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선 AOTCA감사

AOTCA-The Asia-Oceania Tax Consultants' Association- 는 1992년 설립되어 1993년 활동을 시작한 조세전문가단체이다. 당초 한국과 일본, 호주, 파키스탄,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7개국 10개 단체로 시작됐던 것이 창설 24주년이 된 현재 중국, 방글라데시, 인도, 인도네시아, 몽골, 싱가포르, 스리랑카, 태국, 베트남을 포함하며 16개국 20개 단체로 확대되어 명실공히 아시아, 오세아니아의 대표적 조세전문가단체로 활약하고 있다.

매년 열리는 조세컨퍼런스에서는 각국의 조세현황 및 그 해의 이슈로 제기되는 국제조세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이 이루어지고 세무사제도발전을 위한 각 국의 노력과 협력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며, 대표단들의 화합과 친선의 무대로 국경없는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우리 한국의 경우, 설립 단계에서부터 일본과 함께 주도적으로 협회를 이끌어왔고, 특히 지난 2012년 한국세무사회 창설 50주년, AOTCA 2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조세컨벤션을 서울에서 그 어느 대회보다 성공적으로 개최함에 따라 각 국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아왔다.

그런데 지난 해 오사카 총회를 시작으로 AOTCA 수석부회장직을 둘러싼 한국세무사회의 전, 현직 회장의 갈등과 내부적인 불협화음이 국제무대에서 고스란히 그 민낯을 드러냄으로써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한국은 각 국의 대표단에게 의혹과 우려의 눈길을 받게 되었다.

정구정 전 한국세무사회장은 2014년, 2년 임기의 Deputy President, 수석부회장에 선임되었다. AOTCA 회칙에 따르면 협회의 수석부회장은 본인이 사임하거나 협회가 선거를 의결하지 않는 한 현 회장의 임기가 끝나면 다음 회장직을 승계하게 되며 여기에 각 회원국 내에서의 대표성이나 직책에 대해서는 제한규정이 없다. 이러한 회칙에 따라 우리나라 구종태 회장의 경우 한국세무사회장직에서 물러난 후, AOTCA 6대회장을 연임하였고 현 회장인 Toshihiro Ikeda 회장, 홍콩의 Tomas Lee 전 회장 역시 자국의 대표자가 아닌 상태에서 연임하거나 선임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정구정 전 회장은 이번 홍콩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될 예정이었지만 한국세무사회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회장에 선출되지 못했고 수석부회장직도 유지하지 못했다. 금년에 정구정 회장을 대신해 수석부회장에 선출된 필리핀 전 회장 Euney Marie Perez의 경우 총회장에서 자국의 현직 회장으로부터 열렬한 환호와 지지를 받았다.

회칙조문을 떠나 회원단체의 현직 회장이 전직회장의 임원 선임을 반대한 예가 그간의 역사에서 볼수 없던 일이었던 만큼 지난 해 오사카 총회부터 각국 대표단들의 많은 질문과 질타를 받았다. 한국세무사회 회원으로서 규정에 의해 회장직을 승계하기로 되어있는 국제단체 수석부회장의 낙마를 위해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한국세무사회가 매년 지급했던 협회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고 협회 탈퇴를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는 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마지막 날 친교의 만찬장에서조차 굳은 얼굴로 우리 회원들이 준비해온 화합의 노래마저 부르지 못하게 막는 것이 과연 한국세무사회의 국제적 위상과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을까?

개인적으로 한국세무사회의 국제협력업무에 긴 세월을 관여했고 2002년 교토컨벤션을 시작으로 11년간 총회에 참석, 4선의 감사로 선임되는 등 누구보다 한국세무사회와 AOTCA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현 상황에 대한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다. 재임중의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골 깊은 반목과 갈등의 시발점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정구정 전 회장의 낙마가 안타까운 게 아니다. 워낙 많은 회원들을 적으로 돌려세운 그의 업보이며 깔끔히 미련을 정리하지 못하고 미적거린 탓이라는 얘기에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무대에서조차 규정과 관행을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부쳐 자신의 의도를 관철하고자 하는 그 무지막지함과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우리 안의 분노, 용서와 화해가 어려운 우리 한국세무사회의 현실이 진심으로 눈물나게 안타깝다.

언제쯤 우리는 이 반목과 갈등을 끝내줄 품 넓고 넉넉한 지도자를 가질 수 있을까? <글, 유재선 전 한국세무사회 부회장(AOTCA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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