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세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지없이 국세청의 인력구조에 대한 비판적 자료가 나왔다. 국민의 당 박주현 의원실이 낸 ‘국세청 고위공무원, 절반이 영남 출신’이라는 내용이다.
제목만 봐도 국세청 내 고위공무원 인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권력기관이라고 불리는 국세청의 인사문제 그것도 고위공무원에 대한 문제이니 만큼 기자들에겐 아주 입맛당기는 기사거리였다. 아니다 다를까. 대서특필되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줄 아는 기자들 대부분 기사로 만들어 실었다. 물론 그 의원실에서 발표한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문제는 그 내용이 정말 진실에 부합하느냐를 따져봤느냐는 것이다. 국회의원실에서 낸 자료라고해서 그 정확도를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자판을 두드렸다면 기자로서의 기본적 소양의 문제다.
박 의원실이 낸 자료의 핵심은 ‘국세청 고공단 전체 36명중 50%가 영남출신이고, 또 36명중 조사국에 근무하는 11명중 6명(54.5%)이 영남출신이어서 박근혜 정부가 공약했던 탕평인사가 영남 편중인 것 같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지역안배 정책을 펼치라고 주문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의원실에서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하자 일부 기자들이 그 자료에 신뢰성을 듬뿍부여한채 앞서거니 뒷서거니 앵무새처럼 그대로 기사를 날렸다.
한번 따져보자. 박 의원실이 낸 자료는 맞다. 현재 국세청 고위공무원단 숫자는 36명이고, 그중 영남출신이 18명(50%)인 것도 다 사실이다. 그리고 조사국에 근무하는 고공단 11중 6명이 영남출신인 것도 맞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대로 이 자료가 말하고자하는 골자는 ‘국세청은 고공단 인사를 하면서 지역안배를 하지 않고 왜 영남출신들이 많은가’를 따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려면 국세청 고공단은 어떻게 선발되며, 그리고 국세청 전체공무원(2만명)중 영남출신의 비율이 얼마인지를, 또 고공단 승진대상자인 부이사관 숫자, 또 부이사관 승진 대상자인 서기관 숫자는 얼마인지라는 정확한 모수가 있어야 했으나 그 자료에는 없었다. 단순히 고공단중 영남출신이 많다는 것 하나였다. 본기자에게는 너무나 뜬금없는 자료였다. 그래서 의원실에 전화를 하여 물어봤다. 혹시 2만명 전체국세공무원들의 출신지역별 숫자가 있는지를, 당연히 ‘없다’는 답변이 나왔다.
당연한 질문이었고, 또 당연한 답변이었다. 요즘은 국세공무원 인사카드에 출신지역을 표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국세청은 물론 어느 정부부처도 인사문제를 논할 때 지역안배를 요구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술자리 안주꺼리로는 삼을 수는 있다. 저 사람은 영남출신이어서 인사권자와 가까운 모양이더라는 수준 정도는 말이다.
나아가 정부부처에서 직원들 인사카드에 출신지역이 표시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 지역이 과연 정확한 출신인지도 불명확한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출신지역을 따질 때 주민등록부(가족관계부)상 본적지를 말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본적을 옮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대중정부 시절 국세청이 직원들의 원적을 파악한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무엇에 쓰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국세청에서 고위공무원단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솔직히 인사권자와 그리고 대통령과 동향이라고 해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직위가 아니다. 조직을 위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얼마만큼 봉사했는지에 대한 결과물이 고공단이라는 직위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그래서 인사에 대한 지적과 비판도 그만큼 신중하고 정확해야한다. 박 의원의 자료만보면 영남출신 국세청 고공단들은 솔직히 기분 나쁠 수 있다. 능력도 안되는 데 영남출신이라서 고공단으로 승진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인사전문가가 아니라면 기자들이라도 눈 크게 뜨고 봐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