와 법원과의 거리가 무척 가까워 툭 하면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인가라는 유취한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럼 해결책은 없을까. 어떤 세무사는 모든 것이 선거에서 비롯되었으니 선거를 없애면 될 것이라면서 그 대안으로 세무사회장을 국세청장이 임명하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얼마나 지금 세무사회의 선거전에 부아가 올랐는지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헐’이다. 독립전문자격사단체의 장을 국세청장이 임명하게끔 한다는 것이 말이 안되는 농(弄)인줄 알면서도 면전에서 ‘천박한 소리’라고 단호하게 면박할 수 없는 그 어떤 이상한 생각이 스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창립 5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무사회가 10여년 전 현직 국세청장이 세무사회관을 사상 처음으로 방문했다고 환영하는 현수막을 내건 것을 생각하면서 국세청장의 힘이 세무사들의 업역에 얼마나 골리앗과 같은 힘을 발휘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세무사의 얼토당토 않은 제안을 나무랄 수 없는 이유가 숨어있었던 것일까.
물론 이런 생각은 선거를 없애면 형과 동생(호형호제)이 법정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절박함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자위하면서 웃어 넘겼지만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있는 이유는 또 뭘까. 아마도 국세청장이 낙하산 회장을 앉히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국세청장이 내려 보낸 사람이 세무사회장이 된다면 세무사들은 국세청 눈치를 보는 입장에서 오히려 납세자들과 조세정의를 위해 싸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까지 발전한다.
그리고 세제실장 출신, 국세청장이나 지방국세청장 출신의 세무사회장을 동경하고 있는 게 현재 세무사업계의 현실이라면 세무사회장을 국세청장에게 점지해 달라고 하는 것(관선)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곰비임비 드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선거후 회원들끼리 난무하는 소송으로 세무사회라는 나무를 서서히 고사시키는 파국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영 나무랄 생각도 아닐지 싶다.
정말 참담하여 입에 담기도 민망한 이런 생각이 현실화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누구든 지금 당장 제기한 소송들을 거두어 들여야 한다. 지난해 L모 세무사와 세무사회가 고소를 취하하고, 항소를 포기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모두가 상생하는 길이다. 굳이 상대를 심판하고자 한다면 선거로 이길 궁리를 하는 게 맞다. 그것이 지식인이고, 또 민주주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