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이 매년 이맘때(2월 20일자 부임) 실시하는 6급 이하 직원들(6급에서 9급)에 대한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자리를 옮긴 직원들은 모두 8367명. 6급이하 전체직원 1만7543명의 47.7%의 이동이다. 이미 연초 먼저 실시된 고위공무원단, 서기관급, 그리고 지난주(11일) 사무관(5급) 인사(586명)에 이은 것이어서 올 들어 자리를 옮긴 국세공무원들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것이다. 말 그대로 ‘대이동’이다.
국세청은 매년 이런 인사를 정기적으로 단행한다.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재산권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것이 국세공무원의 업보(業報)라는 점에서 이들이 한 곳에 붙박이로 근무할 경우 지역의 납세자들과 잘못된 만남을 지속하는 등 부정과 결탁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다. 즉 ‘탐관오리’를 막기 위한 조치차원인 측면이 강하다.
국세청 직원들의 대규모 전보인사는 무엇보다 과거 세무서 업무가 ‘지역담당제’로 이뤄지면서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
지역담당제는 세무서 특정공무원이 특정지역의 사업자들 관리를 전담케 하는 것으로 특히 신고납세제도가 도입되기 이전 정부 부과방식의 징수제도였던 시절, 지역의 세무공무원과 지역 사업자들 간의 결탁과 부정이 난무해온데 대한 최소한의 장치였다. 아무리 청렴한 공직자라해도 한 곳에 오래 머물면 썩기 마련이라는 금언을 실천한 인사문화였던 셈이다.
매년 절반 가까이의 직원이 근무처를 옮긴다는 것은 2년에 한 번은 전체직원이 머물던 곳을 떠나 새로운 임지에서 근무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무서를 예로 들면 세무서 직원 전체가 한꺼번에 다른 직원들로 교체되는 것이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세무공무원들과 지역납세자들 간의 결탁을 통한 부정의 소지를 차단할 수 있는 이만한 방법은 없을 것이다.
두 번만 만나면 형님 아우로 정의되는 ‘안면장사’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시대를 앞서가는 ‘혁명적 인사조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난 20일 세무서장으로부터 전해지는 인사발령장을 받고 8천300여명의 국세공무원들이 새로운 임지로 출근했다. 어제까지 서울국세청 조사4국에서 기업들의 장부를 뒤적이던 명조사관이 일선 세무서 납세서비스분야로 발령이 나는가 하면, 일선 세무서에서 근무하다 다른 지방의 세무서로, 그리고 지방국세청 조사국으로 또 본청의 기획파트로 차출되는 등 국세공무원들의 ‘2월의 대이동’이 완성된 것이다.
국세청 직원들의 대이동은 과거에는 3월경 하던 때도 있었으나, 10여 년 전 부터 2월로 정례화됐다. 광주에서, 부산에서 서울근무지로 또 서울에서 부산이나, 대구 등 지방의 근무지로 이동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자녀들의 학교 문제까지 고려한 조치이다. 이 같은 국세청 직원들의 2월 정기인사를 우리는 흔히 ‘2월의 대순환’이라고도 부른다.
국세청의 직원 정기인사가 세무서 직원들과 관내 사업자와의 결탁 등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는 데는 이만한 카드도 없다. 모든 시스템과 정보, 업무환경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해당 업무를 하게 되는 사람만 바뀌게 된다는 점에서 해당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바꿀 수도 있고, 또 부정의 소지도 차단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국세청이 매년 한꺼번에 이렇게 대규모로 직원들의 전보인사를 단행하는 데는 이런 깊은 뜻도 있다.
그러나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인해 과거의 담당자가 멀리 우주로 날아간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세무공무원과 납세자와의 잘못된 만남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결국 깨끗하고 정의로운 세정은 국세공무원들 각자의 마음속 자부심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어쨌든 새로운 임지에 부임한 국세공무원들은 관내 납세자들을 세금징수의 대상자가 아닌 납세를 하는 ‘애국자’라는 시선으로 바라 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새로운 팀원들과의 식사자리가 있다면 ‘조세정의, 공평과세를 위하여!’라는 건배사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